오늘의 단어 - 생활견 키키와 반려인 진아의
임진아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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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아 작가의 [오늘의 단어]를 읽었다. 제목 앞에 ‘생활견 키키와 반려인 진아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리고 견과 인자 위에 방점이 찍혀 있어 키키와 저자의 관계를 더욱 강조한다.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4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계절마다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단어들을 중심으로 짧은 만화에 몇 가지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그 단어에 관련된 저자의 에세이로 마무리짓는 형식이다. 이렇게 만화와 에세이가 반복적으로 구성된 책은 많지 않아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 나왔듯이 저자에게 있어서 반려견 키키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고 보통은 사람이 반려견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째서 그런 반복된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하는데, 오히려 이 책에서는 키키가 사람의 시선으로 저자를 바라본다. 그래서 생활견 키키라는 이름과 반려인 진아라는 부제를 붙인 것 같다. 

만화에서 키키는 진아와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고 장도 보러 가고 음식도 먹고 취미생활도 즐긴다. 그리고 함께 잠들며 진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만화에 나온 대부분의 에피스도는 아마도 저자가 실제로 키키와 함께 살면서 겪은 일에 키키를 의인화해서 표현했을 것이다. 반려견이 키키처럼 대화가 가능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개를 키우며 적잖은 위로를 받는 것 같은데 실제로 반려견이 말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만화에 나온 것처럼 함께사는 사람들은 반려견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키키와 함께 서점을 가서 서로가 원하는 책을 고른다거나, 외출을 나가는 키키는 진아에게 뭘 사다줄까 물어보는 장면들은 왠지 모르게 포근하고 정답게 느껴졌다. 정말 그런 강아지가 있다면 나도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계절에 대한 저자의 색다른 감각과 시선은 대부분 봄부터 계절이 시작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일요일부터 시작되는 달력이 아닌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달력을 반기는 사고의 전화의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봄부터 새학기가 시작되고 그러다보니 많은 직장들도 새해가 될 무렵에 신입사원을 뽑게 되고, 1월이라는 새해가 반드시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고착되어 있었던 듯 하다. 이러한 생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는데, 로마에서 공부를 하며 10월에 학기가 시작이 되어서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우리나라처럼 2021학년도가 아니라 2년에 걸쳐 한 학년이 이어지니 반드시 1월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4계절인 나라에서 어찌보면 가장 온화한 날씨가 지속되는 10월에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장소와 환경에 대한 두려움에서 조금은 덜 긴장된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몸과 마음이 경직된 3월이 아니라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결실을 맺는 계절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특히나 올해 1월 초에 이사를 하면서 겪은 혹한의 추위는 꽤나 긴 후유증을 남겼다. 이사짐을 꾸리고 나르고 풀고 하느라 손등이 너무 심하게 터서 보름 이상 피딱지를 안고 견뎌야했다. 혼자 짐싸고 푸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손등이 터서 피까지 나니까 짐을 다 집어던져 버리고만 싶어졌다. 왜 해마다 이 추운 겨울에 이동을 해야 하는 것인지, 좀 따뜻할 때 이동하면 안되나 라는 푸념도 터져나왔다. 갑자기 한 여름을 앞두고 왜 이런 한탄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름부터 시작된 저자의 생각에 나도 모르게 젖어든 것 같다. 매일 매일의 일상은 충실하게 하지만 삶의 커다란 테두리는 변화무쌍한 도전을 한다면 조금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주변에 소중하고 친한 사람 몇 명만 두어도, 1년간 선물을 고르며 지내게 됩니다. 봄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일렁이는 설렘을, 여름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활기찬 기운을, 가을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잔잔한 마음을, 경ㄹ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따뜻한 온도를 선사하고 싶어집니다. 가끔씩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는 생일과 다른 계절의 물건을 골라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음 해가 되면 결국 계절에 맞는 선물을 고르게 됩니다. 계절에 맞춰서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느즈막이 듭니다. 일단 지금을 잘 보내자, 하루씩, 한 계절씩 잘 살자고 말하고 싶어집니다.(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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