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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 - 그림책 작가 이석구의 매일매일 아빠 되기
이석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5월
평점 :
이석구 작가의 [함께 오늘을 그린다는 것]을 읽었다. 부제는 '그림책 작가 이석구의 매일매일 아빠 되기'이다. 등장인물이 그림으로 표현되어서 그런지 아빠와 딸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귀엽게 느껴진다. 아빠는 퉁퉁한 몸집에 거의 삭발머리에 가까운 모습이고 딸은 유쾌하고 이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유연한 몸집을 가진 아가의 모습이다. 아마도 인간이 태어나 겪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자녀 출산에 대한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자녀를 낳고 싶지 않는 진짜 이유는 아이가 싫어서라거나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을 갖고 싶지 않아서라든가의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자녀를 낳은 것을 거부하도록 만드는 사회구조의 탓이 큰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저자가 그린 아빠와 딸의 일상은 행복이 꿀처럼 뚝뚝 떨어지다 못해 넘처 흐를 것만 같아, 저절로 '부럽다, 부러워'라는 말이 터져나올 듯 싶다. 그리고 우리가 어릴 때에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지만 어른의 시각으로 바라본 어린이들의 말과 행동은 가끔씩 우리를 섬뜩하게도, 기가 차게도, 경탄하게도 만든다. 책에 나온 딸도 상상치도 못한 답변들을 내놓아 웃음을 빵 터트리게 만들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점을 지적해 어른들을 당황케 하기도 한다.
특히나 만화를 보던 딸이 "너같이 약해 빠진 녀석은 필요 없다"라는 대사에 갑자기 주먹을 움켜쥐고 "왜! 청소 같은 걸 시키면 되잖아!"라고 외치는 장면은 너무나도 재미있고 아이의 순진하고 진지한 모습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리고 그러한 외침과 더불어 청소 밀대를 돌리고 있는 아빠가 그려진 장면은 더 큰 웃음을 선사한다. 아마도 우리는 이런 사소한 일상의 대화와 몸짓 덕분에 자녀를 낳아 키우는 고된 과정을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외부 회의 자리에서 가방을 열었다가 딸이 등원하며 넘기고 간 곰 인형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던 일(그 친구의 이름은 '안녕곰'이었다), 밍밍한 라볶이의 맛을 조금은 즐기게 된 일(그렇지만 언제쯤 칼칼하게 먹을 수 있을까), 아주 긴 코끼리 미끄럼틀에 관심만 보이고 타지 못하는 딸 대신 혼자 느낀 스릴(으아아아아아). 딸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순간들이 한 장 한 장 쌓여 간다. 늘 반복되는 것 같지만 똑같지는 않은 하루.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하루. 우리가 함께 그리는 하루들이다.-작가의 말 중에서(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