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의 [고구려7]을 읽었다. 장장 5년 만에 7권이 나와 그 이전의 이야기가 가물가물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란 우려가 있었지만, 읽다보니 조금씩 과거의 인물들이 흐릿하게 그려졌다. 2011년 고구려 시리즈가 발간되며 처음으로 E-Book 을 다운받아 읽기 전용 테블릿이 아닌 지금 스마트폰의 반쪽 만한 것으로 어딘가 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도중에 홀린 듯 읽었던 기억이 난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렇게 작은 폰으로는 도저히 [고구려]를 읽을 자신이 없지만 당시에는 그 작은 폰 안에 전혀 알지 못했던 고구려의 역사가 영화처럼 그려지고 있었다. 10부작을 예상한다고 하니 8권는 언제 또 나올지 모르겠다. 이번 7권은 소수림왕 고구부와 그의 동생인 고국양왕 고이련의 이야기이다. 고이련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광개토대왕 고담덕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아마도 다음 권에서는 고구려의 엄청난 활보가 예상된다.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졌기 기 때문이겠지만 고구부는 정말로 신선이라고도 불릴만한 엄청난 예지와 담력과 분수를 아는 인물이다. 또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그 옛날 백제와 신라, 가야의 땅이기에 현재의 북한과 중국 영토에 속한 고구려의 지형에 대한 묘사와 풍속들은 마치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려온다. 아마도 북한 사람들이 고구려를 읽는다면 우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하의 낙랑을 둘러싼 수많은 부족 국가들과 고구려의 대치 상황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피하고 화친을 유도하는 정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외교를 하려고 해도 당시에는 무력으로 침략하고 노략질을 일쌈는 부족들이 많았고, 언제 어느 때 침탈해 올지 모르는 경계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고구부의 노련하고 몇 수 앞을 내나보다는 혜안도 중요하지만, 고이련의 철저한 전쟁 준비는 독자를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고이련의 기개와 충절 그리고 한결같이 고구려에 대한 충심에서 우러나오는 단련은 비록 눈 앞의 거대한 거란족을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대승의 기회를 놓아버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으로 회군하는 결정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그러한 고이련의 억울하고 참담한 선택을 종용했던 태왕 고구부는 고구려의 역사를 찾는 7년의 방랑 생활을 마치고 참으로 그답게 동생 고이련에게 태왕의 자리를 이양한다. 실로 무협지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전장의 모습과 더불어 고구부와 고이련의 충직하고 한결같은 모습이 너무나도 이상적으로 그려졌다. 이런 왕들만 있었다면 우리의 역사가 아마도 더욱 공부하기 수월했으리라. “서너 달이 지날 무렵에야 비로소 국정을 파악하기 시작한 이련은 경악했다. 고구려 조정의 신하들이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위인들이었다. 그저 주어진 일상의 소임만을 겨우 수행할 뿐, 나라의 크고 작은 일어날 적마다 그들은 망부석처럼 이련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간혹 비루한 의견이나마 내놓는 자가 있거든 다른 자들은 그를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데에만 급급했다.(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