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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술꾼입니다 - 고양이 홍조 집사의 음주생활 10년 만화 에세이
민정원 지음 / 경향BP / 2021년 6월
평점 :
민정원 님의 [이번 생은 술꾼입니다]를 읽었다. '고양이 홍조 집사의 음주생활 10년 만화 에세이'이라는 부연 설명을 보고 옳거니 하고 덥석 집었다. 몸에 술이 맞지 않아서 그런지 술에 대한 미련이 더욱 많이 생긴다. '내가 한 술 했으면 기냥 다 평정했을텐데'라는 망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술을 조금 더 잘 마셨더라면 대인 관계가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라는 기대에 이르러, 술을 아주 잘 마셨다면 아마도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수도 있을테니 다행인가라는 단념에 다다른다.
주변에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가끔은 나도 술을 잘 마실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들이 술로 인해서 건강을 헤치고 이제는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니, 왕년에 술꾼이었다는게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닌듯 싶다. 나의 세계에 속한 사람들에게 술을 잘 마시는 것은 하나의 재능이나 능력처럼 비춰졌다. 그런데 간혹 기인같은 아주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젊었을 때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했던 분들이 중년이 나이에 이르러 하나 둘 씩 건강의 문제가 발생되고 급기야 생명의 위협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이 세계의 사람들은 그것도 하나의 훈장인지 너털웃음으로 심각한 상황을 넘겨버리며 이런 결론을 맺곤 했다. 사람이 평생 먹을 술의 양이 정해져 있는데, 그게 아주 젊을 때 왕창 마셔버린 사람은 나이들어서 입에도 못대고, 어릴 때 음주가무의 낙을 몰랐던 사람이 늦바람이 불면 그때서야 강호의 강자로 군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명 '알콜총량의 법칙'이 그것이다.
요즘 TV 공익 광고에서 '노담'이라는 줄임말로 청소년 및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금연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금주를 강조하는 공익광고는 보기 힘들다. 술은 담배와는 조금 다르게 음식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일까? 적당한 흡연을 권장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음주는 때론 서로 권하기도 한다. 사실 인류 역사에서 술이 없었다면 아마도 꽤나 재미없고 밋밋하지 않았을까 싶다. 술로 인해 패가망신에 이르기도 하지만 술은 많은 순간 인간의 감정을 노곤노곤하게 만들어 여흥 및 솔직함에 빠지게 만든다.
술에 대한 개개인이 갖고 있는 웃픈 사연들은 아마도 차고 넘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땅을 치며 후회하는 기억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전해주는 소소한 술 자리의 행복들은 분명 함께 하는 사람들이 주는 좋은 에너지 덕분일 것이다. 결국 술이라는 것도 관계를 맺기 위한 하나의 수단과 재료에 불과한 것일 뿐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