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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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작가의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을 읽었다. 기후변화라는 말과 사랑이라는 말이 어울려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저자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놀람을 금치 못하며 책장을 넘기다 어쩌면 실제로 일어날지 모를 일이라는 생각에 섬뜩함과 책임감이 몰려왔다. 스웨덴에서는 십대 소녀인 그레타 툰베리가 벌써 몇 년 전부터 환경운동가로서 기후변화의 심각함에 대해 토로하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해마다 경이로운 날씨 변화를 체감하면서도 오히려 너무 강력한 변화를 일찌감치 겪어서인지 별다른 자극을 받지 못하며 여전히 환경파괴를 일삼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어제 뉴스 보도에서 다회용 컵에 대한 인식개선과 더불어 스타벅스에서는 2025년까지 일회용 컵을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보도를 듣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집집마다 배달음식을 먹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리고 덕분에 수익을 올려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지만, 배달음식을 한 번만 시켜보면 깨닫게 된다. 대체 나 하나 배부르자고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게 되는가 하고 말이다. 그동안 특별히 환경오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하더라도 순식간에 플라스틱이 쌓이는 모습을 보면 덜컥 겁이 난다. 대체 저 많은 플라스틱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런데도 플라스틱 사용의 편리함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내 일상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은 마치 마약처럼 우리의 몸을 중독시켜 플라스틱 사용의 폐해를 너무나 잘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도덕적 양심과의 저울질에서 불편함을 무릅쓰고 기후변화를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때로는 나 자신을 별종으로 여겨지게 한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자동차 광고에서 ‘용기맨’이라는 카피를 쓰며 어느 기업의 간부가 불편해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 위해 각종 용기를 가지고 다니는 모습은 퍽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실제로 그렇게 멋져 보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용기 자체가 음식을 담기에 그럴듯한 미적 품격을 지녀야 할테지만 말이다. 

저자가 열 개의 단편에서 보여주는 기후변화가 심각해진 시대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고, 상황이 너무나도 심각해져 특별한 장치(커다란 돔시티 같은) 안에서만 생존이 가능한 시대를 그려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지금 사랑 같은 걸 운운할 때냐고 누구가가 한심한 투로 말을 건넨다 하더라도 사랑은 피어나고 지속된다. 왜냐하면 사랑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니까 말이다. 결국은 우리가 기후변화를 가져온 삶의 행태들을 반성하고 자본주의가 가져다 준 편리함에 익숙함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이유는 사랑하기 위해서이다. 나의 온전한 몸을 따스하게 비추는 햇살을 사랑하고, 을씨년스러운 축축함을 안겨주지만 어떤 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을 정도로 안심하고 맞을 비를 사랑하고, 산길을 걷다 마주친 짐승이 물을 마시다 놀란 눈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목을 축일 수 있는 샘물을 사랑하며 살고 싶어서이다.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벚꽃 눈을 맞고 봄햇살을 즐기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 없이는, 초록이 없이는 우리의 본성도 사라질 것만 같다. 추천의 말에서 나온 “인간성을 상실하면서까지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는 걸까. 대체 누구를 위하여”라는 구절이 자꾸만 귓가에 맴돈다. 

“안다. ‘지구 온난화’라는 말을 들을 때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안다. ‘기후 변화’의 경종을 울릴 때 당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안다. ‘환경 보호’라는 말이 당신에게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그것은 맞지만 지겨운 말. 옳지만 무미건조한 말. 
머리로 이해하는 건 쉽다.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움직여야 한다면, 참여해야 한다면, 그래서 바꾸거나 변화해야 한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가 된다. 캠페인이 일상의 등을 떠밀 때, 구호와 선전이 동참과 참여의 언어로 바뀔 때, 듣는 자는 망설이게 된다. 올바른 그 말이 싫어진다. 부담스럽다. 번거롭기만 하다.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그냥 이대로 조용히 살다 적당히 죽고 싶은 마음뿐. - 정용준 작가의 서문 중에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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