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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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기자의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를 읽었다. 현직 기자가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기에 더욱 실감나고 기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처음에는 어떤 큰 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이 등장해서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나가는 것은 아닐까 궁금했는데, 여러가지 사건들이 단편처럼 엮어져 있어 다양한 사건들을 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저자가 실제로 취재하며 겪었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지 않았을까라는 추측과 더불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과 사건이 펼쳐진 정황들이 깔끔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져가고 있기에 각 개개인이 엄청난 양의 정보와 기사들을 나름대로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중요시 되어가고 있다. 마치 정보의 바다에서 바늘처럼 날까롭게 정의를 부르짖을 올바른 잣대를 찾는 것처럼 우리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가짜 뉴스들이 판을 치고 있다. 누군가는 재미로, 누군가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누군가는 권력 연장을 위해 실제 벌어진 일에 대한 해석이 너무나도 상이해 독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그지 없을 때가 많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분명 우리나라의 많은 기자들 중에 주인공 송가을 기자처럼 진실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진실을 전한다는 것은 결국 어떤 한 사람을 구하는 길이고, 그로 인해 맺혔던 한이나 억울함이 해소되어 결국은 사람을 이해하는 길로 귀결되기에 기자의 일은 우리시대에 더욱 숭고한 일이 아닌가 싶다. 


하루에도 수십번 씩 스마트폰으로 각종 신규 이슈들을 손쉽게 접하는 시대에 살면서도 정작 가까운 사람의 안부를 묻는 것에는 주저하게 되는 익명의 웹문화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부단히 몸부림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오늘도 가짜 뉴스에 열광하며 누군가를 지옥에 보낼지 모른다. 앞으로도 인간 삶에는 끊임없는 사건 사고들이 넘쳐나겠지만 그럼에도 혀를 차는 안타깝고 슬픈 기사만이 아니라 옹졸하고 편협해진 나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따뜻한 기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소설은 1부 경찰팀, 2부 법조팀, 3부 탐사보도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3부에 나온 내용들이 좋았다. '미국에서 만난 탈북 청년'은 탈북자들이 우리나라가 아닌 제3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고민과 어디서든 그들이 자리를 잡기를 바라며 탈북자들에 대한 우리나라의 비딱한 시선을 반성하게 해주었다. 비슷한 내용의 '북한 여공'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탈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제가 왜 탈북을 해야 하나요? 우리 집은 평양이고, 우리 가족들은 모두 다 거기에 있고, 그곳이 저의 조국인데요? 왜 떠나야 한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아, 가난하고 살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 조국이 부귀하지 못해 먹고살기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그런데 남조선이라고 다들 살기 좋고 행복한가요? 그것도 아니라고들 하던데요.

말문이 막혔다. 전혀 생각지 못한 답변이었다. 북한 사람이라면 응당 탈북을 하고 싶어 하고 남한이든 미국이든 다른 나라로 떠나 자유를 얻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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