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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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작가의 [평범한 결혼생활]을 읽었다. 임경선 작가만의 색깔과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글로 저자의 결혼생활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연애기간이 무척이나 짧았던 것에 반해 벌써 20년이나 지나버린 결혼생활을 그린 표현들은 비록 저자 자신이 무척이나 시니컬하고 언제든 남편을 떠날 수 있을 것처럼 쿨하게 말하지만 남편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가 곳곳에 심겨 있어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질투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말했듯이 이 세상에 연애와 결혼에 대한 책들은 넘쳐날 정도로 많지만, 그 어느 커플도 다른 이들의 조언에 끌려다닐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로 그들의 사랑에 대한 원대한 자신감을 뿜뿜 내뿜고 있다. 하지만 살아본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다양한 각도와 시선으로 결혼생활에 대한 조언들을 내뱉고 있는지 역시나 살아봐야 알게 된다고 저자 또한 말하고 있다. 특히나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로 변화된 연인관계와 결혼생활에 대한 적절한 비교는 학문적 성찰이나 논쟁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시켜준다. 우리가 왜 이렇게 자신과 다른 사람을 만나 한평생 살아가는 문화가 형성되었는지,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열려진 만남을 추구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특정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렇게 나와는 다른 또 다른 개별적 주체와의 만남은 서서히 나를 성장시키고 시간이 흐른 후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을 때 남겨진 나의 발자취들은 어느 순간 내 삶을 너무나도 철저하게 평가내리고 있다. 그 순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뒤안길을 바라본 이후 더욱 열정적으로 내 삶의 주인일수 있도록 지금 자신이 만나는 사람과의 시간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저자가 안내해주는 것만 같다. 


작가와 남편 스스로가 어느 누가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보고 배움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겸손함을 내비치지만, 임경선 작가가 보여준 너무나도 솔직하다못해 이런 것 까지 얘기해도 괜찮을까 싶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오히려 많은 순간 자기 자신조차 속이려했던 시간들은 을 반성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책의 제목인 [평범한 결혼생활]은 아마도 모든 남녀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결혼생활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나중에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래 살 수가 있지?'로 변해갔지만.(8)"


"로맨틱한 사랑이라는 게 그렇다. 애정을 느끼는 상대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마주 보며 부드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러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푹 빠진 열정의 시절에는 맛있는 것을 먹다가도, 속닥속닥 이야기를 하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사실은 한시바삐 침대로 끌고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여타 사사롭게 흐뭇하고 즐거운일들은 그저 침대에서 알몸이 되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면서 상대를 달뜨게 만드는 '전희'에 불과하다. 대게 처음엔 아닌 척, 같이 잠을 자는 것 외의 모든 것들을 함께해보면서 분위기를 살피다가, 불꽃이 튀면 같이 잠을 자는 것이 알파와 오메가인 밀월의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가 그 종점을 찍게 되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다. 뜨겁던 열정은 또다시 함께 '다른 것들'을 즐기는 일에 두루 배분된다. 연애할 당시엔 그 과정에서 이별한 가능성도 높아진다.(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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