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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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었다. 부제는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이다. 책 읽기는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도 한번 언젠가 책을 낼 수 있다면’이라는 기대와 희망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단행본으로 예쁘게 편집된 책에 내 이름 석자가 적힌 표지를 마주한다면 아마도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며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그 책이 어떤 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그들의 놀라운 필력과 참신한 표현력과 기발한 소재에 감탄하며 역시 책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곤 했다. 아주 오래전에 어느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에 그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한 소회가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나름 나도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는데, 내가 우러러본 작가들은 대부분 유년시절부터 엄청난 독서량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고백했다.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타국 작가들의 작품이며 나이가 들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을 그 어린 시절에 탐독했다는 부분에서는 좌절감마저 들었다. 어쩌면 작품상을 받은 마당에 젠체하려는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장강명 작가의 책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되살려주는, 용기를 뿜뿜 나게 해주는 내용이 많았다. 책에서 작가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 책을 내려고 하면 이런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요즘 누가 책을 읽기는 하나?, 어차피 아무도 보지 않을 책을 뭐하러 돈 들여서 종이 아깝게 내느냐?’ 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많았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독서 경향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저자가 얼마나 유명한지가 판매의 척도를 가른다. 무명작가가 쓴 책이 아무런 홍보 없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란 참으로 요원한 일이다. 그렇다보니 나까지 책을 내서 이 혼잡한 출판계에 또 하나의 쓰레기를 양산해 낼 필요가 있을까란 자성을 하게 된다. 아직 쓰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장강명 작가는 꼭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읽고 쓰기를 즐기는 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정리하여 길게 논술한 책들이 많이 편찬되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인내롭게 살펴볼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요즘은 혼자 있어도 할게 많다. 특히나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정리가 되지 않을 때 OTT서비스를 통해서 밀린 드라마와 영화의 몰아보기를 할 수 도 있고, 유튜브로 각종 정보를 섭렵하거나 흥미 위주의 기사를 접하며 시간을 때울 수도 있다. 심심한데 잠깐 들어가볼까 하다가, 자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몇 개만 훓어본다는 게 그만 한 시간도 넘게 이것 저것 넘기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너무나 많고 다양한 콘텐츠 덕분에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TV를 봐도 한 채널을 보지 못하고 이리 저리 채널만 돌리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금방 몸에 젖어들어 책을 읽다가도 스마트폰으로 이것 저것 둘러보기 일쑤이다. 인터넷으로 길들여진 조급증과 산만함은 텍스트로 길게 쓰여진 누군가의 스토리를 따라가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현대문물의 유혹은 애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빠져들기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책 읽기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하나의 읽기와 쓰기를 즐기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 우리가 더 이상 감각적인 것들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사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장려해주고 있다. 장 작가님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본능적인 욕구들을 채우지 못하면 몸이 신호를 보낸다. 그것이 고통이다.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않으면 속이 쓰리고 머리가 어지럽다. 화장실을 억지로 참으면 방광이 아파 온다. 호감 가는 사람과 따뜻하고 우호적인 대화를 며칠씩 하지 못하면 옥시토신 분비량이 줄어들고 어두운 정서에 휩싸인다. 재미있는 영화를 한창 보는데 컴퓨터가 갑자기 꺼져버리면 답답해서 화가 치솟는다. 다 인간의 본성이다. 

창작의 욕망을 억지로 누루면 어떻게 될까. 나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공허감이 바로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 사회는 어느 연령대, 어느 세대를 봐도 ‘내가 여기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고 객관적인 조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공허함을 토로하는 젊은이도 있고, 중년에 이르러 허무함을 못 견디겠다며 뉘늦게 일탈하는 이도 있다. 그런 정체성 위기는 자기 인생의 의미, 자신이 만들어내는 일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할 때 온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지금 내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감각이 필요하다.(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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