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 띵 시리즈 6
고수리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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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리 작가의 [고등어: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를 읽었다. 세미콜론 띵 시리즈 6번째 책이다. 먹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었던 20대 초반에는 이런 생각까지 했었다. 어서 빨리 과학이 발달해서 알약 하나만 먹어도 살 수 있는 시대가 오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때에는 아마도 억지로 많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스트레스에 대한 반작용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기대를 했었는지 모르겠다. 과연 살기 위해서 먹는건지, 먹기 위해서 사는건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런 우선순위는 중요치 않고 사람에게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먹는 것은 우리 삶에서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우선순위에 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특정한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우리 내면의 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집밥에 대한 그리움 예찬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셨던 고등이 구이에서 시작하여 입덧으로 힘들어 할 때 엄마가 해준 시금치된장국으로 인해 몇 달 만에 밥다운 밥을 먹었다는 고백에서 절정에 달한다. 남자와 여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별하여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할머니에서 엄마 딸에게 이르기까지의 집밥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접하다보면 여성이 가진 엄마로서의 정체성은 어쩌면 단순히 9개월 동안 태어날 아기를 배는 것만으로 국한된 것이 아닌 태어난 후에도 젖을 먹이며 아기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를 정성스레 넣어주며 자라난 것이 아닐까 싶다. 젖을 먹는 아기를 보며 엄마들은 아마도 제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피붙이가 쪽쪽 젖을 빠는 모습에 삶의 기운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남자들은 어쩔 수 없이 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한계성을 지닌 것인지, 때로는 밥을 때려 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음식에 대한 폭력을 행사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타고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어쩌면 스스로 밥을 지어 먹으며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소비된 시간과 정성을 헤아려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비용을 지불해서가 아니라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음을.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전해주어야할 의무가 있음을 깨달을 때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후로도 나는 자주 부엌에 서서 밥을 먹었다. 아이 둘 홀로 육아하며 나까지 챙기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번씩은 나를 위해 따뜻한 국을 끓여보고 고등어도 구워보았다. 집이 좁고 혼자 밥 먹는다고 불평하기에, 누군가 나의 수고를 알아주길 바라기에, 누가 해주는 밥이 그립다고 슬퍼하기에, 먹고사는 일상은 하루하루가 반복. 지겹고 지루했다. 먹고 돌아서면 또 배고프고. 밥을 지어 먹이고 먹으며 다시 힘을 내야 했다. 놀랍게도 살아가는 일의 절반은 밥을 지어 먹는 일이라는 걸 아이들 키우면서 깨달았다. 그러니 제대로 힘내서 살아가려면 나 스스로를 잘 챙기는 수밖에.(91)”

“겨우 한 끼 만들어 먹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지.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고 같이 나눠 먹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따뜻한 집밥 한 끼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보살피는 사랑이더라. 엄마. 나는 비로소 나 자신도, 다른 사람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 
아이들 챙긴다고 서서 혼자 밥 먹는 나에게 화를 낸 엄마의 마음, 고향에 내려가면 늦잠 자는 나를 깨우지 않는 엄마의 마음, 엄마 있을 때만이라도 좀 쉬라며 부엌엔 오지도 못하게 등 떠미는 엄마의 마음, 새벽 어시장에 나가 귀하고 신선한 것들 양손 가득 사 오는 엄마의 마음, 집에 돌아가는 나에게 꽁꽁싸맨 보따리를 쥐여주는 엄마의 마음... 엄마가 최선을 다해 나를 키웠다는 걸 알아. 그러니 엄마, 나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울게. 그리고 나를 지킬게. 밥 잘 챙겨 먹고 든든한 밥심으로 잘 살아볼 거야.(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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