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반려병 - '또 아파?'라는 말을 들었다, 오늘도 아무튼 시리즈 35
강이람 지음 / 제철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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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람 님의 [아무튼, 반려병]을 읽었다. 부제는 “‘또 아파?’라는 말을 들었다. 오늘도”이다. 아무튼 시리즈 35번째 책이다. 반려자라는 말은 흔히 들어왔지만, 반려병이라는 말은 어쩌면 이번 아무튼 시리즈에서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저자는 어릴때부터 일생을 골골거리며 살아온 덕분에(?) 작은 아픔과 병을 수반해온 삶에 대한 일종의 달관함이 엿보일 정도로 자신과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심도있게 고찰한 것 같다. 읽는 내내 아이고 정말 고생이 많았겠네 라는 안타까움과 그럼에도 자녀를 낳고 직장 생활을 해내는 저자의 강단이 놀랍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이렇게 전국의 골골이들이 감동할 만한 아무튼 시리즈까지 내놓았으니 그녀의 반려병은 더 이상 그녀를 힘들게 하는 무엇이 아니라 그녀를 이렇게 힘차게 살게 해준 원동력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아무리 튼튼하고 건강해보이는 사람도 중병을 얻어 한 순간에 몸이 쇠약해지기도 하고, 외소하고 허약한 체질을 타고나 잔병을 달고 살아도 오래 살기도 한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타인이 똑같이 그 고통을 느낄 수 없기에 때로는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졌다는 지독한 고독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고통을 견뎌내기 위해 오만상을 찌푸리며 응급실로 달려가는 시간은 마치 어떤 중대한 심판을 앞둔 죄인의 심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나이가 들어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서로가 얼마나 더 많이 아프고 급작스러웠는지 배틀을 벌이기도 한다. 나중에 승부가 갈린다 하더라도 대체 뭘 이런걸 그렇게 장황하게 떠들어댄 것인가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라도 내가 홀로 힘겹게 보낸 시간을 뒤늦게나마 보상받고 싶기 때문에 침을 튀겨가며 몇 배의 과장을 보태 아픔에서 벗어난 시간을 장황하게 떠들어대는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되고 또한 웃지 말아야 할텐데 도저히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는 소재들을 솔직하고 가감없이 묘사함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자녀를 낳고 보니 그때서야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너무나도 절절히 다가왔다. 언니도 마찬가지로 골골이 인생을 살아가다보니 노심초사 딸들을 보살피느라 여념이 없는 아버지의 사랑도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저자의 엄마가 보내준 메시지에 대한 감상은 눈물을 핑 돌게 만든다. 

“언젠가 이른 아침에 엄마에게서 긴 문자가 왔다. 

오늘은잠에서깨었는데
기분이참좋았어너희들
이내게와준것이얼마나
감사한지너희들많이사
랑한다오늘도좋은하루
보내거라늘건강챙기고
차조심하고문단속잘하
고밥거르지말고

돋보기안경을 쓰고, 독수리 타법으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이 문자 속에 딸들의 안녕을 기도했을 엄마의 새벽이 오롯이 담겨 있다. 단 한 칸의 띄어쓰기도 허락하지 않을 만큼 빈틈없는 간절함이 그대로 전해져 오늘도 다짐해본다. 건강 챙기고 차 조심하고 문단속 잘하고 밥 거르지 말자고.(135-136)”

“동료: 커피 드시게요?
나: 이제 설사도 좀 멎고 괜찮지 않을까요?
동료: 음, 설사할 때 커피는요.... ‘내가 커피를 먹어도 되나?’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먹는 거예요.
나: !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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