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20 소설 보다
서장원.신종원.우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소설 보다: 가을 2020]을 읽었다. 수록작으로는 서장원 작가의 [이 인용 게임], 신종원 작가의 [멜로디 웹 텍스처], 우다영 작가의 [태초의 선함에 따르면] 이렇게 세 단편이다. [이 인용 게임]에서 화자인 ‘나’는 헤어진 연인 노영과 친구처럼 다시 만나고 있다. 노영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자 곧바로 요양원에 수속을 받고 들어가게 된다. 자식에게 부담을 지우려 하지 않는 부모의 배려일 수도 있겠으나, 노영이 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머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노영을 기다린다. 화자는 노영과 호주에서 만나 알게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사랑을 시작하고 종결한다. 그들에게 호주에서 있었던 어떤 한 사건이 노영의 죽은 오빠 준영과의 일을 떠올리게 만든다. 노영은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머물던 숙소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나오게 되자, 홧김에 주인 아주머니의 아들의 일기장을 훔쳐온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어느 날 호주에서 일기장을 돌려달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 노영은 화자에게 그 일기장을 혹시 갖고 있냐고 물으며 오래전 병을 앓다 죽은 오빠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어린 나이에 중병을 앓게 되자 노영의 부모님은 만사를 재치고 아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게 되고 노영은 부모님의 관심에서 배제된 채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특히나 아픈 아들이 보드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되자, 노영의 엄마는 온갖 종류의 보드 게임을 공부하며 아들과 이 인용 게임을 하게 된다. 화자가 왜 같이 하지 않았냐고 묻자, 보드 게임은 주로 이 인용이거나 아니면 다 인용으로 셋이서 할 수 있는 게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오빠가 죽은 후 노영은 보드 게임을 중고 거래로 팔아 하고 싶었던 일을, 사고 싶었던 것을 산다. 그리고 화자는 노영이 남기고 간 패트릭의 일기장을 아주머니에게 돌려 주려 했으나, 그녀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일기장을 맥도날드 쓰레기통에 남은 감자를 버리기 전에 버렸다고 고백한다. 전쟁에 참가해 전역을 앞두고 죽음을 맞이한 패트릭의 일기장과 중병을 앓다가 죽은 오빠 준영이 좋아했던 보드 게임은 그들 어머니의 사랑의 매개체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기억나게 하는 것에 불과했다. 

“나는 언제나 영혼의 본질을 정보라고 보았다. 그 사람이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는 정보가 곧 그 사람을 이루는 모든 것이며 죽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재생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정보의 형태가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언니는 영혼을 명제 혹은 일종의 법칙이라고 해석했다.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드는 단순하고 우아한 공식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 공식으로 우주 어디에서나 영혼을 재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104)”

“감정과 기억에 관해서도 저는 곧잘 확신하지 못하거든요. 내 감정은 단일한 내가 만들어낸 감정이 아니고, 내 기억은 온전히 나에게서 비롯된 기억이 아니에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기분에, 표정에, 사연에 감정 이입하고 내 것이 아닌 슬픔을, 기쁨을, 분노를, 공포를, 때로는 거의 유사한 고통을 취할 수 있어요. 또한 전대 인류가 축적한 지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역사와 윤리와 미학을 공유하며,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동조되고, 그들의 말과 기억에 의해 믿음, 편견, 혐오에 빠지기 쉬우며, 때론 누군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나의 추억이 되기도 해요. 리베카 솔닛은 사람은 모두 식인을 통해 살아간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식인은 살과 피가 아니라 타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의 취함을 의미하잖아요. 저는 이 말에 정말 동의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먹고 서로에게 먹히다는 것. 뒤섞이고 있다는 것.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숲이라는 것. 무수한 전생이 축적되어 서로를 구분할 수 없게 된 영혼들은 여기서 시작되었어요. 저는 그들이 어떤 존재에 포함된 작은 세포이며 자신의 이름과 기능을 까맣게 모르는 채로 죽을 때까지 서로를 돕고 서로를 공경하는 하나의 몸이 아닐까 상상했어요.-저자와의 인터뷰 중에서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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