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마음
이두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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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온 작가의 [타오르는 마음]을 읽었다. 최근 들어 이렇게 오랫동안 한 권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긴 시간이 걸렸다. 거주지의 이동이라는 큰 임무를 수행하느라, 새롭게 생겨난 일정을 따라가느라 육신의 피로로 인하여 그렇기도 했지만, 주인공 벤나가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평원의 살인마를 찾아나서는 과정 또한 피로감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한국형 연쇄 살인마 스릴러와 같은 기운을 내뿜는 이 작품은 마치 배경이 한국의 어느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먼 타지를 연상시키는 묘사와 등장 인물들의 특이한 이름, 그리고 주로 스페인어권에서 행해지는 씨에스타라는 말이 반복되어 나오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유럽의 어느 넓은 평원이 연상되었다. 

주로 화자인 ‘나’는 어릴 때 평원에 몰래 들어갔다가 그만 연쇄 살인마를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벤나의 말을 듣고 몽타주를 만들어 범인을 잡으려 하지만, 벤나가 묘사한 범인의 모습은 기이하기 그지없다. 결국 마을 주민들은 벤나가 미친게 아닐까 생각하며 더 이상 벤나의 말을 신용하지 않는다. 살인범으로 나오는 위도는 사불이라는 말과 함께 평원에서 살인을 즐긴다. 처음에는 사불이 진짜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뒤로 갈수록 사불은 위도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이미 중반부터 살인범이 누구라는 것이 명확히 나오기에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지만, 이후 숨겨진 부분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히나 살인마를 이용하여 마을의 활성화 시킨 이들의 미심쩍은 행동들이다. 벤나의 친구로 나오는 오기와 노박은 놀라운 반전을 일으키며 벤나가 모든 숨겨진 사실이 드러나는 곳에 함께하게 된다. 

결국은 이 소설에서도 인간의 어긋난 욕심과 이기심이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 평생을 괴로워하며 지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의 얄팍한 상술로 이익을 취하려는 이들이 있는 현 사회를 꼬집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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