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테마 소설집
조남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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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를 읽었다. 7명의 작가가 거주지에 대한 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남주 작가의 ‘봄날아빠를 아세요?’, 정용준 작가의 ‘스노우’, 이주란 작가의 ‘별일은 없고요?’, 조수경 작가의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 임현 작가의 ‘고요한 미래’, 정지돈 작가의 ‘무한의 섬’, 김초엽 작가의 ‘캐빈 방정식’이다. 이 중에 ‘스노우’, ‘별일은 없고요?’,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이 특히 좋았다. 

‘스노우’는 1995년 서울에서 고베와 같은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을 가상으로 하여 재난 중에 종묘가 불타며 그곳에서 해설사로 일해온 이도의 이야기이다. 이도는 지진이 난지 1년이 지났음에도 종묘를 재건할 낌새가 보이지 않자 분통해하며 해설사로서의 역할에 무력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야간 경비원 서유성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이도를 위로하며 지금은 흔적도 없이 불타버린 종묘이지만 언젠가 다시금 예전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 믿는다. 서유성의 위로를 받은 이도는 깊은 밤 서유성과 함께 순찰을 나가게 되고 그곳에서 불타버린 종묘 한 가운데 있는 흰 고양이를 보게 된다. 이미 서유성이 먹이를 주며 지켜봐 왔기에 이름도 스노우라고 지었다. 서유성은 순찰 후 종묘에 대한 글을 매일매일 남긴다며 깊은 새벽 관리식 책상에서 홀로 앉아 있으면 그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꼭 장소인 것 같다고 말한다. “감정이 장소다. 그곳엔 여전히 어둠이 있고 고요가 있고 스노우도 있고 서유성도 있고 미안함도 있고 분노도 있고 그리움도 있다.(89)” 

‘별일은 없고요?’는 사직서를 낸 수연이 엄마가 머물고 있는 단칸방에서 지내는 이야기이다. 아주 특별한 일도, 고난도 고통도 없지만 시냇가의 물이 흐르듯 내면의 상처를 고요한 치유해 나가는 듯한 엄마와 딸의 삶은 그저 흘러가는 데로 나두는 것이 오히려 우리 삶에 있어서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엄마가 일하는 공장에 16명의 외국인이 있고 엄마는 그들의 밥을 해주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수연은 하릴없이 엄마가 일하는 공장에 들렀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쳐 주게 되고 엄마의 심부름으로 철물점에 들렀다 재섭이라는 남자도 알게 된다. 엄마가 새들어 사는 방의 방바닥에 칼자국이 많아 철수세미로 문질러서 생긴 자국인지 의심을 해보게 되고 여기서 누가 죽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엄마에게 묻자,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방이든 다 누군가 죽은 후의 방일텐데. 새집이어도 아무튼 언젠가 그 방에서 누군가는 죽는다.(112)”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고 잊고 싶지 않지만 잊히는, 그런 것들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게 누군가의 죽음이 되어도 되는 건지.... 나는 그건 좀 싫었다.(113)”

‘오후 5시, 한강은 불꽃놀이 중’은 의진이 서울의 작은 집 한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야근이 많던 직장에서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조금은 여유가 있는 곳으로 이직한 후 부동산 투자 모임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의진은 관광버스를 타고 지방의 투자할 곳을 찾아 함께 카페 회원들과 여행을 가기도 한다. 사장은 내연녀의 엄마의 환갑을 위해 하얏트 식사권을 구해놓으라는 지시를 내리고, 의진은 중고나라에서 식사권을 구입하기 위해 검색을 하다 양승미라는 여자와 연락을 주고 받게 된다. 원주에 산다는 양승미는 이천에서 만나 직거래를 해도 되고 등기로 보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의진은 어쩔 수 없이 양승미의 상황을 고려하여 먼저 송금을 하고 등기로 식사권을 받기로 한다. 양승미는 동생이 실수로 일반등기로 보내 하루 늦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의진은 뭔가 수상쩍은 느낌에 우체국을 방문해 직접 수령을 하게 된다. 수령한 봉투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을 발겨하게 되고 의진은 경찰에 신고하기에 앞서 양승미와 통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보낸 봉투의 주소는 원주가 아니라. 서울의 한 곳이고 그곳은 문패 같은 것도 없는 버려진 동네라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들이 공통된 주거지에 대한 질문의 답도 나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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