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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7
은모든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은모든 작가의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를 읽었다. 오늘의 젊은작가 27번째 작품이다. 작가의 데뷔작인 [애주가의 결심]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컸다. 주인공 경진은 직장에 들어가지 않고 과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엄마가 보기에는 맘에 들지 않고 안정된 직장을 다녔으면 하는데 경진은 오히려 그런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엄마집에 간지 2년이나 지나버렸다. 이야기는 경진이 과외하는 해미라는 소녀의 잠적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랜만에 맞이한 3일간의 휴가를 좀비처럼 집에서 보내고 싶었지만, 결혼을 앞둔 절친 은주의 방문으로 전혀 다른 양상으로 휴가는 흘러간다. 은주는 남친과의 갈등으로 미리 예약해 둔 호텔을 대신 경진과 함께 가게 된다. 경진은 은주덕에 호텔에서 여유롭게 하룻밤을 보내는 도중 남산 자락을 산책하다 어떤 부녀와 마주치게 된다. 엄마, 아빠, 딸도 함께 한 서울 나들이였지만, 딸이 자유시간을 달라고 하며 의문의 남자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오겠다고 아빠에게 털어놓게 되고 엄마는 절대 허락할 수 없다며 대판 싸우게 되어 이렇게 엄마와 따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경진의 부녀의 사연을 듣고 즉흥적으로 전주에 사는 엄마에게 내려갈 기차표를 예약하게 된다. [애주가의 결심]에서 주된 무대는 망원동의 깔쌈한 술집들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전주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여러 장소가 나온다. 은모든 작가의 작품은 이야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핫플레이스를 적절히 매치하여 독자로 하여금 나도 그곳에 가서 뭔가를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경진은 전주를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은밀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해주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2년만에 만난 엄마는 경진이 예전에 알던 엄마가 아니었다. 위염을 앓으면서도 믹스커피만을 마시던 엄마가 핸드드립을 정성스럽게 내려주며 ‘예가체프 같은 산미는 어떠니?’라고 묻는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다. 엄마는 딸 경진과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을 하며 2년 전 경진에게 표독스러운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해준다. 엄마의 우울증은 별것 아닌 손가락 수술을 하러 입원했을 때 만났던 어떤 할머니의 급작스러운 변화 때문이었다. 경진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의 변화를 반가워하며 내년에는 언니와 함께 꼭 해외여행을 가자고 권한다. 서울로 돌아가는 날 경진은 고등학교 동창 웅이의 연락을 받게 되고, 그와 만나 전주 향교를 돌아 가맥을 하며 동창들의 근황을 전해듣는다. 특히나 경진의 첫사랑이었던 현수의 전혀 몰랐던 과거를 알게 되고 서울로 돌아와 목욕탕에 들러 새신사에게 맛사지를 받으며 그녀의 딸이 사고로 죽게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경진은 2박 3일 동안 엄마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마도 그녀의 삶이 한뼘쯤은 커지지 않았을까 싶다.
“허망함을 깔고, 걱정을 베고, 서러움을 덮고 누운 것 같은 날들이 속절없이 이어졌다.(107)”
“향교의 유생들은 여러분처럼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했지. 학생들이 벌레가 안 생기는 은행나무처럼 건전하게 자라서 바른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은행나무를 심은 거야. 은행나무의 꽃말인 장수, 장엄, 진혼, 정숙의 의미.(11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