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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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었다. 순삭이라는 요즘 말처럼 한 번 펼치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멈출수가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주 옛날 이야기가 아니지만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금방 잊혀지거나 알려지지 않을 이들의 역사가 심금을 울린다. 예전에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을 읽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멕시코 이민사에 대한 내용을 접하며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역시나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일어난 하와이 이민사에 얽힌 이야기이다. 1905년부터 시작된 하와이 이민은 일제 치하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던, 그리고 나라 잃은 슬픔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이들로부터 시작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전인 그 때 가족을 떠나 생면부지의 땅으로 이민을 간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비행기만 타면 하루에 전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때도 아니고, 전세계 어디에 있든지 오지가 아니라면 인터넷으로 아무때나 친지, 지인들과 연락을 할 수 있는 때도 아닌, 어쩌면 떠남 그 자체가 영원한 이별일수도 있는 때에 그 머나먼 여행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그렇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사탕수수밭의 노동자로 떠난 이들은 대부분 젊은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포와라 불인 하와이에서 돈을 벌어 조선에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막상 그곳에 자리를 잡고 일하다보니 그렇게 쉽게 돌아올 수 없었고, 그 시기가 길어지다보니 결혼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와이 이민이 시작된지 몇년 후 사진신부라는 말이 생겨났다. 하와이에 정착한 총각들이 중매쟁이를 통해 사진을 보내 조선의 신부를 구한 것이다. 조선의 어린 소녀들은 이러 저러한 이유로 고향을 떠나 사진만 보고 하와이에 도착하여 결혼을 하고 삶을 꾸려나가게 된다. 사진만 보고 결혼을 결정했을 터라 그리고 막상 하와이에서 만난 신랑은 생각보다 나이가 너무 많거나 꾸며낸 이야기로 부풀어진 일들이 다반사라 처음만난 자리에서 신부가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작가는 버들, 홍주, 송화라는 가상의 사진신부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똑같은 삶을 산 사람은 없겠지만 그와 유사한 삶을 산 이들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척박하고 모진 상황에서도 삶의 끈을 놓치 않은 익명의 이민자들이 너무나도 위대해보였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버들, 홍주, 송화는 18살 밖에 안된 앳된 소녀들이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나이지만 그 당시에는 다들 그 나이에 시집, 장가가고 그랬다고 하니 사진신부로 나오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병든 시아버지 수발을 하고 일주일에 반나절도 쉬지 못할 정도로 강도높은 노동을 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을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송금했던 우리의 조상들. 주인공 버들의 남편 서태완은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버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든다. 태완의 독립운동을 묘사하며 당시 조선 독립을 위한 두 가지 상반된 노선으로 이민자들 또한 여러 패로 갈라져 갈등을 겪게 된 이야기도 나온다. 외교를 통해 강대국의 도움을 받아 독립을 하자는 이승만파와 무장군을 육성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하자는 박용만파가 대표적인 두 노선으로 나온다. 버들의 아버지는 의병활동을 하다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고 버들의 오빠 또한 아버지의 억울함 때문에 역시나 왜놈들에게 상해를 입어 죽게 된다. 버들의 어머니는 독립도 나라도 다 필요없다며 대체 무엇을 위해 이런 희생을 치뤄야 하는 것인지 고통스러운 삶을 살며 절대 살아남은 자식만은 그런 소용돌이에 휩싸이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버들이 포와에서 만난 신랑 태완은 어린 아들 정호와 버들을 남겨둔채 중국으로 떠나 본격적으로 박용만을 도와 독립운동을 하게 된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버들의 딸 펄이 나로 등장하며 마무리 된다. 펄은 고지식하고 고집센 엄마보다 자유롭고 활기찬 홍주 이모가 더 좋다. 그리고 남편 떠난 여자, 남편 죽은 여자,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라고 세 이모를 지칭하지만 송화만은 한 번도 못적이 없다. 송화는 누구일까 궁금하던 차에 홍주 이모의 상자에서 이상한 사진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송화가 누구인지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의 왜 [알로하, 나의 엄마들]인지 알려준다.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었다.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었다. 그 인사말 속에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하와이 원주민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했다. 레이 또한 단순한 꽃목걸이가 아니었다. 누군가 두 팔로 아는 것과 같은 의미의 레이는 사랑을 뜻했다.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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