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정민 배우의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을 읽었다. 몇년 전에 서점을 갔다가 진열대 위에 놓여진 걸 보기는 했었는데,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번 책도 권남희 번역가의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의 연속성으로 상상출판사의 에세이 시리즈를 관심있게 보다가 고르게 되었다. 그런데 2016년에 출판되었음에도 벌써 개정판까지 나오는 걸 보니 꽤 많은 독자가 선택했음에 나도 동참하기로 했다. 저자의 의도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이 ‘쓸 만한 인간’라는 건 중의적 의미가 담긴 것 같다. 어디든 분명 쓸모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라는 사실과 더불어 저자 스스로가 개인적으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쓸 만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박정민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많이 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본 ‘시동’에서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고, 글에서 진동하는 날것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정말 배우 본래의 모습대로 연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에 대한 강렬한 애정과 더불어 그냥 이시대의 보통 청년으로서의 고민과 사색을 가감없이 전해주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특히나 저자가 몇년 동안의 에피스도를 통해서 전해주고자 하는 단 한가지 중요한 진리는 바로 인간 존중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다. 이래저래해서, 어떤 처지가 되었든지 간에 이 세상에서 무턱대로 무시당할만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 그 당연하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는 진리를 전하기 위해서 이 배우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또 다른 그의 신작이 나오면 이 책에서 읽었던 구절들이 떠오를 것 같다. 

“지금 이 불행을 떠나보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그다음엔 또 어떤 불행이 찾아올까. 그불행을 대비해 이것저것 무기를 마련해놓는다. 그러면서도 제발 이 수류탄을 깨물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불행, 불안, 불확실.
알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고민. 다가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걱정. 그것들은 보통 일어나지 않아서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래서일까. 걱정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을 땐 차라리 그 일들이 일어나버리길 바랄 때도 있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강박 증상들이 지금 내 속이 썩어 있다는 걸 증명한다. 끝까지 일어나지 않는 그 불안들이 나를 증명하는 셈이다. 
‘네가 걱정하는 그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
사실이다.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그 모든 불안들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이런 모순 따위에 무릎 꿇어봤자 나가는 건 무릎뿐이다. 태생이 사이즈가 요만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리 떳떳하게 살지 못한 과거에 대한 노파심일 수도 있다. 별수 없다. 지나간 어제 때문에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 속에서만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결국엔 난 오늘도. 
다 잘 될 거라고 주문을 걸고,
소주 한 잔을 털어넣는다. (260-2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