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읽었다. 이전 발표작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고 독특함이 돋보이는 자기만의 색채를 유감없이 잘 드러낼 줄 아는 작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에세이를 읽고 그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지독한 전쟁의 시간을 보냈는지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무릇 작가라면 새벽녘에 일어나 건강식의 아침을 마치고 몇 시간 동안 집중해서 집필을 하고 오후에는 체력 관리를 위해 두 시간 이상 열심히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글을 쓰기 위한 자료 구성이나 명상을 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처음엔 박상영 작가의 일상을 말하는 줄 알았더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처절한 자기 반성이었다. 책 제목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라는 말이 챕터마다 반복해서 나오는데, 세 자리 수 몸무게가 유지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밤이면 밤마다 배달 앱을 켜고 주문한 음식을 먹어야 잠이 드는 자신의 폭식으로 인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한계를 고백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녁이면 오늘 밤은 기필코 굶고 자겠다라는 다짐을 하는 모습은 이상적인 루틴을 갖지 못하는, 아니 꿈꿔볼 수 도 없는 현실에 처한 많은 이들에게 적지 않는 위로를 주고 있다. 전업 작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출근 전 카페에서 3년간 글을 써온 성실함은 폭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나약함과 더불어 우리가 가진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회사에서의 에피소드, 퇴사를 앞두고 퇴사 이후의 심경변화를 솔직하게 담백하게 고백하는 내용, 그리고 전업 작가로서의 변화 등 혼자 킥킥대며 웃을 수 있게 해준다. “통장 잔고가 바닥났음에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했던 어느 우울한 날, 나는 마치 관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회사 생활이 아주 조금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가 이토록 치를 떠는데도 불구하고) 기업과 노동이라는 시스템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존속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싫으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억지로 만들어지는 루틴이 때로는 인간을 구원하기도 한다. 싫은 사람일지언정 그가 주는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자극이 되어주기도 하며, 한 줌의 월급은 지푸라기처럼 날아가버릴 수 있는 생의 감각을 현실에 묶어놓기도 한다. 밥벌이는 참 더럽고 치사하지만, 인간에게, 모든 생명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생이라는 명제 앞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바위를 짊어진 시시포스일 수밖에 없다.(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