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하루키 - 그만큼 네가 좋아 아무튼 시리즈 26
이지수 지음 / 제철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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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번역가의 [아무튼, 하루키]를 읽었다. 하루키 매니아 일명 하루키스트의 또 다른 대표주자로 임경선 작가가 있는데, 이렇게 출판계에 종사하는 분의 이야기는 나 또한 소극적 하루키스트이기에 새로운 동질감을 선사해 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하면 누구나 아는 [상실의 시대]는 95년 신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친해진 동기의 권유로 접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책이 두꺼워서였는지, 아직 정신적으로 유아기적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것 같아 중간에 포기했었다. 시간이 흘러 입대를 하고 [상실의 시대]를 다시 보게 되었다. 다 읽고 난 다음 처음 든 생각은 ‘아니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그때는 왜 읽다가 말았을까?’라는 자아비판이었다. 그 이후 군복무 중에 [댄스, 댄스, 댄스]와 [태엽갑는 새]와 같은 장편을 읽으며 하루키의 완전 팬이 되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하루키의 소설 속 주인공은 일상에서 보기 힘든 쿨함과 모던함에 몸에 배어 철철 넘쳐 흐르다 못해,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시니컬함이 마음에 들어 그를 따라하고 싶다가도 그렇게 했다가 당장 왕따나 4차원이 될 것 같아 용기를 내지 못한 적도 많았다. 유학 동안은 소설을 볼 여유가 없어서 한동안 그를 멀리하다 귀국 한 후에 [1Q84]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하루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달과 우물, 그리고 고양이 때로는 판타지 요소들이 난해함을 가중시켰지만, 그래도 팬의 소임을 묵묵히 해내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하루키 컬렉션을 완성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예전에 읽었지만, 어디갔는지 모를 작품들을 다시 사 모으고, 신간들은 바로 바로 구입해서 그의 소설은 거의 다 소장하고 있지만, 에세이나 여행기는 없는 책들이 많다. 어쩌면 하루키 덕분에 일본 소설의 포문이 열리게 되었고, 츠치 히토나리나 에쿠니 가오리나 릴리 프랭키와 같은 작가들의 책을 한 동안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 덕분에 다자이 오사무와 나쓰메 소세키와 같은 일본 근대 소설가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 결국 모방을 통해 새로운 나를 창조해 내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감정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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