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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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당연히 제목에 제시된 고복희라는 중년 여성이다. 이름도 특이하지만 그녀는 25년 동안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근무하다가 캄보디아 프놈펜에 원더랜드라는 이름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안정적인 중등교사에서 동남아시아의 호텔 주인이 되었을까? 소설에 묘사된 고복희는 무척 특이하다. 웬만한 일에는 감정을 드러내거나 동요되지 않고 원리, 원칙을 준수한다. 원더랜드 호텔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문이 열리고 자정이 되면 문이 닫힌다. 호텔에 통금 시간이라니? 이런 어이없는 규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행객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원더랜드의 손님은 점점 줄어간다. 원더랜드에는 단 한 명의 직원 린이 있다. 린은 캄보디아 사람이지만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언젠가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여기에 취준생 박지우가 등장한다. 박지우는 이래저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집에서는 구박덩어리이다. 금수저 친구의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에 자괴감에 빠진 박지우는 웹서핑을 하다 원더랜드에서 한 달 살기 예약을 한다. 박지우는 원더랜드에 홀로 도착하여 고복희에게 눈치 없는 대화를 시도하지만 고복희는 그런 박지우가 거추장 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박지우의 결정적인 실수가 드러난다. 이왕지사 캄보디아에 왔으니 앙코르와트를 보러 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앙코르와트가 있는 곳은 프놈펜에서 버스로도 7-8시간 거리인 곳이다. 박지우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여기가 캄보디아의 수도가 아니냐고 근데 왜 앙코르와트가 없냐고 묻자, 고복희는 불국사는 서울에 있습니까? 라고 대답한다.
아무튼 좌절한 박지우의 한 달 살기는 시작되고, 프놈펜의 한인회장 김인석과도 만나게 된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이 한인 사회에서 회장이나 목소리 큰 사람들이 분위기와 소문을 만들어내듯이 고분고분하지 않는 고복희는 김인석에게 몹시 불편한 존재이다. 박지우는 한 달 동안 지내며 프놈펜 한인 사회의 과거 사건을 알게 되고, 몇년 전 유사 휘발유 사업으로 때돈을 벌겠다고 전 재산을 쏟아부은 최 사장이 교회 3층에서 목매어 죽은 사건을 보게 된다.김인석과 고복희의 갈등은 심화되고, 고복희가 왜 프놈펜까지 와서 원더랜드라는 이름의 호텔을 열게 되었는지, 그녀와 남편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남편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투신해온 일은 새만금 갯벌을 살라기 위함이었기에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디스코를 즐기던 남편 장영수는 나이트클럽에서 줄곧 앉아만 있던 고복희를 사랑하게 되었고, 고복희는 새만금을 위해 투쟁하는 남편을 말리지 않는다. 두 사람이 사랑을 약속하는 아름다운 장면에 남편은 부인에게 나중에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가서 살자고 말한다. 남편의 죽음 이후 고복희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원더랜드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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