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때 상실감으로 온몸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가호게 벼해 버린 내 생을 들여다보며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모한 거지?‘라는 끊임없는 질문 속에 파묻혀 지내야 했다. 되폭이된 질문은 의문이 되어 갔고, 의문은 다시 자책과 절망으로 이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국어로 번역해야 할독일어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암호처럼 다가와 나를 괴롭혔다. 몸뚱이를 씻고 밥을 먹는 일이 무슨 의미인가 싶어지자점점 바보가 되어 갔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잠이 오면 그대로 아무 데나 누워 잠을 잤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게 명확하고 선명해져서 더 깊은 상실과 공포에 빠져들 뿐이었다. 그래서 잠을 회피해야 했고, 기피된 잠은 일상 의 파괴로 이어졌다. 결국 허무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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