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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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가게 재습격 - 무라카미 하루키

                                                -06. 02. 16. THU. PM 10:41

 

 

빵가게 재습격

 

.. 어쩌면 그것이 옳으니 옳지 않으니 하는 기준으로 

판단하기 곤란한 문제일지 모른다.

세상에는 옳은 결과를 초래하는 옳지 않은 선택도 있으며,

옳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옳은 선택도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부조리-라고 해도 상관없겠지- 를 회피하려면,

'우리는 실제로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난 그런 식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것이며,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코끼리의 소멸

 

코끼리의 소멸을 경험한 이후 나는 곧 잘 그런 생각이 든다.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 행위가 초래할 결과와

그 행위를 회피함으로써 초래할 결과 사이에

아무런 차이를 발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때때로 주변 사물들이 그 본래의 정당한 밸런스를

잃어버리고 만듯이 느껴지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코끼리 사건 이후 나의 내부에서 뭔가의 밸런스가 무너져 버려

그것으로 외부의 사물들조차 기묘하게 비치는 건지도 모른다.

그 책임은 아마 내 쪽에 있을 것이다.

 

 

 

 

 

패밀리 어페어

 

"땜질 인두 하나쯤 있으면 편리하죠" 하고

와타나베 노보루는 말했었다.

건전한 생각이야, 하고

나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너 덕분에 이제

우리 집에도 땜질 인두가 생겼다.

그러나 그 땜질 인두 때문에

그곳은 이제

내 집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마 그건

내 성격이 편협한 탓일거야

 

 

 

 

 

쌍둥이와 침몰한 대륙

 

결국 사람은 어떤 상황에도 스스로를 동화시켜 간다.

아무리 선명한 꿈도 결국은

선명하지 못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소멸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런 꿈이 존재했다는 것

조차 떠올릴 수 없게 되어 버릴 것이다.

 

 

 

 

 

로마 제국의 붕괴

 

....

이렇게 해두면 다음주가 되어도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떠올릴 수가 있다.

이런 주도면밀한 시스템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22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계속 써올 수 있었던 것이다.

모든 의미있는 행위들은 그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바람이 불든 불지 않든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태엽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

 

... 나는 점점 그 여자가 말한

'10분만 이야기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과연 10분으로 무엇을 서로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여자는 처음부터

10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한정된 시간의 설정에 대해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9분은 너무 짧고, 11분은 너무길지도 모른다.

마치 스파게티를 삶는 시간처럼... ...

 

 

 

                                                                              나에게 아직...

                                                                       단편은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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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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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에서만 내 사랑은 반짝입니다.

 

"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 군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2006. 02. 11. SAT. AM 12:15

 

         '냉정과 열정사이'라고 아는가?

          책은 물론이고 영화도 히트였기 때문에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빨간책의 저자 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은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대충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들의 모습은 분명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답지만

          지켜보는 이의 마음은 쓸쓸하게 만든다.

 

          평소 열심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도,

          그런데도 어쩌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그 사람을 느낀다는 것.

          인간은 누구나 천애 고독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을 하거나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용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란 제목은 이리사와 야스오 씨의 시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알콜 중독자 아내 쇼코.

          동성애자 남편 무츠키.

          남편의 애인 곤.

          쇼코는 룸메이트 같은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은 애인을 사랑한다.

 

          무츠키는 잠들기 전에 별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나도 따라서 베란다에 나가기는 하는데,

          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아니다.

          별을 바라보는 무츠키의 옆얼굴을 보기 위해서다.

 

          무츠키와 쇼코는 부모님의 걱정과 성화에 못이겨

          합의하에 결혼하게 된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쇼코는 자상한 남편 무츠키에게 점점 빠져든다.

          할 수만 있다면 무츠키와 곤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쇼코.

          이 야릇한 사랑이 반짝반짝 빛나는 이유는...

 

          우리들의 주인공 쇼코도 무츠키도 반짝반짝 빛나고,

          그 곁에서 곤도 반짝반짝 빛나고,

          얘기의 결말, 오붓하게 세 사람이 파티를 즐기는 장면도

          반짝반짝 빛납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이 세 사람의 만남이 그리고 사랑이 비수와 독약이

          되기에 충분함에도 서로의 허물을 핥아주는 혓바닥이요

          천상의 치료제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 애인의 머리를 빨간 리본으로 장식하여 선물이라고

          내미는 아내의 사랑 감각이

          어떻게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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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츠마 이야기 - 양키 소녀와 로리타 소녀
타케모토 노바라 지음, 기린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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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를 벗어날 수 없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모두들 금방 친구가 되고 싶어하고 동료를 원하지.

         그건 말이야, 혼자서는 불안하기 때문인 거야.

         혼자 있는 것이 무서우니까

         일단 누군가 옆에 있어 주길 바랄 뿐인거지.

         친구라느니 동료라느니 서로 확인을 주고받고

         안심하는 꼴이란 볼썽사나워서 원.

         그래서 그 친구랑 동료가 자신이 잘 모르는 세계에

         발을 내밀거나 다른 부류의 인간과 친해지거나 하면

         배신했다느니, 자기를 버렸다느니

         마구 아우성이나 치고 말이야.

 

         하지만 이 녀석 모모코는 언제나 혼자 힘으로 서 있어.

         누구에게도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룰을 지키며 살아.

         그룹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너희들과는 격이 다르다구.

 

 

-시모츠마 이야기-타케모토 노바라

-2006. 02. 10. FRI. PM 10:56

 

짱복쓰가 집들이 선물이라며 요 이쁜녀석을 들고 왔다.

영화광인 그가 '불량소녀 모모코'라는 영화예고편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그 원작소설을 선택했단다. 쎈스쟁이ㅡㅋ

받을 때는 예쁜 디자인에 기뻐 날뛰고

읽을 때는 신나는 어휘선택과 멋진 교훈에 감동해 버렸다.

 

이 녀석이 어떻게 생겼나면 말이지..

이렇게 겉표지까지 확ㅡ 끌어당기

는 색감에 저 겉표지를 벗겨보면

하얀 바탕에 금색 왕관이 그려져 있

고 간간히 공주풍 그림까지 첨부되

어 있다.

물론 이 그림들은 로리타정신을

갖고 있는 주인공 모모코의 의상그

림들.

모모코는 나풀나풀 흩날리는,  로코코시대에 귀족들이나 입고 다녔던

공주풍 의상을 선호한다.

 

로리타, 그것은 일본의 독자적인 스트리트 패션입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서의 로리타는 패션인 동시에 더 나아가,

흔들림 없는 절대적인 가치로 존재하는 거에요.

프릴이 가득 달린 블라우스에 코르셋으로 허리를 잔뜩 조여매고,

듬뿍 받쳐 입은 파니에 위로 스커트를 입고는

속세를 완전히 벗어난 듯한 헤드드레스를 머리에 쓰는 것.

그것이 바로 로코코에 몸을 바친 제 자신의 선서랍니다.

 

절대적인 로리타 소녀 모모코와 바이크를 쌩쌩 몰도 다니는 불량한 양키소녀 이치고의 이상야릇한 우정.

여기서 '양키'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미국X'이라는

뜻이 아니고 '불량'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폭주족을 의미한다.

이렇게 서로 섞일 수 없는 듯한 두 소녀가 '친구'가 아닌 더 값진

우정을 간직하는 과정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솔직 담백했다.

 

배신당하는 게 무서우면 사람을 믿지 말란 말이야.

상처받는 게 무섭다면 사람을 신뢰하는 게 아니라구.

배신당하고 상처받는 것이 겁나서 덜덜 떨면서 항상 상대방의 얼굴

색이나 살피고, 혼자가 되는 게 무서우니까 몇 번이고 동료라는 사

실을 서로 확인하려 하고, 그 얄팍한 사이를 깊게 해보겠다고 여럿

이 짜고서는 누군게에게 제재를 가하지.

나는 그런 서글픈 짓까지 해가며 친구랑 동료를 얻을 생각 없다구!

 

친구라는 관계와 연인이라는 관계를 새롭게 해석했다고 하면 될까?

소중한 사람을 내 안에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또한 나 자신도 상대방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룰을 지키고, 상대방의 룰도 지켜주면서

친해졌다고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더욱 존중해 주는 것.

 

마지막은 누구나 혼자라구.

아무리 밤을 새서 함께 이야기하고, 손을 잡으며 껴안고 잠들어도

각자 다른 꿈을 꾼단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서로 영향을 받고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사람의 사는 방식을 존중할 수 있는 거 아니냐구.

 

음...이 책의 느낌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겠다.

직접 읽어보라고 권장하고 싶다.

어느 특정한 문구보다는 전체의 흐름을 느끼면서 그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책의 분위기는 '들돼지를 프로듀스'처럼 드라마를 보는

듯이 가볍게 빨리빨리 읽혀지지만 가볍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와 사람을 혹하게 만든다.

처음에도 말했듯이 이 책은 '불량소녀 모모코'의 원작소설이다.

꼭 '불량소녀 모모코'를 보고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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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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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너무 좋아, 미도리"

       "얼마만큼 좋아?"

       "봄철의 곰만큼."

       "봄철의 곰?" 하고 미도리가 또 얼굴을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봄철의 곰이라니?"

 

       "봄철의 들판을 네가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말이지,

        저쪽에서 벨벳같이 털이 부드럽고 눈이 똘망똘망한 

        새끼곰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네게 이러는 거야.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와 함께 뒹굴기 안 하겠어요?'하고.

        그래서 너와 새끼곰은 부둥켜안고 클로버가 무성한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종일 노는 거야.

        그거 참 멋지지?"

 

       "정말 멋져."

      

       "그만큼 네가 좋아."

 

       -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2006. 02. 02. THU. PM 10:59

 

        리뷰해서 다시 읽은 책에서 새로운 맛이 나더라.

        그래서 이번엔 고딩땐가? 하여간 오래전에 읽은

       '상실의 시대'를 다시 들었다.

        이건 새로운 맛이 아니라 처음 읽은 느낌이다.ㅡㅡ.

        세상에. 이렇게 완벽하게 머릿속이 깨끗할 수 있는거야?

        이렇게 좋은 구절들이 많은데, 이런 구절이라면 머릿속에

        영원히 남을 법도 한데 처음 읽은 느낌이라니.....;;;

        사실 어렸을 때 읽기에는 약간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 더러,

        아니 조금 많이 쓰여 있긴 하다.

        옛날같으면 19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금서가 될법한 내용도

        더러........아니 조금 많이......^^;;

        읽으면서도 내내 '그때는 이게 뭔지 알고 읽었었지??'하고

        의문을 품으며 킥킥 웃었을 정도? 쿡....

 

        여기에서 와나타베는 나에게 홀든콜필드같은 존재였다.

        그 역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고 레이코에게 홀든콜필드를

        흉내내는 건 아니냐는 대목에서 정말 쓰러질듯이 좋아졌다.

        비록 가장 좋아하는 책이 '위대한 개츠비'이긴 하지만.

        (기대에 부풀어 읽었던 나는 그 책에 대략 실망했었다.)

        또한 와타나베는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농담따윈 하지 않

        는다는 얼굴로 농담을 곧 잘 한다'

        나를 정말 쓰러지게 킬킬대게 한다니까!!!!!!!!!

        

        제가 여기서 그려 내고 싶었던 것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입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간명한 테마입니다.

 

        이렇게 완벽한 연애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덮는

        나의 느낌은 삶의 지침서를 읽은 느낌이었다.

        일생을 살아가며, 그것도 감정이 가장 가늘어질데로

        가늘어진 사춘기 시절에 누군가를 잃고 또 잃어가는

        상실의 시대속을 걸어가는 우리들의 지침서.

        이 소설이 12년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놓일 수 있게 된

        이유도 어느 시대든 또 어느 나라에서든 누구나 다 상실의

        아픔이라는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내 안에서 그녀에 관한 기억이 언젠가는 희미해져 가리라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나를 향해 자기를 잊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호소하지 않았던가.

 

        누구나 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한때 내 머리속을 가득 채웠던

        사람이 있을테고 그랬던 그 사람이 지금은 얼굴조차 잘 기

        억나지 않음에 안타까워 하지 않은가?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하루키는 잘 쓰다듬어 주고

        우리는 그에게서 위안과 용기를 동시에 얻는다.

        누군가를 잃어가는 상실의 아픔에서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음을.

 

        인생은 비스킷통 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비스킷통에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요?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자꾸 먹어버리면 
        그 다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이걸 겪어 두면 나중에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통이다라고. 

 

        이 소설에서는 와타나베는 물론이고 미도리, 나오코에게도

        죽음의 끈과 끈들이 계속해서 이어져 세상에 남은자들에게

        아픔을 준다.

        마지막에 가서는 나오코 역시 나무에 목을 맴으로써

        와타나베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인상을 풍기지만

        하루키의 메세지는 더욱 단단했다.

       

        나처럼 무력하고 불완전한 여자도 때로는 산다는 게 근사하

        다고 생각하며 산다구.

        정말이야, 그건!

        그러니 와타나베도 더욱 더 행복해져야 해.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해봐.

 

        우리는 살아 있었고,

        계속 살아가는 일만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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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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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남편을 죽였습니까?"

      "뱃속에서 아기가 딸꾹질을 했어요."

      "음, 그래서?"

      "그뿐이에요, 난 파비앙을 죽였어요."

      "아기가 딸꾹질을 했기 때문에 남편을 죽였다고요?"

       뤼세트는 그 말에 당황한 것 같았다.

       이윽고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그렇게 간단하진 않아요.

       그런데 이제 아기의 딸꾹질은 그쳤어요."

      "아기의 딸꾹질을 그치게 하기 위해 남편을 죽였단 말입니까?"

       그녀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아녜요, 맙소사, 그런 웃기는 얘기가 어디 있어요?"

      "그렇다면 어째서 남편을 죽인 거죠?"

      "내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그녀는 이번에는 진지하고도 비극적인 태도로 말했다.

      "아, 남편이 아기를 위협했나요?"

      "예."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해야겠군요."

      "예."

      "그가 아기를 어떻게 협박했는데요?"

      "아기가 사내애면 탕기라고 부르고, 여자애면 조엘이라고

       부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뿐이에요."

      "남편이 고른 아기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남편을 죽였단

       말인가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논리에 뭔가 빠져 있긴 했지만,

       맞는 얘기인 것은 분명했다.

 

      -2006. 01. 17. TUE. AM 12:11

      -로베르 인명사전-아멜리노통

 

      이렇게 어렵게 지어진 그녀의 아기이름은 '플렉트뤼드'였다.

      이 책에서 줄곧 내내 그 이름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불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어쩐 점에서 이상한건지 모르겠다.

      하여간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출생을 알지 못한 채

      죽은 엄마의 언니 클레망스의 손에서 자라나며

      플렉트뤼드는 발레리나를 꿈꾼다.

      지나가는 모든 이들을 매혹시키는 미모.

      누구나 감탄하는 발레리나의 눈.

      자기 자신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플렉트뤼드는

      모든 이들의 찬사속에서 발레리나의 꿈을 키워가지만

      그 역시 순탄하지 않다.

      그녀의 삶 역시 특별하게 진행될 터였다.

 

      이 책의 부제는 '나를 죽인 자의 일생에 관한 책'인데

      끝부분에 쌩뚱맞게 아멜리 노통이 등장하고

      플렉트뤼드가 아멜리 노통을 총으로 살해하는 것으로 끝난다.

      대체 이게 뭔지......ㅡㅡ;

      극적이면서 너무나도 재미있는 빠른 전개속에서도

      끝부분에선 항상 감동적이고도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나이건만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끝나버리다니......

      물론 장면의 하나하나는 유머러스한 문체와 정말 고심고심하여

      고른 흔적이 보이는 멋진 단어들로 흥미를 유발시키지만

      그런 기대가 컸던만큼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결말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잘못 읽은 건가......

      그러나 어떤 이야기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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