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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째서 남편을 죽였습니까?"
"뱃속에서 아기가 딸꾹질을 했어요."
"음, 그래서?"
"그뿐이에요, 난 파비앙을 죽였어요."
"아기가 딸꾹질을 했기 때문에 남편을 죽였다고요?"
뤼세트는 그 말에 당황한 것 같았다.
이윽고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뇨, 그렇게 간단하진 않아요.
그런데 이제 아기의 딸꾹질은 그쳤어요."
"아기의 딸꾹질을 그치게 하기 위해 남편을 죽였단 말입니까?"
그녀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아녜요, 맙소사, 그런 웃기는 얘기가 어디 있어요?"
"그렇다면 어째서 남편을 죽인 거죠?"
"내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그녀는 이번에는 진지하고도 비극적인 태도로 말했다.
"아, 남편이 아기를 위협했나요?"
"예."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해야겠군요."
"예."
"그가 아기를 어떻게 협박했는데요?"
"아기가 사내애면 탕기라고 부르고, 여자애면 조엘이라고
부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뿐이에요."
"남편이 고른 아기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남편을 죽였단
말인가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논리에 뭔가 빠져 있긴 했지만,
맞는 얘기인 것은 분명했다.
-2006. 01. 17. TUE. AM 12:11
-로베르 인명사전-아멜리노통
이렇게 어렵게 지어진 그녀의 아기이름은 '플렉트뤼드'였다.
이 책에서 줄곧 내내 그 이름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불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어쩐 점에서 이상한건지 모르겠다.
하여간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출생을 알지 못한 채
죽은 엄마의 언니 클레망스의 손에서 자라나며
플렉트뤼드는 발레리나를 꿈꾼다.
지나가는 모든 이들을 매혹시키는 미모.
누구나 감탄하는 발레리나의 눈.
자기 자신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플렉트뤼드는
모든 이들의 찬사속에서 발레리나의 꿈을 키워가지만
그 역시 순탄하지 않다.
그녀의 삶 역시 특별하게 진행될 터였다.
이 책의 부제는 '나를 죽인 자의 일생에 관한 책'인데
끝부분에 쌩뚱맞게 아멜리 노통이 등장하고
플렉트뤼드가 아멜리 노통을 총으로 살해하는 것으로 끝난다.
대체 이게 뭔지......ㅡㅡ;
극적이면서 너무나도 재미있는 빠른 전개속에서도
끝부분에선 항상 감동적이고도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나이건만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끝나버리다니......
물론 장면의 하나하나는 유머러스한 문체와 정말 고심고심하여
고른 흔적이 보이는 멋진 단어들로 흥미를 유발시키지만
그런 기대가 컸던만큼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결말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잘못 읽은 건가......
그러나 어떤 이야기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