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돼지를 프로듀스
시라이와 겐 지음, 양억관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누가 무슨 생각을 하든

    사회 속에서 정해진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면,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우리는 학생의 신분으로 자리에 앉아 있고,

    아저씨는 선생의 신분으로 교단에 서 있다.

    누가 보아도 수업을 하고 있다는게 드러날 수 있다면,

    세상은 마음을 놓고, 하루는 무사히 지나간다.

    중요한 것은 겉보기.

 

    -들돼지를 프로듀스-사라이와 겐

    -2005. 12. 11. SUN. AM 12:27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준다길래 샀더랬다.

     이런 책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더랬다.

     그렇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충격과 반전은 말로 못할정도.

     오히려 고대고대했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살살살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내 머리를 띵~하고 내리쳤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한다.

     10대...그 나이가 아니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방황과 고민.

     그리고 '데미안'처럼 알을 까기 위한 몸부림.

     결국은 새로운 세계에서 받아드는 낯선 상처까지.

    

     사실 제목은 약간 유치하다고 생각했다.ㅡㅡ;

     들돼지를 프로듀스?? 말 그대로 들돼지를 프로듀스.

     주인공 기리다니 슈지.

     '슈지짱~'이라고 불리는 운동잘하고 공부잘하고 잘생긴데다가

     유머까지 갖춘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만점 스타.

     그러나 사실 주인공은 이렇다. 가면을 쓴 우울한 소년.

     반 친구들이 말을 걸면

     '귀찮아. 닥쳐 좀!!' 라고 생각하면서도 밝게 대꾸하는 그런인간.

     인간관계란 너무 가까이하면 뜨겁고 너무 멀리 하면 차가워져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히 농을 걸면 그만.

     그래서 스타가 된 그 소년이 반의 왕따를 프로듀스하는 것이다.

    

     그럼주인공 슈지짱이 프로듀스하는 들돼지는 누구?

     반의 전학생이자 오자마자 '거부감'을 일으키는 외모때문에

     '따'가 되버린 고타니 신타. 신(信)타의 동음은 노부타.

     노부타는 우리말로 들돼지.

     우리의 인기스타 슈지짱이 들돼지를 반에서, 아니 전교에서

     최고의 인기인이 될 수 있도록

     PD가 연예인을 프로듀스하는 것처럼 노부타를 프로듀스한다.

     결과는 대성공. 그리고 추락하는 '나'

 

     이기적인 나의 투정에, 나는 어이없이 웃으며

     체념하면서 펼쳤던 손바닥을 오므렸다.

     그러자 바닥에 닿아있던 왼쪽 로퍼가 천천히 일어서더니

     그 때처럼 좌우로 흔들렸다.

     눈물이 흘러내려 로퍼가 뿌옇게 흐려지고,

     나는 블레이저 소매로 눈물을 찍었다.

    

     누군가가 나를 봐 주지 않으면

     난 불안해서 죽어 버릴 것 같은 것이다.

 

     결말은 섬뜩했다. 착찹하고.

     내가 이렇게 살아온 건 아닌지.

     슈지는 자기가 가족앞에서도 가면을 쓰고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행동을 하는 거지만

     난 그것도 자각하지 못한채 무심코 그래왔던 건지도 모르잖아...

     누구에게나 정말 강력추천하고 싶은 소설.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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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설계자 2005-12-26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로 공감합니다.
저도 사실 등짝을 보고 산 건데 오히려 이 책에서 더 많은 것을, 아주 멋진 것들을 느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