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순간 나는 클로이의 팔꿈치 근처에 있던.

무료로 나오는 작은 마시멜로 접시를 보았다.

의미론적 관점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갑자기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길래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아버린 사랑이라는 말과달리.

나의 마음 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더 불가해한 일이지만.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험프리 보가트와 로미오에게 눈을 찡긋하며.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사랑은.

적어도 클로이와 나에게는.

이제 단순히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입에서 맛있게 녹는.

지름 몇 밀리미터의 달콤하고 말캉말캉한 물체였다.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05. 08. 17. WED. AM 8:09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책 표지가 심히 거부감을 일으켰다.

후기에서도 딱딱하다는 평이 남발했다.

읽고싶은 마음 반. 별로일 것이라는 마음 반.

그렇게 그렇게 보통씨의 책을 주문하는 걸 결정하는 일이란

너무 어려웠다.

 

"머해" "책읽고 있어" "무슨 책 읽는데??"

"보통사람이 지은 책이야"

"깔깔깔깔깔깔깔~~~~ 보통사람이 지은책은 어떤 책인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렇게 나의 형님이 읽고 있고. 또 권유했던 이유로.

결국은 이 책을 주문하게 되었다.

생각대로 여전히 겉표지는 나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고

책 두께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두꺼웠다.

하지만 첫 10페이지를 읽고 말 그대로 필이 꽂혔다.

내가 좋아하는 문체.

엉뚱하고 일상적이면서 깊은 매력을 갖고 있는 말투.

역자의 말로는 웃음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적 노력이 따라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한번 이라도 사랑을 해 본 사람이거나 약간의 이론만 가지고 있어도

쉽게 수긍하고 무릎을 '탁' 칠 수 있을만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시끌벅적한 지하철이나 버스 안이 아닌.

차분한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서 의미를 곱씹어 보아야 한다는

주의할 점을 가지고는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한장이 넘어가기가 무섭게

밑줄을 박박 긋느라 정신이 없었다.

야밤에 혼자서 깔깔깔 큰소리로 웃기도 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또 사랑하고 싶은 사람. 이라면.

적극 추천해 주고싶은 보통씨의 사랑이야기.

 

 





그러나 분명한 그림은 떠오

르지 않았기 때문에,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있

던 그녀의 이상적인 남자에

대한 그림을 계속 재조정해

야 했다.

그녀는 똑같은 점을 두고 한

번은 칭찬을 했다가 조금 후

에는 비난을 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제시하고 싶은 자아를

미친이 계속 고쳐 써야 했다.
그녀는 감정적 취약성을 칭찬하는 듯하다가.

곧이어 그것을 비판하고 독립성을 찬양했다.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찬양하다가.

결혼이 위선이라는 근거로 간통을 정당화하기도 했다.

 

 


침실에서는 모든 평가적 판

단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려

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침실에서는 연인들의

생각의 소리를 삼켜버리는

숨소리.

나는 정열에 사로잡혀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

라는 메시지를 확인해주는 숨소리만 들린다.

나는 키스한다, 고로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신은 이 필수적인 미친 상태를 거부하고. 다른 사람들은 숨을 헐

떡거리는데 혼자 제정신을 유지하는 상태를 상징하기 때문에

불쾌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이 여자는 이런 구

두와 나를 동시에 좋아할 수

있을까?"

차이를 농담으로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표시이다

유머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서 일어나는 짜증의 벽들을

따라서 늘어서 있었다.

농담 뒤에는 차이에 대한. 심지어 실망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긴장이 완화된 차이였고.

따라서 상대를 학살할 필요 없이 벽을 넘어갈 수 있었다.

 

 


아름다움이 사랑을 낳을까.

아니면 사랑이 아름다움을 낳을까?

클로이가 아름답기 때문에

내가 그녀를 사랑할까.

아니면 내가 그녀를 사랑하

기 때문에

그녀가 아름다울까?

내가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클로이의 외모에 대한 나의 주관적 반응일

뿐이었다.

나는 클로이가 나를 행복하게 해줄 때

클로이가 아름답다고 생각했으며.

클로이는 아름답기 때문에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예를 들면 나는 그녀의 두 앞니

사이의 틈을 이상적인 배열로

부터의 불쾌한 일탈이라고 보

는 것이 아니라.

치아의 완벽성을 독창적으로.

그리고 사랑할 가치가 있는 방

식으로 재배치한 것으로 본다.

 

 

 




나는 그녀의 사소한 동작에

서도 매력을 느꼈다.

모든 것을 그녀가 완벽하다

는 증거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았을까?

거의 모든 것을 보았다.

 

잠시 나는 요구르트 병이 되어 그녀의 부드럽고 사려깊은

처리절차에 따라서 쇼핑백의 참치 캔과 올리브 기름병 사이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 공상을 했다.

내 공상과 어울리지 않는 슈퍼마켓의 사무적인 분위기를 보고서야

나는 내 낭만적 병이 얼마나 깊은지를 깨달았다.

 

차로 돌아가면서 나는 클로이가 식료품 사는 일을 아주 귀엽게

처리하더라고 칭찬해주었다.

"멍청한 소리 말고 트렁크나 열어. 열쇠는 내 가방에 있어."

클로이가 대꾸했다.

 

 


연인에게도 절대로

네 사랑으로 꽉 채워진 이

람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냐.

아니면 네가 상상한 것에

불과하냐.

하고 묻지는 말아야 한다.

 

의학사를 보면 자신이 달걀

프라이라는 이상한 망상에 빠져서 살아가는 사람의 사례가 나온다.

그가 언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찢어질까봐" 아니면 "노른자가 흘러나올까봐"

어디에도 앉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의사는 그의 공포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진정제 등 온갖 약을 주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어떤 의사가 미망에 사로잡힌 환자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서

늘 토스트를 한 조각 가지고 다니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하면 앉고 싶은 의자 위에 토스트를 올려놓고 앉을 수가있고

노른자가 샐 걱정을 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이 환자는 늘 토스트 한 조각을 가지고 다녔으며.

대체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이 미망 (사랑.자신이 달걀이라는 마음)에

빠져서 살 수도 있지만.

그것을 보완해 주는 것 (비슷한 미망에 빠져 있는 클로이와 같은

연인, 토스트 한 조각)을 찾아내면

모든 일이 잘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닥터사베드라는 안헤도니아

라고 진단했다.

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갑작스러운 공포에서 나오는

것으로. 고산병과 아주 흡사

하다고 규정한 병이었다.

행복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

은 행복이 워낙 희귀하기 때

문에 눈앞에 다가오면 무시

무시하고 불안해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너를 사랑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싫다.

"너를 이런 식으로 미워할 수 있다는 게 기분 좋아.

네가 이것을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놓여.

내가 너한테 꺼지라고 말하면

너는 나한테 뭘 집어던지기는 하지만 떠나지는 않거든.

그게 안심이 돼."

 

 


불쾌한 일이 있으면 그 즉시

화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너

그러운 일이다.

그렇게 하면 상대는 죄책감

을 키울 필요도 없고.

전투를 중단해달라고 삐친

사람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

울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낭만적 테러리스트는 말한다

너는 나를 사랑해야 한다.

너한테 삐치거나 질투심을 일으켜서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겠다.


 


여자가 남자를 배반함으로

해서 생긴 고통을 놓고 배반

당한 남자가 배반한 여자를

위로하고 있다니........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기로.

울지 않기로.

피해자나 처형자가 된 것처

럼 느끼지 않기로 했다.

비록 내 사랑이 희생이 포함

되었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을 뿐이다.

나를 사랑해다오!!

무슨 이유 때문에? 나에게는 일반적이고 빈약한 이유밖에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나도 네가 나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내가 너의 사랑없

는 살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해다오........
유서는 많은 초고를 거쳤다.

내 옆에는 구겨진 종이가

잔뜩 쌓여 있었다.

갑자기 나는 알약들이 든 통

으로 손을 뻗어 통째로 집어

삼켰다.

그것이 거품이 이는 비타민C알약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이제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

녀의 부재가 아니라.

내가 그녀의 부재에 무관심

해진다는 것이었다.

 

시간은 자신을 생략한다.



 


 

 

 

대책이 서지 않는 사랑의 고

통 때문에 비관적이 된 나는

사랑으로부터 완전히 떠나버

리기로 결심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디너 파티

에서 레이철이라는 여자를

만났다.

레이철의 모습은 나에게 금

욕주의적 접근방법의 한계를

일깨워 주었다.

사랑에 고통이 없을 수 없고.

사랑이 지혜롭지 못한 것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비합리적인 만큼이나 불가피했다.


 

그런 떨림은 한 가지를 의미할 수밖에 없었다.

- 내가 다시 한번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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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이란 게 아니에요.... 너무 유명해서 이리저리 줏어들은 게 많은 것 때문에 너무 기대한 나머지 약간 허무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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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도 안되는 글을 읽고.... 울고...웃고...흥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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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책을 읽으면서도 정작 책에 대해서 잘 모를때가 있어요.. 책에 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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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지치고 힘들때....내가 살아있음을 일깨워주는 책들입니다..^^ 살아서 두 눈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행복하다고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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