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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ㅣ 살림지식총서 168
김성곤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평점 :
1980년
<호밀밭의 파수꾼>은 존 레논의 살인사건과 관련해
커다란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존 레논을 죽인 마크 데이빗 채프먼이 홀든 콜필드에
매료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존 레논을 저격할 때에도 <호밀밭의 파수꾼>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논의 등에 다섯 발의 총탄을 발사한 후,
채프먼은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호밀밭의 파수꾼>을 꺼내들고 읽고 있었다.
콜필드가 기성세대를 가짜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채프먼 역시 레논을 가짜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사진은 저격당시 쓰고 있었던 존 레논의 안경을 소재로
그의 연인 오노요코가 찍은 사진이다)
- 2006. 09. 29. FRI. AM 2:07
- J.D.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김성곤
저 사진을 볼때마다 오노요코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물이 앞을 가려 셔터나 제대로 누를 수 있었을까?
존 레논의 눈이 자꾸 떠오를텐데.
그렇다고 해서 홀든 콜필드를 미워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난 홀든콜필드와 존 레논 그 둘 중
어느 하나에게는 관심이 없었었다.
홀든콜필드였나?
무튼.
그 둘을 좋아하게 된 이상 그 상관관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반항아나 다름없는 홀든이 어떻게 존 레논의
저격이라는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었을까.
당시 미국사회에서는 이 책을 금서로 규정했을만큼
'정치적 보수주의, 경제적 호황, 그리고 사회적 순응'
의 시대였다.
간단히 말해 사회가 홀든을 반항아로 만들었고
그 시대 청년들을 '성난 젊은이'로 만들었으며
비트운동을 발발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홀든은 비트 운동가들의 상징이었고 또 그들 자신이었다.
홀든과 샐린저가 그 시대의 청년들을 일깨운 것이다.
그 중에는 존 레논의 살해범처럼 책을 잘못 읽은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홀든과의 경험공유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많은 청년들이
홀든의 어떤 점이 좋아서?
<호밀밭의 파수꾼>은 이 세상이 본질적으로 '가짜'라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순진성을 상
실하고 어른이 되며, 결국 그 '가짜'의 일부가 되어간다
는 것을 인식하는 소설이다.
홀든은 자연사 박물관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영속하는 순수란 없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순수를 상실하고 타락하며,
결국 허위와 가식 속에 살게 된다.
홀든의 고뇌는 바로 그러한 필연적 사실의 슬픔을
인식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물건에 따라서는 언제까지라도 현재모습 그대로 보존하
고 싶은 것이 있는 법이지.
그런 건 그 큰 유리 상자에 넣어서라도 가만히 놔둬야
한다고 생각해.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런 불가능이 너무나 안타깝거든'
모든 게 변해버리는 이 사회가 싫어서
샐린저는 숨어버렸고 홀든은 죽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잡초같이 꿋꿋이 살아남아서 모든 것과 조우하면서
살아 남겠다.
어차피 누구나 순수를 상실하고 타락하게 된다면
홀든이 말하는 '가짜'라는 사회가
사실은 우리에게 '진짜'사회가 아닐까?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