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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의 꿈
강영우 지음 / 생명의말씀사 / 1998년 7월
평점 :
품절
헬렌 켈러의 말이 생각났다.
닫힌 문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
이미 열려있는 다른 문을 볼 수 없다는 말이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아버지의 점자책을 자세히 보았다.
그림 한 장도 없는 페이지 위에
손을 얹어 놓고 이리저리 더듬어보며
아버지는 어떻게 읽으실까 생각해 보았으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순간 나는 아직껏 아버지가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버지의 실명으로 내가 잃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오히려 어둠속에서 책을 읽어 줄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나는 쉽게 잠들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더 큰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방안에 어질러져 있는 장난감과 옷들이 방해할 수 없는
어둠의 세계로 나를 데려가 그 어둠 속에서 아버지와 나와
내 상상은 떼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된 것이다.
- 2006. 05. 13. SAT. AM 8:10
-아버지와 아들의 꿈 - 강영우 박사
아동심리학 시간이 너무 좋다.
교수님도 똑부러지고 야무진 여자 교수님일 뿐만 아니라
책이며 영화이며 정말 좋은 작품들을 많이 알게된다.
여자의 우아함과 지적인 면을 강조하는 우리 교수님.
완젼 코미디언 뺨치는 유머까지 소유하고 계시는. 훗 ㅡ
과목이 과목인 만큼 아동지체 영화나 아이들의 교육을 다루는
책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딱딱한 교육서가 아니라 우리에게도 필요한 정신
을 심어주는 것들이라 나에게도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더군다나 벌써부터 내 아이들의 교육에 생각하는(?)나에게는
안성맞춤인 강의이다. 너무 좋아!!! >.<
이 책 역시 교수님의 추천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지은이. 맹인 강영우 박사.
미국에서 대통령 임명, 상원 인준을 거치는 고위 공직자 500명
중 한 명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집이 잘 살아서 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나 보지...' 하고 생각했었다.
내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려 했던 나의 생각은
부끄럽게도 화ㅡ악!! 꺾여 우회하여 빗나가고 말았다.
그의 실명으로 병원비를 충당하다가 온 가족이 뿔뿔히 흩어지는
고통을 겪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서울 맹학교 고등부를 졸업하고 연세대 교육과에
입학. 문과대학 전체 차석으로 졸업하게 된다.
그 해 그를 돕던 자원봉사자의 아내를 얻고 아내와 함께 도미,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석사. 심리학 석사. 교육 전공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 1976년 4월 한국 최초 맹인 박사가 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후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인입니다. 미국인은 컴패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는 말로 연설을 끝냈는데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부시라는 이름에 치를 떠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미국을 별로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들에게서 배울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강영우 박사가 장애인의 몸으로 대학교나 미국유학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의 봉사자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
대학교 4년 내내 맥닐부부의 송금이 끊이지 않았고
미국 유학을 가서는 학비를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봉사자들의
원조를 받아 풍족하지는 않지만 공부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또 그들의 아이들이 탄생했을 때 이곳 저곳의 선물과 끊임없는
관심은 아버지가 맹인이었지만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는 데
큰 보탬이 되었다.
<강영우 박사와 두 아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감동을 받았던 것은
강영우 박사의 아들들의 됨됨이였다.
강영우 박사는 맹인이었지만 그의 전공이 교육학이었듯이
아이들의 교육에는 정말 큰 힘을 쏟았다.
몇 년간 아들들의 이름으로 저축을 해서 비록 생활은 여유롭지 않
아도 그들의 자식들은 가장 좋은 학교에 보냈고
지금 두 아들 모두 하버드 대학에서 한 명은 의학전공으로
한 명은 법학 전공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게다가 맹인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엿보였고
아버지가 장애인인 만큼 봉사에도 열심히였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우게
되어 너무 좋았다. 읽는 동안 내내 '아..나는 이 때에 우리 아이들
에게 이렇게 말해줘야지' 하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벌써 아이를 가진 엄마처럼 책에 줄을 박박 그으며 공부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벌써부터 내 아이들 생각에 뿌듯하기까지도.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훌륭한 핏줄들과 함께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