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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동문선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 탈 없이
평온무사하게 살아간다는 것도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2006. 06. 23. FRI. PM 12:26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산문집.
이 책은 <주간 아사히>에 1년 몇개월에 걸쳐 연재된
에세이가 새롭게 편집되어 정리되어 있다.
사실. 하루키에 대해서 잘은 몰랐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너무 기뻤다.
약간은 이웃집 아저씨같은 친근감이 들정도??
외모도 진짜 소심한 이웃 아저씨같이 생겼는데..ㅋㅋㅋ
무튼 시험이 끝나고 정말 기분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혼자 낄낄낄 대면서. ㅡ,.ㅡ
말 그대로 하루키의 에세이이기 때문에 일상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겨져 있을 뿐인데 그 똑같은 하루 속에서도
이렇게 즐거운 마음을 갖을 수 있다는 게 부럽다.
특히 러브호텔의 명칭에 대한 명상이라던가
(정말 읽으면서 욱껴 나자빠지는 줄 알았다ㅋㅋㅋㅋ)
그가 달리고 있는 이삼류급 러너스 클럽.
덕분에 저도 미루고 미루어 온 마라톤까페에 가입을 했답
니다. ^_______^ 비록 달릴지 어떨지는 몰라도. 호호
게다가 일본의 문화에 대해 얕게나마 이것저것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음....지금 딱히 떠오르는 건 없지만 ;;;
아!! 일본에서는 신문들이 어느 하루동안에는 몽땅 없어진
다고 한다. 전국의 신문이 투합해서 하루는 쉰다나??
무튼..
하루키 아저씨.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간바레~
인문계와 이공계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아내는 나보다 한술 더 뜨는
인문계라 우리 집에서 발생하는 '이공계적 사항'을 나는
싫어도 억지로 떠맡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것은 곧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거리가 되었다. 해결하지 못하면
"겨우 그것도 못하면서, 그래도 남자라구, 흥"
이라며 아내는 험상궂은 말을 해댔다.
얼마 전 미국 소설을 읽고 있자니 '어쩌다 남자용 생식기를
한 세트 붙이고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왜 자동차의 트랜스
미션을 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간주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투덜거리는 남편님이 등장하였다.
정말 동감이다.
세상살이는 어느 나라에 가나 비슷한 모양이라고 절실하게
생각하였다.
(저번에 복댕이에게 망치를 건네며 못을 박아달라고 부탁했
었는데 그 때 식은땀은 안흘리셨는지?)
호텔명 추구편
지난 여름 중간호에서 기묘한 러브 호텔의 이름에 관한
특집을 꾸몄는데, 그후에도 추가 정보가 상당량 들어왔기에
다시 한 번 집요하게 추구해 보겠다.
오사카의 국도 1호선 도로가에 '멘델의 법칙'이라는 러브
호텔이 있다. 완두콩 꽃의 색이 유전을 하느니 안하느니
하는 멘델 말이다. 어이 이봐, 이런 때 그런 얘길 꺼내면
어떻게 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리고 이전에 소개한 후지사와의 러브 호텔 '45º'의 이름
의 유래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실은 45도 각도록 뾰족한 쐐기형 땅에 서 있다고 하는군요.
음, 이제야 알겠군요.
이가라시(나였던가?)의 성적인 추측은 억측이었다.
그런데 이 45도로 돌출한 부분에는 '데자뷰'란 이름의
술집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유서 깊은 후지사와의 커플은 '데자뷰'에서 술을
마시고 분위기를 잡은 후에 '45º'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그리고 호텔을 나서면서 옆에 있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에게 조롱을 당하는 코스를 밟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신 분은 한 번 시도해 보십시오.
과거 후지사와에 산 적이 있는 나로서는 다소 기분이
복잡하지만.
반대로 왕건전한 호텔로는 입구 로비에서 배경 음악으로
'안녕 아가야'를 들려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막상막하'가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드는데.
아사히카와의 호텔 '농협'은 만실일 경우에는 '풍작'
방이 비어 있을 때에는 '흉작'이란 팻말을 내건다고 한다.
또 이 호텔에는 두 마리 송아지의 대형 모형이 장식되어
있다고 하는군요. 대체 무슨 취지, 무슨 목적으로 생긴
호텔인지 꼭 좀 알고 싶을 정도이다.
'일본은 깊고도 넓구나'하고 두고두고 감탄하고 있는
요즈음의 무라카미입니다.
무라카미한테도 힘든 일이 있다
그런데도 거리를 걷다 보면 "실례지만 무라카미 씨 아닌가
요?" 라고 누군가가 말을 걸는 일이 가끔 있다.
대충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말을 걸면 긴장하여 음식맛도 모르게 된다.
그러니까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 무라카미는 가능한 한
그냥 내버려두어 주세요.
그외에도 전철 속에서 누가 말을 건 적이 있다.
제법 귀여운 아가씨가 타박타박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무라카미 하루키 씨죠. 저 오래 전부터 팬이에요."
라고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는 무라카미씨의 첫 소설을 제일 좋아해요"라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흐음 그렇습니까?"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왠지 점점 한심해지고 있더군요."
라고 그녀는 명랑하게 말했다.
그야 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좀.
얼마 전에 어디에 갔는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잘
읽었습니다." 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죄송합니다.
그건 무라카미가 쓴 책이 아니에요.
실망하진 마시길. 이렇게 한심한 내용만 실려있는 책은
아니니까. 비록 더 한심한 내용이 거즘 반은 차지하지만.ㅋ
형태가 있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 어디선가,
홀연 없어져 버린다고.
그것이 인간이든, 물건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