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나신으로 머리칼이 잘린 채 발견되는

스물 다섯 명의 어린 소녀들과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려는

한 악마적 천재의 기상천외한 이야기

 

 

      이 책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시대에는

      우리 현대인들로서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악취가

      도시를 짓누르고 있었다.

      길에서는 똥 냄새가, 뒷마당에서는 지린내가, 계단에서는

      나무 썩는 냄새와 쥐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부엌에서는 상한 양배추와 양고기 냄새가 퍼져 나왔고,

      환기가 안 된 거실에서는 곰팡내가 났다.

      침실에는 땀에 절은 시트와 눅눅해진 이불 냄새와 함께

      요강에서 나는 코를 얼얼하게 할 정도의 오줌 냄새가 배어

      있었다. 거리에는 굴뚝에서 퍼져 나온 유황 냄새와 무두질

      작업장의 부식용 양잿물 냄새, 그리고 도살장에서 흘러 나온

      피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사람들한테서는 땀 냄새와 함께

      빨지 않은 옷에서 악취가 풍겨왔다.

      게다가 충치로 인해 구취가 심했고 트림을 할 때는 위에서

      썩은 양파즙 냄새가 올라왔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한테서는 오래된 치즈와 상항 우유

      그리고 상처 곪은 냄새가 났다.

 

 

     - 향수<어느 살인마의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 06. 08. 13. SUN. PM 12:06

 

 

       이렇게 시작하는 이 소설은 나를 한시도 놓아주지 않았다.

       이건 정말이다. 과장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니깐!!!

       다른 읽고 있는 책이 있어서 그냥 배송왔길래 몇 장 들춰

       본 것 뿐이었는데 읽고 있던 책은 어디에다 내팽겨치고

       이 책을 우선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여기에 등장하는 향수만큼이나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읽고 있는 내내 그르누이가 만든 향수에

       흠뻑 젖어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아가면서.

       이 양장본 책에 아주 조그만한 미니북이 딸려 왔길래 지하철에

       서 지루해하는 동생에게 이거 딱 1장만 읽어보라고

       (난 휴가나온 동생도 내팽겨치고 향수에 흠뻑 취해있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권했더니 투덜투덜하며 받아쥐던 동생도

       한장을 읽고나니 조용.............해 졌다.ㅡㅡ;;;

       동생까지 그런 증상(?) 보이니까 약간 불안해지기도 하고.-,.-

       

 

       더러운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생선 자판대에서 태어나

       그럼에도 자기 자신은 정작 냄새를 갖지 않고 태어난 그는

       모든 세상을 냄새로 탐지하며 익혀나갔다.

       그러면서 자신의 영역을 향기로 점차 넓혀 나간다.

       우리 대부분은 거의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후각.

       벙어리보다 장님보다 귀먹어리보다 냄새를 맡지 못하는 사람

       에게는 그다지. 아니 결코!! 동정을 보내지 않으리라.

      

 

       위대한 것. 끔찍한 것. 아름다운 것 앞에서도 눈을 감을 수는

       있다. 달콤한 멜로디나 유혹의 말에도 귀를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냄새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냄새는 호흡과 한 형제이기 때문이다. 살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냄새가 자신의 형제와 함께 그들 사이에 나타날 때

       그것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법이다.

 

 

       최상의 향기를 찾는 그르누이. 그 향을 얻기 위해 막 피어오

       르는 소녀들을 살인까지 마다않는 그르누이.

       그러나... 그 어떤 향기롭고 남을 유혹시키는 향수를 갖었어도

       정작 자신의 향기가 없는 그는 불행했다.

       향수로 전 세계를 사로잡는 힘이 그에게 있었지만

       그는 거지와 창녀와 탈영병과 노숙자들이 모인 소굴에서

       살해되어 먹히는 쪽을 택했다.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기존의 인간냄새를 제외하고도 사람마

       다 그 사람의 독특한 향을 가지고 태어난다.

       상대방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독특한 향을 파악하는 거라고

       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인공적인 향으로 무장해버리면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냄새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는

       그런 냄새가 있었다.

       단순화시키면 그 냄새는 대체로 땀과 기름, 그리고 시큼한

       치즈가 섞인 것 같은 냄새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그 냄새를 지니고 있었고,

       사람마다 기본적인 그 냄새에다 보다 세밀한 어떤 냄새를

       추가로 갖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개인적 분위기를 좌우하는 체취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개인적 분위기, 한사람 한사람을

       구분해 주는, 바꿀 수 없는 암호인 이 체취를 냄새 맡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독특한 냄새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은 물론,

 

       유행하는 인공적인 냄새로

      자신만의 고유한 냄새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년 법칙 - 명품 인생을 만드는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적당히 사는 인생은 적당한 대우밖에 받을 수 없다

평범을 단호히 거절하고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 나가라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전부 쏟아 부어 일하라

자신이라는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내 인생을 일으켜 세우려는 강한 각오와 열의를 시작하라

10년의 열정이 인생을 자유케 하리라

 

 

       -2006. 07. 30. SUN. 8:59 PM

       -10년 법칙 - 공병호

 

       

        아빠가 딸래미 보시러 서울에 오셨을 때

        보자마자 서점에 들어가서 사주신 책이다.

        너가 꼭 읽어봐야 될 것 같다고...몇장 읽어봤는데 좋더라고...

        그런 아빠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기말고사를 핑계로

        살짝 한쪽 구석에 띵겨 놓았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읽고싶은 거 먼저 읽기에 바빴다.

        이 책을 들고나서는 그 방학기간의 특유의 게으름으로

        또는 영여학원의 핑계로?? 무튼.....

        거즘 한 달 동안이나 들고 다닌 책!!!  10년 법칙!!!!

        오늘 하루 침대에서 뒹굴며 안돼겠다 싶은 마음으로

        반이나 남은 이 책을 마무리 해버렸다.

        이러다간 천년 만년 들고 다닐 것 같아서....ㅡㅡ;;;

 

        10년 법칙이란 무엇이든 10년이란 정성을 쏟으면

        자신이 갈망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 핵심이다.

        말이야 쉬워 보이지만 10년이란 세월을

        앞으로 전혀 나아가는 것 같지도 않는 한가지에

        쏟아붓는 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속도에 민감한 우리 세대에 꾸준히 노력할 수 있다

        는게 둔감하다는 표현이 되버리는 건 아닐는지?

       

        요즘 짜투리 시간을 빼고는 거의 독서의 시간을 갖지 않는

        나에게 좋은 귀감이 될만한 시간이었다.

        앞으론 바쁘다는 핑계로 책에 손을 놓지 않을 것을

        아빠께 맹세드립니다!!! 진짜에요..........^ ^ ;;

 

       

        라틴어의 말에

       '일의 완성보다 일하는 사람의 완성' 이라는 말이 있다.

        인격의 완성 역시 일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소위 철학은 열심히 흘린 땀에서부터 생겨나며,

        마음은 일상의 노동을 통해 연마된다.

        노동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낳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치를 높여 주는 일이기도 하다.

        굳이 속세를 떠나지 않더라도 일하는 현장 바로 그곳이

        정신수양을 할 수 있는 장이며,

        일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다.

        하루하루에 충실함으로써 고매한 인경을 가질 수 있고,

        더불어 훌륭한 인생도 누릴 수 있다.

 

 

        하루하루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것.....

        정말 모두가 원하는 이상향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세계문학총서 6
밀란 쿤데라 지음, 김규진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1995년 8월
평점 :
절판


 


 

 

그녀는 자기가 참을성이 없었다는 점을 후회했다.

함께 더 오래 있었더라면

그들은 조금씩 그들이 사용했던 단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어휘는 너무도 수줍은 연인들처럼

천천히 수줍게 가까워지고,

두 사람 각각의 음악도

상대편의 음악속에 녹아들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이제 너무 늦었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 2006. 07. 05. WED. PM 10:23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이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둘의 작품은 느낌이 닮아 있었다.

          뱅뱅 돌려 말해 나를 정신없게 만들면서도

          날카롭고 예리한 지적으로 공감하게 하는 그들의 센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을

          여러 방면으로 접근하고 관찰해서 꼬집어 냄으로써

          내가 모르고 있었던 내면의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게 한다.

          그래도 이건 너무 하다.

          보통씨의 작품보다 더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잖아.ㅠㅠ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어 뱉어내야

          비로소 이 사람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래서 읽는 시간도 다른 책보다 배로 걸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정말 훌륭한 이야기만은 틀림없다.

          '사랑'이라는 주제에만 좁혀있지 않고 정치, 예술, 종교,

          체코의 점령당했던 당시의 상황 등등 여러 면에서 정말

          많은 것을 알게 하는 귀한 작품이었다.

          비록, 마지막장을 넘기는 순간 실망감에 땅을 쳤지만.

          내용의 부실함에 실망한 게 아니라

          내가 그토록 찾았던 구절이 이 책에는 없었던 것이다!!!

          난 오로지 이 구절에 감동해서 표지가 맘에 안들고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손을 들었건만.

          만인의 연인 '지식 인!!'에 찾아보니 해석상의 문제로

          책의 내용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도 이건 너무 잔인하다. 어안이 벙벙.

          그 구절을 소개하자면?

          바로 이런 것.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섹스만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한 침대에서 밤에 같이 잠이 든다는 것은

그 사람의 코고는 소리, 이불을 걷어차는 습성

이가는 소리, 단내 나는 입 등등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 외에도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럽게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화장 안한 맨 얼굴을 예쁘게 볼 수 있다는 뜻이며
  로션 안 바른 얼굴을 멋있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팔 베개에 묻혀 눈을 떴을 때
  아침에 당신의 모습은 볼만하리라
  눈꼽은 끼고, 머리는 헝클어졌으며

침흘린 자국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입에서는 단내가 날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단내 나는 입에 키스를 하고
  눈꼽을 손으로 떼어 주며
  떠 있는 까치집 머리를 손으로 빗겨줄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함께 그와 또는 그녀와 잔다
  처음에 당신은 그의 팔베개 안에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자겠지만
  한참 깊은 잠 중에서는

당신들은 등을 돌리고 잘 지도 모른다
 

 

 왜냐면

깊은 잠 속에서 당신의 잠버릇은

여지없이 다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를 갈기도 하고

눈을 뜨고 자기도 하며

배를 벅벅 긁거나

잠꼬대를 한다거나

잠결에 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함께 잔다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단내 나는 입으로 키스를 할 수 있으며

옷을 충분히 입지 않았다면 바로 섹스가 가능할 지도 모른다
  섹스만을 하기 위한 잠자리에서와는 다르게

별도의 복잡한 절차와 교태와
  암묵적인 합의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렇게 그런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매일 같이 잘 수 있다는 것은
  서로 매일 같이 섹스를 하는 사이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집이 아닌 곳에서, 애인과 섹스를 할 때에는
  우리는 일단 그와, 그녀와 어떤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랑한다고 믿는다고, 아니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라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하튼 잘 만한 사람이며 좋은 사이라는 것이
  서로 합의하에 이루어진다
  

 

몇 시에 호텔에 들어가서 몇 시에 나선다는
  그런 합의가 있으며
  그 곳에 가기 전에

상대방의 귀를 만진다든지, 엉덩이를 만진다든지
  하고 싶어, 라고 말을 한다든지 하는
  서로의 확실히 약속된 언어적, 비언어적 합의가 있을 것이다

  

그 곳에 가면 남자는 계산을 하기 위해 지갑을 열 것이고
  여자는 텔레비젼을 켜며 콘돔을 준비하라고 말을 한다
  둘은 습관에 따라 먼저 목욕탕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그냥 침대에서 일부터 벌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가면

잠시 누워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여자는 눈썹이 지워지지 않았나 화장을 고칠 것이며
  남자는 자신이 여자를 만족시켰나 다시 되씹어 볼 것이다

  

그런 후 다시 한 번의 폭풍이 있을 것이다
  시간에 쫓긴다거나 정력이 형편없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그런 후 다시 목욕탕에 들어가 씻고

그 곳에 발을 디딜 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여자는 화장을 하고, 머리를 빗으며
  남자는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을 것이다

  

그러면 섹스 뒤의 느낌은 어떨까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런 최면에 걸렸다면, 좋을 것이고
  여자가 집에 늦었다면 여자는 불안할 것이며
  새벽녘이라면 남자는 더 머무르고 싶을 것이다
  가임기간 중이라면 둘 중의 하나는 불안할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기쁠 지도 모른다
  불행하다면 둘 다 불안할 것이겠지만

 

 그들은, 항상 꾸민 모습으로 만나며
  눈꼽 낀 얼굴을 볼 수 없으며

단내 나는 입술에 키스를 할 수 없다
  

 

남자는 여자의 화장 안한 얼굴이

얼마나 큰 상상력을 요하는지 알지 못할 것이며
  여자는 남자가 얼마나 씻기 싫어하고

게으르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항상...잘 차려진 모습으로 만나
  섹스는 그들만의 합의된 축제가 된다

 

그러므로
 한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은
   한 침대에서 섹스를 할 수 있단 것과 다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동문선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 탈 없이

평온무사하게 살아간다는 것도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2006. 06. 23. FRI. PM 12:26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산문집.

         이 책은 <주간 아사히>에 1년 몇개월에 걸쳐 연재된

         에세이가 새롭게 편집되어 정리되어 있다.

         사실. 하루키에 대해서 잘은 몰랐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너무 기뻤다.

         약간은 이웃집 아저씨같은 친근감이 들정도??

         외모도 진짜 소심한 이웃 아저씨같이 생겼는데..ㅋㅋㅋ

         무튼 시험이 끝나고 정말 기분좋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혼자 낄낄낄 대면서. ㅡ,.ㅡ

         말 그대로 하루키의 에세이이기 때문에 일상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겨져 있을 뿐인데 그 똑같은 하루 속에서도

         이렇게 즐거운 마음을 갖을 수 있다는 게 부럽다.

         특히 러브호텔의 명칭에 대한 명상이라던가

         (정말 읽으면서 욱껴 나자빠지는 줄 알았다ㅋㅋㅋㅋ)

         그가 달리고 있는 이삼류급 러너스 클럽.

         덕분에 저도 미루고 미루어 온 마라톤까페에 가입을 했답

         니다. ^_______^ 비록 달릴지 어떨지는 몰라도. 호호

         게다가 일본의 문화에 대해 얕게나마 이것저것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음....지금 딱히 떠오르는 건 없지만 ;;;

         아!! 일본에서는 신문들이 어느 하루동안에는 몽땅 없어진

         다고 한다. 전국의 신문이 투합해서 하루는 쉰다나??

         무튼..

         하루키 아저씨. 앞으로도 기대할께요.

         간바레~

 

        

         인문계와 이공계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아내는 나보다 한술 더 뜨는

         인문계라 우리 집에서 발생하는 '이공계적 사항'을 나는

         싫어도 억지로 떠맡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것은 곧 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거리가 되었다. 해결하지 못하면

         "겨우 그것도 못하면서, 그래도 남자라구, 흥"

         이라며 아내는 험상궂은 말을 해댔다.

         얼마 전 미국 소설을 읽고 있자니 '어쩌다 남자용 생식기를

         한 세트 붙이고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왜 자동차의 트랜스

         미션을 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간주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투덜거리는 남편님이 등장하였다.

         정말 동감이다.

         세상살이는 어느 나라에 가나 비슷한 모양이라고 절실하게

         생각하였다.

        (저번에 복댕이에게 망치를 건네며 못을 박아달라고 부탁했

         었는데 그 때 식은땀은 안흘리셨는지?)

 

        

         호텔명 추구편

 

         지난 여름 중간호에서 기묘한 러브 호텔의 이름에 관한

         특집을 꾸몄는데, 그후에도 추가 정보가 상당량 들어왔기에

         다시 한 번 집요하게 추구해 보겠다.

         오사카의 국도 1호선 도로가에 '멘델의 법칙'이라는 러브

         호텔이 있다. 완두콩 꽃의 색이 유전을 하느니 안하느니

         하는 멘델 말이다. 어이 이봐, 이런 때 그런 얘길 꺼내면

         어떻게 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리고 이전에 소개한 후지사와의 러브 호텔 '45º'의 이름

         의 유래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실은 45도 각도록 뾰족한 쐐기형 땅에 서 있다고 하는군요.

         음, 이제야 알겠군요.

         이가라시(나였던가?)의 성적인 추측은 억측이었다.

         그런데 이 45도로 돌출한 부분에는 '데자뷰'란 이름의

         술집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유서 깊은 후지사와의 커플은 '데자뷰'에서 술을

         마시고 분위기를 잡은 후에 '45º'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그리고 호텔을 나서면서 옆에 있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에게 조롱을 당하는 코스를 밟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신 분은 한 번 시도해 보십시오.

         과거 후지사와에 산 적이 있는 나로서는 다소 기분이

         복잡하지만.

         반대로 왕건전한 호텔로는 입구 로비에서 배경 음악으로

         '안녕 아가야'를 들려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막상막하'가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드는데.

         아사히카와의 호텔 '농협'은 만실일 경우에는 '풍작'

         방이 비어 있을 때에는 '흉작'이란 팻말을 내건다고 한다.

         또 이 호텔에는 두 마리 송아지의 대형 모형이 장식되어

         있다고 하는군요. 대체 무슨 취지, 무슨 목적으로 생긴

         호텔인지 꼭 좀 알고 싶을 정도이다.

         '일본은 깊고도 넓구나'하고 두고두고 감탄하고 있는

         요즈음의 무라카미입니다.

 

 

         무라카미한테도 힘든 일이 있다

 

         그런데도 거리를 걷다 보면 "실례지만 무라카미 씨 아닌가

         요?" 라고 누군가가 말을 걸는 일이 가끔 있다.

         대충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말을 걸면 긴장하여 음식맛도 모르게 된다.

         그러니까 묵묵히 밥을 먹고 있는 무라카미는 가능한 한

         그냥 내버려두어 주세요.

         그외에도 전철 속에서 누가 말을 건 적이 있다.

         제법 귀여운 아가씨가 타박타박 내 쪽으로 걸어오더니

         "무라카미 하루키 씨죠. 저 오래 전부터 팬이에요."

         라고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저는 무라카미씨의 첫 소설을 제일 좋아해요"라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흐음 그렇습니까?"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왠지 점점 한심해지고 있더군요."

         라고 그녀는 명랑하게 말했다.

         그야 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좀.

         얼마 전에 어디에 갔는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잘

         읽었습니다." 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죄송합니다.

         그건 무라카미가 쓴 책이 아니에요.

 

 

         실망하진 마시길. 이렇게 한심한 내용만 실려있는 책은

         아니니까. 비록 더 한심한 내용이 거즘 반은 차지하지만.ㅋ

        

 

형태가 있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 어디선가,

홀연 없어져 버린다고.

그것이 인간이든, 물건이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사랑은 여행이다.

그대에게로 떠나는.

그리고 나 자신에게로 떠나는.

 

 

      아랍어로 자히르는

      눈에 보이며, 실제로 존재하고,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일단 그것과 접하게 되면 서서히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나가  

      결국 다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어떤 사물 혹은 사람을 말한다.

      그것은 신성 (神聖)일 수도, 광기일 수도 있다.

 

      -오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2006. 06. 11. SUN. PM 11:46

 

      화창한 어느 날. 피자를 사들고 소방서에 놀러갔다.

      소방관 아저씨를 옆에 둔 덕에

      소방서로 놀러도 가고. ㅎ ㅏ ㅎ ㅏ

      비록 소방서안엔 한발자국도 못들어가고

      옆에 조그마한 공원에서 깨작깨작 먹는 수준이지만..ㅡㅡ;;

        

      그가 이 책을 건넸다. 오자히르.

      똑같은 말만 되풀이해서 적어놨다고 투덜투덜하면서.

      마침 그의 책에 흠뻑 매료되어있던 터라 너무 반가웠다.

      사막을 헤매이는 듯한 여인이 그려진 표지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제목.

      다른 세계를 내 손안에 넣은 기분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나는 사랑했던 여자들 속에서

      늘 나 자신의 모습을 찾아 헤맸다는 걸 깨달았어.

      그녀들의 깨끗하고 맑은 얼굴을 바라보고,

      그 위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지.

      그녀들은 나를 보고 내 얼굴을 뒤덥고 있는 그을음을 보았겠지.

      고상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들이었는데도

      결국 내게 비춰진 모습만 보고는

      그게 자신의 모습이라고 믿은 거야.

      부디 그런 일이 당신에겐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참 어려운 책이었다.

      어려우면서도 가슴이 저며오는 책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

      나도 그 중 한명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내 옆에서 항상 나를 바라봐 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내일 당장 없어진다고 해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될까?

      에스테르가 선택한 곳처럼 전쟁터같은 절박한 상황에서야

      순간순간의 나의 행복에 감사할 수 있을까?

      내일이 없기에 지금의 사랑과 행복을 눈물이 나도록 고마워

      할 수 있는 그 곳.

     

      그러므로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

      나는 내 얼굴을 그녀의 얼굴처럼 정갈하게 씻어야 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만나야 했다.

 

      나의 자히르는

      아마도 당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