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랑은 여행이다.
그대에게로 떠나는.
그리고 나 자신에게로 떠나는.
아랍어로 자히르는
눈에 보이며, 실제로 존재하고,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일단 그것과 접하게 되면 서서히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나가
결국 다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어떤 사물 혹은 사람을 말한다.
그것은 신성 (神聖)일 수도, 광기일 수도 있다.
-오자히르 / 파울로 코엘료
-2006. 06. 11. SUN. PM 11:46
화창한 어느 날. 피자를 사들고 소방서에 놀러갔다.
소방관 아저씨를 옆에 둔 덕에
소방서로 놀러도 가고. ㅎ ㅏ ㅎ ㅏ
비록 소방서안엔 한발자국도 못들어가고
옆에 조그마한 공원에서 깨작깨작 먹는 수준이지만..ㅡㅡ;;
그가 이 책을 건넸다. 오자히르.
똑같은 말만 되풀이해서 적어놨다고 투덜투덜하면서.
마침 그의 책에 흠뻑 매료되어있던 터라 너무 반가웠다.
사막을 헤매이는 듯한 여인이 그려진 표지하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제목.
다른 세계를 내 손안에 넣은 기분이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나는 사랑했던 여자들 속에서
늘 나 자신의 모습을 찾아 헤맸다는 걸 깨달았어.
그녀들의 깨끗하고 맑은 얼굴을 바라보고,
그 위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지.
그녀들은 나를 보고 내 얼굴을 뒤덥고 있는 그을음을 보았겠지.
고상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들이었는데도
결국 내게 비춰진 모습만 보고는
그게 자신의 모습이라고 믿은 거야.
부디 그런 일이 당신에겐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참 어려운 책이었다.
어려우면서도 가슴이 저며오는 책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
나도 그 중 한명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내 옆에서 항상 나를 바라봐 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내일 당장 없어진다고 해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될까?
에스테르가 선택한 곳처럼 전쟁터같은 절박한 상황에서야
순간순간의 나의 행복에 감사할 수 있을까?
내일이 없기에 지금의 사랑과 행복을 눈물이 나도록 고마워
할 수 있는 그 곳.
그러므로 그녀를 다시 보기 위해,
나는 내 얼굴을 그녀의 얼굴처럼 정갈하게 씻어야 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만나야 했다.
나의 자히르는
아마도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