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온 날들 - 다산 잠언 콘서트
신윤학 엮음 / 스타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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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의 삶은 현재를 사는 혁신 지식인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유배라는 게 없을 뿐이지 감옥으로 보내거나 이념의 흑백논리를 펼쳐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기도 한다. 당파나 이념의 속박에서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벗어날 수 없단 말인가?

정약용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으며 그 지식의 해박함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정계에 몸 담았던 시간보다 유배지서 보낸 세월이 훨씬 많았으니. 그 긴 세월동안 학문에 정진하고 책을 집필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뤄낸 업적들이 대단하기에 후대에도 이와 같이 칭송하는게 아닌가 싶다. 다산 정약용 의 가문도 특출한 인물이 많이 배출되지만 천주교를 접하게 되면서 불운의 씨앗이 된다.

'김훈' 의 <흑산>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의 불운한 인간사가 가슴을 저민다.

 

  사실 읽으면서 그가 쓴 책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 잠언집이므로 그의 책에서 좋은 글귀나 귀감이 되는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라 글뒤에는 기록된 문헌이 적힌다.

그 중에서 '제하피첩'은 그의 아내가 시집올 때 가지고 왔던 치마를 재단하여 그 위에다 글을 적어 첩으로 만든 것이다. 거기에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자식들에 대한 당부가 절절히 적혀 있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으나 아버지로써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 듯 보인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들에서는 훈계조로 일관되는 듯 보이지만 멀리나마 살아 있는 아비의 마음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것이며 또한 폐족이기 때문에 학문에 더욱 정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패잔한 집안에 먹을 것 변변치 못할 것임에도 약용은 아들들에게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눈이 쌓여 추위에 쓰러져 있는 집에는 장작개비라도 나눠 주어 따뜻하게 해 주고, 병들어 약을 먹어야 할 사람들에게 한 푼이라도 쪼개서 약을 지어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이 있는 집에는 떄때로 찾아가 무릎 꿇고 모시어 따뜻하고 공손한 마음으로 공경해야 하고...(이하 생략)"

 

 실용을 중시했던 약용은 선비라 할지라도 놀고 먹는 것이 아니라 자급자족 할 수 있는 노동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목민심서>의 한 대목에는 나라는 백성의 부모로써 왕이 배불리 먹기보다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구휼하는 일에 힘쓰기를 당부한다.

배움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가 나온다. '배움이란 깨닫는 것이다' 이처럼 명쾌한 문장이 있을까?

모든 일에는 이와 같은 이치가 적용되지만 특히 지금의 학생들은 꿈이 없다. 하라는 지시는 잘 따르고 명령하는 대로 움직인다. 내 스스로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하고픈 것도 없고 배움으 즐거움도 모르는 것이다. 이런 교육의 현실을 정약용께서 보신다면 뭐라 하실 것인가?

정치적 격변기에 희생양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업적과 학문의 깊이는 대단한 것이다. 특히 <목민심서>는 이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꼭 한번을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싶다. 그들은 읽어야 할 책을 외면하고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나라를, 국민을 대하고 있다. 몇 백년 전에 가르쳐 주신 그 지침이 지금 오늘의 우리에게 이런 울림을 주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미래에 이런 울림을 줄 사람들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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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0분 부모 : 행복한 육아 편
EBS 60분 부모 제작팀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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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지식 정보형 책이 좋은 점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을 필요가 없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거나 혹은 한 챕터의 분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육아에 적극적이지 못한 신랑을 위해서도 좋은 것 같다. 남편에게 필요하다 싶은 부분만 읽게 하면 되니까 큰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접하자마자 펼쳐든 부분이 '틱 장애'에 관한 부분이었다.

만 4세되는 첫아이가 언제부터인지 두 눈을 깜빡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워낙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보니 여기저기서 듣는 얘기가 많아서 큰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전문가의 실질적 의견과 상황의 구체적 내용을 내 눈으로 확인하는게 무엇보다 절실했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데 무슨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 가 싶어 엄마의 입장에서 적쟎이 신경쓰이고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10명중 3명의 아이가 틱을 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고 시간이 지나면 심하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웠던 것의 원인이 스트레스가 아니라는 점! 스트레스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요인은 덜 발돨된 아이의 뇌가 많은 양의 정보를 많아들이면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선조체가 부실해서 잘못된 신호가 튀어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틱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저 밥먹이고 입히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인격 형성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수행 능력을 가정에서 어느 정도 익혀야 한다. 수동적으로 먹이는 일이 끝나면 좀 수월해지나 쉽다가도 아이가 말을 하고 자신의 주장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일과 부딪친다. 먹는 습관, 형제.자매간의 이해심과 배려 , 또래집단과의 원만한 교류 등 사실 이 모든 것이 엄마가 책임지고 가르치고 보살펴야 할 의무이다.

결코 쉬운 일도 아니며 한가지라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이러다보니 엄마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닌지라 책에서도 엄마에 대한 배려가 있다. 우울증을 다스리는 것이라든가 문제가 있다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 챕터마다 거기에 해당하는 일반인들의사례를 친절하게 적어두고 있어서 이론서에 그친게 아니라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늘 보던 프로가 '60분 부모'였고 다양한 아이들의 사례가 나와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내 아이와 비교해 보기도 하고 육아에 지친 엄마들의 우울을 다루기도 했으므로 거기에 나를 비춰보기도 했다.

예전처럼 아이를 많이 낳아서 방목하고 방관하는 시대가 아닌지라 엄마의 역활은 무엇보다 커지고 거기다 사회생활까지 하는 엄마들이라면 일은 두 배가 되는 것이다. EBS서 '마더 쇼크'라는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었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 다양한 정보화 속에 살면서 '모르는게 약'임에도 사서 고민하고 동분서주하는 걸 보면서 혹자들은 예전에 비해 극성이고 지나친 보살핌이라고 때론 나무라기도 한다.허나 이 모든것의 바탕에는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성애'가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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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서점에 있다 - 일생을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청춘의 독서법 80
센다 타쿠야 지음, 이지현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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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을 가 본지가 언제던가? 처녀적엔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서점 근처를 가게 되면 꼭 들러 맘에 드는 책을 사기도 하고 어떤 신간 도서가 나왔는지 기분좋게 이책 저책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시집와서도 아이가 있기 전까진 일이 있었으니 서점을 간간히 가는 편이었으나 아이가 생기면서 이 모든 활동은 정지해 버렸다. 예전엔 큰 서점은 아니라도 지금처럼 학생들 문제집만 파는 서점말고 다양면의 도서를 갖춘 작은 규모의 서점이 엄연히 존재했다. 허나 인터넷 시대가 대세인 요즘 그런 서점은 찾기 힘들 뿐더러 책방에 앉아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곳은 대형 서점 몇 곳 뿐이다. 그곳도 시내 한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서 가는게 용이하지 않다. 대학가 서점은 어떤가? 대학가에 서점이 없어진 지도 이미 오래다. 술집과 카페만 즐비할 뿐.

이런 이유로 파릇한 책 냄새 맡아본지도 오래고 도서관 가 본 지도 오래됐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내가 많은 책을 읽지 않았지만 이 말엔 100%공감한다. 소설부터 아이도서까지, 전문도서에서 자기 계발서까지, 베스트셀러에서 스테디셀러까지. 이루 말할 수 없이 방대한 책들이 그곳에서 독자를 기다린다.

저자도 어느 한 순간 읽기 시작한 책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으므로 책과 특히 서점의 장점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이 책 자체가 간략한 독서법을 서술하고 있어 글 자체가 많지 않고 두께도 가벼운 편이라 금방 읽을 수 있었으나 책에 관한 것이라 단번에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보다 읽기의 마치기가 너무 늦어 버렸다. 중간중간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도서를 소개하기도 했으나 주로 일본인이라 조금 편협한 소개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읽다 보니 저자가 생각하는 독서법 소개이므로 사람마다 다른 취향법이지만 '책을 찢고 낙서하는 것도 독자의 몫'이란 내용이 있다.

솔직히 나도 저렇게 책을 훼손하는 방법은 선호하진 않지만 줄을 긋는 정도는 허용하는 편이다. 허나 남편은 질색팔색하는 사람이라 구기거나 책에 이름쓰는 것조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보면 뭐라고 할지 실소가 나왔다.

아이들을 책읽게 하는 방법은 부모가 솔선수범하는게 최우선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서도 집의 좁음을 탓하지 말고 작은 공간이라도 서재를 만들라고 권고하고 있다. 부모가 되고 보니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나 또한 이런 공간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공간이 문제다. 아이들 방을 만들고 보니 서재는 거실밖에 없는지라 현재 심각하게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과 공부는 하라고 한다고 타인의 요구에 의해 절대로 실천되지 못한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동기 부여가 되어야만 신나고 즐겁게 할 수 있다. 학창시절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는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책은 내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책이라는 것이 단번에 무슨 성과를 보고 읽는 것은 아니다. 타인과의 삶속에서 혹은 쓸데없는 생각의 꼬리가 나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 때 책속의 삶과 그 속의 수많은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줌으로써 좌절이 있더라도 덜 아프게 또는 나 아닌 다름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회속의 진정한 일원으로 일조하게 만들어 준다. 방관자가 아닌 방조자의 한사람으로써!

앞으로도 책 읽기를 게을리하고 싶지는 않다. 읽지 않더라도 늘 가까이 두고 함께하는 벗이기를 바란다. 내 인생의 등불이 '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진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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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h 러쉬! - 우리는 왜 도전과 경쟁을 즐기는가
토드 부크홀츠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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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시원한 연두색으로 되어 있어서 기대치를 높였고 꽤 두꺼운 책에다 지면을 가득 채운 글을 읽기가 참 오랜만인지라 즐거운 맘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경쟁과 도전!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에서 결코 떼어 낼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랄까? 요즘 시중에 나오는 책의 부류는 지나친 경쟁 사회의 폐해에서 벗어나자는 의미의 서적이 주를 이룬다면, 반대로 이 책은 경쟁과 도전속에서 행복을 찾아보고자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도전 정신과 경쟁의식이 어떤 식으로 행복과 공존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이에 반대하는 주의자들에게 논리적으로 접근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저자는 일을 하는 경쟁 속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성취하는 가운데 자신의 자존감을 얻는다 했다. 저자도 평범한 삶을 살았다기 보다 높은 지식을 쌓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경쟁을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쳇바퀴 돌 듯하는 삶을 사는 것에 회의를 느껴 뭔가 다른 변화를 요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가운데 나를 시험하는 도전이 아닌 그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 남아야만 내가 존재하는 이들과 어찌 같다 말하겠는가?

'경쟁'이라는 상황에서 쉬엄쉬엄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야기되는 문제들, 이기기 위해 편법을 쓰고 가정을 버려야 하고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 저자는 이런 사실들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 물론 이런 것에 관련되는 이야기도 잠깐씩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불편했던 사실은 동양의 선이나 불교에 대해 '버림의 미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또한 그들은 에덴주의자들로 명하고 그들이 사회를 퇴보하게 만든다고 역설했다.

책의 구성도 1부 질주하는 삶, 2부 경쟁하는 삶, 3부 도전하는 삶 으로 나누어 놓았는데 세부적인 내용이 전체적 내용과 부합되는 연결고리가 약했고 진정 본질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부분은 3부에서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다.

읽는 독자인 내가 저자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것인지 내용을 깊게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인지, 행복을 경쟁과 끼워 맞추는 연결이 억지스러웠다. 물론 노동의 가치와 그것을 통한 정당한 부. 거기에서 파생되는 경쟁과 도전의식! 누구나 모두 하라는 것에는 관심이 덜 가는 법이고 하지 않는 것이나 가지 말라는 길에 대한 도전 의식이 인류의 발전을 가져 왔고 그런 것은 앞으로도 발전하는 사회에 중요한 요인이다.

 

이렇게 경쟁 의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나 혹은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경쟁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은 가까이 남편 밖에 없는지라 그를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라면 누구나 도전의식과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또 몸의 호르몬들이 실제 여자들보다 그런 상황에서 더 활발히 표출된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실제 요근래 남편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일을 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건지 주말, 휴일 반납한지 몇달 되고 밤샘은 기본으로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를 더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물론 하는 일이 괴롭기만 한 건 아닌게 눈에 보인다. 성과가 있으면 성취감도 있으니 그렇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피곤을 견디는 것 같았다.

경쟁과 도전하는 삶이 행복인 사람들도 있다. 허나 그걸 강요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을까?

누구나 도전하고 경쟁하는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런 삶에서만 희열이 있고 성취감이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물론 새로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만족과 흥분의 호르몬 도파민이 분비된다면 일의 능률도 오를 것이다. 성공한 사람이 성공을 논하는 건 극히 평범한 사람에게 와 닿기란 쉽지 않다.

성공의 과정에서 겪은 실패와 좌절이 혹은 경쟁 속에서 자신이 느꼈던 행복을 논할 때 보통사람은 거기에 동한다. 논문을 짜집기하거나 일반적 논리의 나열로 자신의 논리에 맞장구 쳐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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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차 적멸을 깨우네 - 다산과 추사가 사랑한 초의 선사의 우리茶 기행
박동춘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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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 하면 우리가 가깝게 접하는 녹차에서 부터 중국집에서 흔하게 나오는 쟈스민차, 우롱차, 보이차 등 저렴한 것부터 부르는게 값인 고가의 것들도 많다. 예전엔 '차'를 즐겨 먹는 편이었는데 커피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인지라 싸지도 않지만 커피가 어느새 내 입맛을 장악해 버렸다.

티백의 차는 흥미가 없고 잎을 우려서 정성스럽게 먹고 싶은 사치(?)의 마음도 있고, 커피와는 다르게 조용한 곳에서 음미하고픈정화된 장소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같은 이유로 차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절에서 어쩌다 접하게 되는 차가 유일한 것이었고 또 그런 곳에서 마시는 것이 일상에서 늘 먹던 진한 커피의 맛을 잠시나마 떨칠 수 있었다.

이때 때마침 접하게 된 이 책은 구미를 자극하며 '차'의 역사와 더불어 만드는 방법과 종류 등 여러가지를 알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 첫장을 보고 상상하거나 제목을 보고 '이런 것이려니' 하면 여지없이 내 생각과는 정 다른 방향의 내용이 숨어 있다는 거 ! 금석학의 대가에게 한학을 사사받은 분이기도 하고 차에 관한 자료와 '초의차' 의 제다법을 전수받은 분이시라 그런지 한문으로 된 원본과 더불어 설명하는 부분까지 한자어가 워낙 많이 섞여 있어서 소설 번역서나 수필을 주로 읽던 요즘, 내게 읽어 내기가 쉬운 책은 아니었다.

 

 저자가 '초의 선사'의 발자취를 밟아가며 초의 선사와 관계했던 인물들의 내용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동년배로 오랜 지기였던 추사 김정희, 다산과 그의 자제들과의 인연, 신위와 그의 제자들. 이들의 주변 인물에게까지 '초의차'가 전해지면서 당대의 내놓으라는 사대부들이 마시면서 차 문화를 중흥시킨 배경이 되었다.

처음에 차는 약용으로 이용되다가 점차 정신음료로 발전해 나가기도 했는데 임진왜란을 전후로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쟁으로 피혜해진 땅에서 먹고 살기도 힘들었을 텐데 아무리 시와 흥을 즐기고 차문화를 즐기는 사대부라 할지라고 이 명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서민들이 즐기는 음료이자 약용이었다면 변형되어 오면서 우리 입맛에 맞는 진실한 차로 거듭났을 지도 모르고 구전되어 오면서 더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마지막 3부 '차'편에서 초의 선사가 차의 이론을 섭렵해 제다법(차를 만드는 공정), 탕법의 기준을 성립하는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차의 세계는 조건이 필요한데 우선은 좋은 찻잎이 있어야 하고 , 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물은 차의 체이며 바로 물에 의해 들어난 차의 색과 향 그리고 맛이 바로 차의 세계란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문으로 된 원서와 더불어 다량의 한자로 인해 읽기가 그리 쉬운 책은 아니었다. 초의 선사의 제다법을 좀 더 자세히 풀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차라 하면 자연과 더불어 떼어서 생각할 수 없음에 산사의 절과 스님을 연상케하고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마시고자 하는가 보다.

잠시 접어 두었던 다기를 꺼내 차 한잔 우려 먹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적멸의 뜻을 찾는데서 부터 시작한 이 책을 마지막으로 그 뜻을 적어봄으로 서평을 마무리 한다.

* 적멸 : 번뇌의 세상을 완전히 벗어난 높은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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