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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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이 간지의 <데드맨> 시리즈 마무리인 <단델라이언>은 추리소설이다. 아쉽게도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작가도 <데드맨>도 모두 처음 들어봐서 혹시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무서우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다행히 이해가 안 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오히려 작가의 독특한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어느 날, 사일로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환경 특성상 부패되지 않고 미라 형태로 발견된 시체는 오래전 실종된 '히나타 에미'였다. 막 대학 새내기를 보내던 한 여성이 왜 외딴 이곳에서 특이한 형태로 죽음을 맞이했을지 형사들은 파헤쳐 보려 하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잡지 못한다.

하지만 '민들레 모임'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조금씩 왜 그녀가 이런 모습으로 죽었는지 하나둘씩 실마리가 풀려간다. '민들레 모임'은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대학 동아리였다. 겉으로는 좋은 취지의 활동을 하는 곳이라 생각되었지만 속은 그렇지 못했다. 민들레는 영어로 책의 제목인 '단델라이언'이다. 숨은 뜻은 '사자의 이빨, 송곳니'를 말하는데 그 동아리의 본 취지는 바로 이 뜻에 있었다. 그들은 하나의 비밀 조직이었고 누군가의 명령을 받아 수행하다가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그 숨은 배후들에는 정치, 이념, 사상 등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얽혀있었고 희생된 자는 무고한 자였다. (여기에 반전이 한 번 더 있다.) 소설이 현실의 축소판이란 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누군가의 무고한 희생이 힘 있는 자들의 방패막이로 사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이런 무거운 소재를 '하늘을 나는 소녀'라는 민담을 사용해 아리송한 느낌을 더하고 있다.

추리 소설의 백미는 범인을 추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범인을 잡는 것만이 답이 아님을 얘기하고 있다. 오히려 범인보다 '왜 그 여성이 그런 모습을 하고 죽어있어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건의 정황을 밝히는 데에 더욱 많은 페이지를 활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에 의문을 두고 계속 읽었던 것 같다.

민들레 모임의 멤버들은 사일로에서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꿈꾼다고 말한다. 그들이 유토피아라 말하던 이상향이 결국 자신들만이 원하는 세상이 아니었나 싶은 씁쓸한 감정이 밀려왔다. 개방형 밀실에서의 살인사건은 책의 에피소드로 그쳤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임을 말해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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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으로 생각하라 - 생각이 뚫리고 인생이 바뀌는 완벽한 사고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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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으로 생각하면 다 달라질 수 있다?' '고작 3가지만 생각한다고 달라진다고?' 의문이 드는 이 책은 300만 독자의 멘토 '사이토 다카시'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 쓴 책이다. 그는 3만 생각하면 보고서를 쓸 수 있고, 영어 단어를 금세 외울 수 있으며, 어려운 책도 술술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3이란 숫자를 친숙하게 사용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선미', '상중하', '금은동', '서론-본론-결론' 등 3으로 나눠진 구조를 쉽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 속에서만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던 3으로 생각하는 방법이 쉽게 암기를 하기 위해서도, 베스트라 생각하는 리스트를 뽑을 때도, 자기주장을 더욱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양자택일의 상황보다 둘 사이 절충점이 존재하는 것이 풍부한 생각을 더욱 가능하게 해주고 'A 아니면 B'라는 단순 구조가 아닌 'A와 B 그리고 C' 더 나아가는 'D'라는 확장형까지 다양한 욕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3으로 생각하는 것은 '고작 3가지'가 아닌 '딱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양한 3분할법 중 삼색 볼펜으로 일주일을 구분하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월화', '수목금', '토일'로 나눠 생활하되 대신 '월화'의 일을 '수목은'으로 넘기지 않았다. 흔히 번아웃이라 부르는 소진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비슷한 종류의 일을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것이 일의 효율성과 자신의 여가생활을 동시에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려운 일을 먼저 몰아넣고 나머지 요일을 쉬엄쉬엄 처리한다던지 하면 일주일이 고통스럽기보다는 견뎌낼 만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처럼 창의력을 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3으로 생각하는 3분할 법은 꽤 합리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3가지 밖에 생각을 못한다면 요약하거나 압축해서 표현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을 생각할 것이고, 3가지나 생각해야 한다면 억지로라도 제3의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3은 덜도 말도 더도 아닌 딱 적당한 숫자임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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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정혜윤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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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참 아까운 요일이다. 월요일을 걱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휴일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일요일을 영원히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새로운 방식이었다. 일요일은 늦잠을 자고 원기회복을 하고 다시 일터로 나갈 마음을 먹는 중요한 시간임을 계속 느끼게 한다.

은 숲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생님의 글이 좋아서 자신 역시 좋은 글만 담아 전해주고 싶었던 저자는 그리스 여행 중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스 여행은 저자에게 일요일인 듯했다. 일요일마다 선생님께 보낼 추억과 기억들을 쓰는데 설렘과 기쁨이 독자인 나에게도 느껴졌을 정도니까.

달콤한 것도 같고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낯익은 침대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이건 뭐지? 아, 이건 일요일 냄새잖아! (p.18~19)

'일요일의 냄새'라는 표현이 참 좋다. 인생이 잘 마른 빨래였음 어떨까 생각해보게 한다. 그건 내 몸속 곳곳의 나쁜 기운들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다시 흡수하기 위해, 좋은 볕 아래 누워 잠을 청하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상상해 했다.

다소 철학적이면서도 성찰적인 면이 문단 곳곳에서 느껴졌다. 그리스의 역사나 문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다인 내가 그 시대의 소크라테스와 만나고 대지의 신 '가이아'를 만나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폐허가 된 도시들, 화산재에 뒤덮여 형체조차 찾을 수 없이 바닷속에 가라앉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세상이 신선한 아침처럼 작동하는 것을 망가뜨리는 자들이 있다면 세상 어딘가에는 묵묵히 고치는 자가 있어요.(p.204)라는 말처럼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사람들을 우린 외면하지 말아야 하고 그 속엔 외면하면 안 될 '나 자신'이 있다.

이젠 친근하게 느껴지는 '존 버거' 할아버지의 따뜻한 삶의 조언들 역시 모두 휴일로서 일요일의 본질적 가치를 깨닫게 한다. 일요일은 현재이다. 현재보단 미래를 내다보려 하는 조바심이 잠깐 놓친 소중한 감정, 사람들, 풍경, 규칙 등이 없는지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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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 하루 일과로 보는 100만 년 시간 여행
그레그 제너 지음, 서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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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잠을 자고, 일어나고, 화장실을 가고.....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의 패턴이 '대단한 것'이라 여겨 본 사람이 있을까? 이 책의 저자 '그레그 제너'는 이 모든 일상을 1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파헤쳐 놓았다. 그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보다 가장 유서 깊은 역사는 우리의 일상임을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석기시대 동굴 거주민과 우리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인류가 태초 이래로 항상 해오던 것과 매우 비슷한 행위를 날마다 되풀이한다. (p. 6)

근본적으로 이 책은 당신과 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쩌다 보니 그저 배경이 과거가 되었을 뿐이다. (p. 7)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하루를 시작하고 본능에 충실한 시간으로 2부는 해야 할 것들을 마무리하고 잠드는 시간까지 오전과 오후의 시간이라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1부에서는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우리가 먹는 것들(시리얼, 통조림, 소시지 등), 화장실, 샤워에 관한 이야기, 애완동물과의 산책(개, 고양이 등)에 대해서, 2부에서는 전화기의 발명, 신문 등 매체의 발전, 바지와 티셔츠, 원피스 등과 같은 의복에 관한 이야기, 술 등 우리가 유희적으로 즐기는 것들이나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익숙해진 발명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어난 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밥을 먹고 볼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가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통화를 하고 산책을 하고, 옷을 입는 등의 일에 역사적 의미를 붙이는 '쓸데없는' 행위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파헤쳐 보면 나는 유서 깊은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고 나라는 역사를 계속해서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라는 점을 인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끊임없는 문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는 항상 당신과 나와 같은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날마다 생존에 대한 위협을 타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역사 자체는 반복되지 않지만 사람의 삶은 반복된다. (p. 461)

쓸모없다는 존재가 아닌 이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게 해준다. 오랫동안 전해져 온 전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린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은 잊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과거가 미래의 후손들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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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행복은 간장밥 -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 샘터 필사책 1
법정 지음, 샘터 편집부 엮음, 모노 그림 / 샘터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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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간장밥>은 생전에 법정 스님이 남기셨던 수많은 글들을 엮어서 낸 필사 책이다. 필사 책인 것처럼 좋은 글 옆에 빈 여백이 있어 읽고 생각하며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내가 알고 있는 책은 <무소유>가 전부였는데 이렇게 많은 글을 발표하셨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짧지만 강렬한, 때론 소박한 메시지들이 담겨있어 생각날 때마다 쓰며 곱씹을 것 같다.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몇 개 필사해 보았다.

 

 

#삶의 여유
그 무엇에도 쫓기거나 서둘지 않는 것,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 순응하는 것,
그러면서 순간순간 자신의 삶을 음미하는 것.
그것이 느리게 사는 것,
여유 있게 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삶의 귀한 태도이지요. (p. 28)


                                             

너무 바쁘게 살려고만 애쓰는 것은 아닌지 좀 쉬어가도 되는 것은 아닌지 내 몸 상태와 체력을 다시 점검해 봐야겠다고 느낀 문장이었다. 

 

 

#< 텅 빈 충만 > 개정판을 내며
어둔 업은 어둔 결과를 가져오고, 밝은 업은 밝은 업을 가져온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밝은 세상이냐 어둔 세상이냐는 우리 자신이 순간순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p.104)

작년은 힘든 일이 많았다. 그런 일들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낸 부분이 있었다. 새해라고 하기엔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남은 반년은 좀 더 희망차고 밝은 일들만 있길 바라게 된 문장이었다.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스님이 말들을 읽고 나니 저절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비록 글을 따라 쓰고 읽는 행동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이 사소한 것들도 젊은 날의 기록이 되어 추억할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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