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하는 키워드 찾는 법 - 평범한 경험도 특별하게 만드는 노션 포트폴리오
이루리 지음 / 리드앤두(READNDO)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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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니 곳곳에서 회고 키워드가 등장한다. 내가 일궈낸 것이 무엇인지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누구나 같은 모양이다. 노션이 등장한 후로는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매년 회사나 해낸 일을 기준으로 역량을 다듬는 일은 중요한 연말·연초의 일이었다. 


정작 노션을 제대로 알고 쓴 적은 없다. 적당히 누군가의 무료 템플릿을 다운받거나, 유명 인플루언서의 포트폴리오를 따라하며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게 치중했다. 그래서 노션의 기능을 알기 쉽게, 그리고 포트폴리오의 요점을 콕 짚어주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었다. 때마침 나온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올해로 흐지부지 대충 만들었을지도.


노션 앰배서더 이루리가 말하는 포트폴리오의 큰 방향은 두 가지다. '키워드'와 '경험 데이터베이스'. 노션에는 필터와 정렬을 통한, 마치 엑셀과 유사한 '데이터베이스'라는 기능이 있다. 이걸 잘 활용하면 원하는 대로 경험을 재조립해 볼 수 있다. 그는 태그 등을 활용, 경험 나열하기를 넘어 나를 소개할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가는 방법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경험을 작성해 봤다면, 본격적인 포트폴리오 작성이 시작된다. 여기서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된다. 단순히 매뉴얼을 언급하기보단 나의 흩어진 조각을 한데 모아, 보기 좋게 분류하고, 어떻게 정의할지를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도록 이정표가 되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책 자체가 포트폴리오 같달까.


내 포트폴리오의 패착은 기술, 나열의 반복이어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 욕심 과다. 이 경험도, 저 경험도 자기 자신에겐 소중하니까 과감하게 결단하지 못했다. 그래서 위 사진처럼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고, 어떤 강점이 있는 사람인지 직군별로 예시를 들어주는 게 소중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을 이미지메이킹 하는지 볼 수 있어 나는 어떤 키워드로 방향키를 잡을지 도움이 됐다. 


더군다나 나를 강조하기 좋은 수식어도 제공해 주니 내년의 나를 차별화하는 힌트도 얻을 수 있었다. 저자가 작은 회사에서 여러 일들을 오래 해왔고, 재밌는 일들을 쉽게 벌이는 사람이라서 관련 경험을 추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은 익힘책이 되었다.


포트폴리오를 꼭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의 경험/경력을 정리하고 회고하며, 혼잡한 세상에서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 재정의하고 싶다면 하나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쓰지 않으면 생각은 구체화 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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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어휘를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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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좋아하고 많이 읽더라도 오래 손 놓고 있으면 퇴보하는 게 글이다. 현재 내가 그렇다. 좋아해서 쌓아둔 책만 수십 권. 매일 읽어야지 되뇌어도 눈이 절로 감기는 걸 어찌할 도리가 없다. 써야 할 글과 읽어야 책이 넘치고 어찌할 방도를 찾을 수가 없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좀처럼 펼치지 않는 필사책을 꺼냈다. 더 나은 어휘력을 만들어 준다니! 이만큼 설레는 문구가 또 있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인즉,

모르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뜻과 같을 것입니다.

제아무리 좋은 의미를 문장 속에 놓았대도도

읽는 이가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받아들일 방도가 없겠지요.



이 책은 단순 필사책이 아니다. 무작정 좋은 글만 모아놓은 것이 아니란 소리다.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표현하는 법', '매일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법', '품격 있는 어휘로 세계를 넓히는 법'까지 장마다 주제가 있고 선별된 문장들이 줄지어 있다. 


아는 문장도 떼 놓고 보면 다르게 보인다. 김애란의 <비행운>은 서른의 나를 울렸고, 양귀자의 <모순>은 스스로를 자각하게 했으며, 프루스트의 마들렌은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어떤 문장은 다소 평범하여 '왜 있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한 언어일수록 곱씹게 되는 맛이 있다. 잘 쓴 문장은 어려운 어휘를 보기 좋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쉬운 말을 읽기 쉽게 쓰는 것이니까. 



이 책은 단순 필사책이 아니다. 무작정 좋은 글만 모아놓은 것이 아니란 소리다.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표현하는 법', '매일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법', '품격 있는 어휘로 세계를 넓히는 법'까지 장마다 주제가 있고 선별된 문장들이 줄지어 있다. 


아는 문장도 떼 놓고 보면 다르게 보인다. 김애란의 <비행운>은 서른의 나를 울렸고, 양귀자의 <모순>은 스스로를 자각하게 했으며, 프루스트의 마들렌은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어떤 문장은 다소 평범하여 '왜 있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한 언어일수록 곱씹게 되는 맛이 있다. 잘 쓴 문장은 어려운 어휘를 보기 좋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쉬운 말을 읽기 쉽게 쓰는 것이니까. 


<시지프 신화>의 문장처럼 우린 등장인물의 실제 감정을 상상할 뿐 그것이 진짜 그들이 느낀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문장을 두 번, 세 번 받아적고 있으면 눈이 뜨인다. 그의 한숨이 안도감에서 비롯됨을, 그녀의 단말마의 외침인지, 시의 구절이 왜 좋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작가가 신중하게 선택한 단어에는 진심의 힘이 담겨 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필사하며 어수선한 지금, 이 순간이 떠올랐다. 천국으로 가는 자도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 자들이 명확히 공존하는 이 시국에 고요히 침잠할 수 있는 순한 자극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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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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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하진 않아...... 근데 괜찮아. 행복한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괜찮은 게 중요한거지. (p. 117)


이서수 작가는 사회 문제와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한다. 아마 카페 창업을 한번이라도 꿈꾸었다면, 이 책을 읽고 물거품처럼 날려보내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자영업의 고난과 여성으로서 노출된 위협을 깊이 있게 다루며, 주인공 마은이 마주하는 다양한 시선과 사건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동등할 수 없는 걸까. 이웃이자 손님인 그들과 자영업자는 결코 동등해질 수 없는 걸까. 무조건 그들의 취향에 나를 맞추고 그들의 평가에 전전긍긍해야 할까. 자영업자니까, 서비스업이니까, 돈을 받았으니까? (p. 204)


마은은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저 나대로 살아가며 카페를 운영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아 자주 난처하게 만든다. 무례하게 가게를 둘러 보고, 과한 친절을 요구하며 한계를 시험하게 한다. 꼭 카페라서가 아니라 으레 서비스직이면 한번은 겪어봤을 '진상'의 상황들은 삶을 버석이게 만든다.


그래도 마은은 이겨내고 괜찮아진다. 타인의 크게 귀담아듣지 않던 마음을 열고, 하나씩 카페를 대중의 취향과 조율하며 변화를 통해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건조한 삶엔 적당한 습기가 필요하다. 적당함이란 난제를 풀고 나면 조금씩 용기가 생긴다. 희망 사항도, 꿈도, 미래도 어쩌면 작은 빈틈에서 피어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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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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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대문자 L로 적힌 Life, 삶의 압력을 느끼려고 읽는다. 여전히 제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기운들에 얽매이고 휘둘리는 주인공을 보려고 읽는다. (p .26)

고닉의 세 번째 선집 <끝나지 않은 일>은 다시 읽기에 관해 말한다. "인생 초년에 중요했던 책을 다시 읽다 보면 긴 의자에 누워 정신분석을 받는 느낌"이었다던 그는 오독과 오해의 무더기 속에서 과거를 반추하며 앞으로 나아갔던 현재까지를 톺아보며 읽기를 파헤친다.

읽기의 시작, 그건 순전히 재미였지만 삶의 결정적인 순간들마다 순진함은 삶의 딜레마로 대체된다. 그건 페미니즘이었고, 너무 놀라 얼떨떨한 채 말을 잃었던 순간에서 엄정한 현실의 장벽을 느낀다.

🔖이미 상처 입고 훼손된 자아로부터 우리 자신을 구원하려면 이데올로기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열렬한 수사와 엄정한 현실의 요구 사이에. (p. 23)

그리고 다르게 읽기 위해 닳아버린 소설들을 다시 꺼낸다. <끝나지 않은 일>은 책 읽기를 통해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하여 이건 성장의 이야기다. "새로운 의미들을 발굴해 그 위에 양피지처럼 의미를 덧쓰고 고쳐 쓰고 겹쳐 쓸 뿐이다."

나도 그렇다. 다시 읽으면 전에 알고 있던 내용이, 등장인물의 인물이, 전개되는 서사가 기억과 달라 당황한다. 내가 이런 걸 읽었냐며 감동의 순간이 메말라 버리는 것도 다시 읽기의 미묘한 재미다.

나의 오류와 오독, 오해로 점철된 과거 위해 현재의 바름을 덧칠하는 것. 고닉만큼은 아니지만 나의 읽기를 돌아볼 수 있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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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십육일 -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 에세이
4·16재단 엮음, 임진아 그림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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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매월 16일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에세이를 4·16재단에서 연재해 왔다. 작가, 뮤지션, 배우, 시인, 정치인, 활동가란 이름이 아닌 그 사태를 목도한 평범한 시민들이 '4월 16일'을 실감나게 그려내 읽는 내내 2014년 4월 16일, 사건 당일이 생각났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한국사 교양 강의를 듣고 있던 참이었다. 친구가 화들짝 놀라며 뉴스를 보라며 책상 밑으로 기사를 보여주었고, 나는 그걸 받아 읽던 차가운 공기가 선연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전원구조라는 기사를 보고, 안도했던 순간과 그것이 오보라는 기사가 연달아 터졌을 때, 나는 TV 앞을 떠나지 못하고 왼쪽 생존자 수의 숫자가 하나라도 늘어나길 간절히 바랐다.

10월 29일도 같았다. 이젠 성인이 되어 일하고 있을 때, 이태원에서 끔찍한 참사가 있었다고, 생존자들의 증언은 처참하기에 그지지없어서 10년 전, 그때 기억이 되살아나고 말았다. 그때와 달리 되도록 보지 않았고, 그저 속으로 이와 비슷한 사건을 경험한 나라이니 당연히 괜찮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진실이 기억하는 느린 진심은 어떻게든 돌아오게 되어 있다. 우리는 떠나간 것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지켜낸다. 삶의 반복 속에 닳아가듯 지쳐갈 때에도 이런 슬픔은 페달을 밟는다. (p. 15)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지만, 그 의미는 퇴색되어 '아직도 거기에 몰두해 있냐'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묵음 처리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기억이 되길 바랬는데 사회는 냉혹했고, 생활은 잔인하게도 흘러갔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대까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그날이 되면 차가운 바닷속에 잠들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일상에서 그런 참혹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이 사회는 보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상처를 극복하고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어떤 마음을 아는 데 필요한 것은 꼭 '같은' 경험이 아니라 그 마음에 다가서고자 하는 마음임을 내게 알려 준 사람이 있다. (p. 135)


누군가의 가방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으면 좋겠다. 일상과 예술에서 계속해서 이야기가 되풀이되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잠시 우리가 겪은 아픔이 누군가에겐 몇백 배는 더 처절하고 뼈저렸음을 알았으면 한다. 노란 리본 대신 노란 인덱스를 붙이면서 기도한다.


애도의 다음 단계는 그 사람을 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을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간직하는 방식이다. 그 사람이 내게 주었던 가치들, 그 사람이 살고자 했던 삶, 그 사람이 가치 있다고 믿었던 것을 내가 실현하며 사는 삶이다. (p.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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