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정혜윤 지음 / 로고폴리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일요일은 참 아까운 요일이다. 월요일을 걱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휴일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일요일을 영원히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새로운 방식이었다. 일요일은 늦잠을 자고 원기회복을 하고 다시 일터로 나갈 마음을 먹는 중요한 시간임을 계속 느끼게 한다.

은 숲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생님의 글이 좋아서 자신 역시 좋은 글만 담아 전해주고 싶었던 저자는 그리스 여행 중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스 여행은 저자에게 일요일인 듯했다. 일요일마다 선생님께 보낼 추억과 기억들을 쓰는데 설렘과 기쁨이 독자인 나에게도 느껴졌을 정도니까.

달콤한 것도 같고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낯익은 침대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이건 뭐지? 아, 이건 일요일 냄새잖아! (p.18~19)

'일요일의 냄새'라는 표현이 참 좋다. 인생이 잘 마른 빨래였음 어떨까 생각해보게 한다. 그건 내 몸속 곳곳의 나쁜 기운들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다시 흡수하기 위해, 좋은 볕 아래 누워 잠을 청하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상상해 했다.

다소 철학적이면서도 성찰적인 면이 문단 곳곳에서 느껴졌다. 그리스의 역사나 문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다인 내가 그 시대의 소크라테스와 만나고 대지의 신 '가이아'를 만나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폐허가 된 도시들, 화산재에 뒤덮여 형체조차 찾을 수 없이 바닷속에 가라앉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세상이 신선한 아침처럼 작동하는 것을 망가뜨리는 자들이 있다면 세상 어딘가에는 묵묵히 고치는 자가 있어요.(p.204)라는 말처럼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사람들을 우린 외면하지 말아야 하고 그 속엔 외면하면 안 될 '나 자신'이 있다.

이젠 친근하게 느껴지는 '존 버거' 할아버지의 따뜻한 삶의 조언들 역시 모두 휴일로서 일요일의 본질적 가치를 깨닫게 한다. 일요일은 현재이다. 현재보단 미래를 내다보려 하는 조바심이 잠깐 놓친 소중한 감정, 사람들, 풍경, 규칙 등이 없는지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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