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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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리에 확 꽂히는 제목과 달리 내용은 한 정신과 의사의 따뜻한 마음 힐링 분투기였다. 마음이 병들어가는 사회에서 더 이상 이런 사람들이 병원에 오면 안 된다고 상담 트럭을 끌고 거리로 나선 행키 임재영 선생님은 동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사람 같았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은 드물다. 나도 힘든데 너까지 왜 그러냐고 타박하는 숱한 사람들 속에서 빛나는 한 사람의 존재감은 묵직하다. 그 앞에서 사람들은 감정을 내보이며 차마 가까운 이에게도 하지 못한 사연들을 털어놓는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다른 자식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하는데, 이제 잊으라고만 하는데,
선생님은 우시네요. 제 이야기를 듣고 울어주시네요." (p. 94)

 

정신과를 찾아가야 할 사람은 안 오고 오히려 그런 사람에게 상처받는 사람만 온다는 현실이 씁쓸하다. 상처받은 사람들 마저도 차마 병원의 문턱을 넘기란 힘들다. 요즘 들어 자신의 병을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꺼려지는 이미지가 박혀있다. 언제부터인가 아픔은 스스로 이겨내서 강해져야 하는 전환점의 상징이 되었을까? 무조건 아픔과 싸워 이겨 승리를 쟁취해야만 하는가?  쓰러져서 울고 약도 바르면서 그렇게 천천히 아물어가는 걸 택하면 안 되는 걸까?

 

자기도 모르게 용량을 넘어 쌓여가던 감정을 한꺼번에 폭발시키고 나면, 그 후유증이 그간의 감정 노동 못지않게 본인을 괴롭힌다. 좀 더 참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하필 그 시간, 그 장소에 같이 있다가 불똥이 튄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폭발해버리고 나면 이미 늦은 것이다. (p. 159)

 

각자가 가진 용량의 크기를 생각해주는 분위기가 쌓여갔으면 좋겠다. 행키가 하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다.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을 재단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는 일은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불씨다. 내 마음을 몰라줘서 힘든 사람들을 위해 말보단 귀를 빌려주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읽어내려간 끝엔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자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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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ma1228 2018-12-0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행키입니다! ^^ 리뷰 감사합니당~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ㅎ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