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커리어 - 업의 발견 업의 실행 업의 완성, 개정판
박상배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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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가지고 밥벌이를 할지가 최대 고민인 나에게 10년 후는 먼 미래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구체적인 대답보다는 그쯤이면 돈을 어느 정도 모았을 것이고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꿈같은 이야기다. 현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전공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 요새는 전공 불문하고 공무원으로 쏠리는 추세이다. 내 주변만 봐도 빠르면 2년 전부터 공시를 보기 위해 준비하던 친구들이 꽤 있다. 정부가 바뀌고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확충하기 시작하면서 이 쏠림 현상은 가속화되었다. 실업률은 날로 높아져만 가고 채용 공고만 봐도 선뜻 지원서를 넣기 꺼려지는 일자리만 보인다. 더군다나 100세 시대가 되면서 평생직장이란 직업의 개념도 흐릿해져가고 있다.

공무원으로 쏠리는 현상은 비단 안정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능만 바라보고 그 결과로 맞춰온 대학과 전공에서 배운 것들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런 고민이 졸업을 앞두고 시작된다. 공무원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보다는 유예시켜준다. 열심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졌던 고3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적어도 무엇을 준비하고 공부해야 되는지 과정이 보이는 준비이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도 있다.  매달 적더라도 월급이 보장되고 정년이 보장된다. 어쩌면 지금 낭떠러지 동아줄 같은 존재 같다. 하지만 그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시험에 떨어진다면 그 이후에 대한 생각으로 불안해한다. 청춘은 계속 이렇게 불안해야만 하는 것인지 부당하게만 느껴진다.

이 책은 이런 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커리어'라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평생직장, 정년이 사라지는 시대에 대비해 일정 시기마다 오래갈 수 있는 내 능력치를 발전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커리어는 취직을 하고 수행하는 업무에서부터 시작된다. 사회에서는 현장에서의 경력이 인정받는다. 그 일을 해봤다는 것은 언제 어느 분야에 투입시켜도 그 사람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신입보다 경력이 우대받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깨적'을 활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파악하고 적용시키라 한다.

의업의 4단계는 본깨적으로 도달해야 할 커리어의 단계를 말한다. '습득자 - 근로자 - 숙련자 - 창조자' 이 4단계를 거쳐야 정년 없이도 나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노후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 저자는 바인더 작성을 하면서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정리해보라 한다. 정리를 하다 보면 내가 열심히 쏟아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보이고 이를 통해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 책에 제시된 사례 속 사람들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의 일보다는 그 외부적인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성장하고 싶으면 부족하지만 노력해야 하는 부분에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아무리 강연을 많이 듣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이런 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계속 쳇바퀴만 돌 수밖에 없다.


일상에 변화를 줌으로써 생각을 확장시켜야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며, 생각의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다. (p. 126)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 목표를 계속해서 생각해서 상기시키는 것, 시간을 활용하는 것, 상대에게 본받을 점을 찾는 것, 늦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 등 익히 들어 아는 내용도 있다. 결국 이런 모든 내용이 가리키는 것은 '실행'이다. 시도를 한 사람만이 누리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커리어다. 이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흔한 자기 계발서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나 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면 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열정이 흘러넘치는 사람이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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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생의 진실 - 인생의 행복과 풍족함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아우름 26
혼다 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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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돈은 절대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하고 싶은 것도 하기 싫은 것도 모두 돈으로 귀결된다. 직장인들이 사표를 품에 안고 사는 것도 다 돈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자본의 힘을 얼마만큼 움켜쥐고 있는가가 강자와 약자로 나뉘게 한다. 다른 물건들은 없어도 살지만 돈은 있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 괜히 생겼을까.

이 책은 '혼다 켄'이 연구해 온 돈에 관한 지식과 가치를 전달하는 책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나열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내용은 추상적이다. 돈이 중요하지만 그 밖의 중요한 것을 놓지 말라고 하는 뻔한 이야기 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개념과 흐름, 본질과 수단으로서 이 종잇조각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낭비벽이 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돈을 아끼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자라면서 형성된 가치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 가치관은 대부분 부모에게서 비롯되며 쉽사리 고칠 수 없다.

우선, 돈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 본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은 교환을 위해 탄생되었다. 내가 얻고 싶을 것을 얻기 위해 그만큼의 가치를 지불하기 위한 수단이다. 돈을 교환되면서 시장을 형성했고 시장은 원활하게 돈이 돌아야 유지가 되게 되었다. 그 속에서 이익을 더 보려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겨났다. 이 역할을 생각하며 우리가 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언제 돈을 쓰고 모으려 할까?


자신이 가진 돈이나 일에 대한 관념이 결국 인생을 만들어가는 구조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는 저에게도 인생을 바꾸는 커다란 깨달음이었습니다. 그것은 부모 자식 관계에서 일어난 과거의 일을 다시 마주하거나 치유하는 것으로 지금의 경제 상태까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p.120)


보통 경제관념은 부모가 용돈을 주면서부터 시작된다. 용돈을 많이 주는지, 적게 주는지 또는 사용 여부에 자유를 주는지, 심부름에 대한 대가로서 돈을 주는지 등으로 보통 나뉜다. 여기서 부모가 가진 돈에 대한 가치관이 나타나고 아이는 그 가치관을 대물림 받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돈과 맺는 관계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이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우리의 능력이 없으면 사고 싶을 것을 얻기 위해서 부모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여기서 흔쾌히 응하는 부모가 있는 반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부모가 있다.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는 사고 싶다는 욕구를 경제력이 생기자마자 분출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경제력이 생겨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여기서 돈의 본질로 들어가 보면 돈은 순환되어야 맞다. 돈을 무조건 안 쓰는 것은 결국 돈이 고인다는 점이고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너무 안 쓰면 쓸 줄도 모르고 돈을 벌 줄도 모르는 상태가 된다.

저자는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적당히 쓰라고 한다. 쓰는 것은 투자 개념이다. 내가 적당히 어딘가에 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돈을 써야 나도 돈을 벌어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투자는 기업이나 이익이 될만한 것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재능, 학업, 능력 등도 포함된다. 내가 나 자신에게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것들도 모두 포함된다는 점이다. 돈은 쉽게 사라진다.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하기 전 생각과 고민은 필요하다. 저자는 그래서 돈 교육을 정교육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돈을 쓰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두렵다. 하고 싶어도 못하겠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많다. 그런데 막상 사용하면 홀가분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 느낌이 돈을 잘 사용했다는 신호일 것이다. 미련이 남지 않는 소비는 행복한 투자이다.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마음이든 어디까지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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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라고 오해하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 기생충에게 마음을 열면 보이는 것들 아우름 25
서민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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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을 연구하시는 서민 교수님이 기생충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실생활의 사건에 빗대어 표현하는 짧은 책이다. <서민적 글쓰기>라는 책으로 먼저 알게 되었던 분인데 기생충을 연구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았다. 기생충 이외에도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쓰는지, 자신을 글을 어떤 계기로 쓰게 되었고 지금의 작문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기생충'이란 말만 들으면 거부감이 든다. 내 또래는 기생충이란 단어를 거의 접할 기회가 없을뿐더러 가끔 뉴스에서 나오는 안 좋은 사건들에 연루된 기생충 얘기만 들어서 인지 그리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대변검사에서 기생충을 찾아냈다는 점도 이러한 거부감에 한몫을 기여하고 있다. 교수님도 이러한 편견들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애초에 '기생충'이란 단어로 명명한 것부터가 거부감을 들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생충은 그렇게 해로운 존재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기생충은 숙주에 기대어 생존하는 작은 미생물이다. 꿈틀거리는 것만 생각해도 징그럽지만 그들은 사람을 해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우리 몸속에 기생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기생충보다 더 끔찍한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며 여러 종류의 기생충을 소개하며 메르스 사태, 세월호 사건, 버려지는 개 등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이 이러한 기생충보다 더 못났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건들, 특히 행동의 주체인 인간들이 벌인 일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기생충만큼이나 박멸해야 하는 인간들도 많다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기생충은 약 하나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계속 더불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고 잔인한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기생충으로 떠들썩하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오히려 기생충을 연구하고 관심 가져야 할 시기는 지금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기생충이란 학문만이 아닌 모든 학문이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인기 학문은 명맥을 잇기부터가 힘들다. 같은 학문 내에서도 취업이 잘 되는 분야와 기술이 더욱 각광받는 시대이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보니 '슬럼프'란 단어가 떠오른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고 자존감도 떨어져 회의감만 늘어가는 그 시기를 잘 견뎌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암흑 같은 시기를 잘 버텨야 내가 수직 상승할 수 있는 기회와 바탕이 주어지고 실력마저 향상되기 때문이다. 기생충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에는 몰라서 막 대했지만 결국 증상이 나타난다. 과거의 약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단순한 아이들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박멸할 수 있는 약은 없다.

비인기 학문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언제 어느 곳에서 그것이 갑자기 필요해질지 모른다. 우리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주사를 맞는 것처럼 무언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무시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은 아닌지, 우리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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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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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샘터를 통해 수녀님의 글을 자주 접했다.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글은 거부감을 느끼는 편인데 수녀님의 글은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소담스러운 내용들이라 보면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신앙을 드러내기보다는 수녀님 주변의 사건들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본인은 나이가 드셨다고 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해인 수녀님은 여전히 소녀 같은 분인 것 같다.

<기다리는 행복>이란 이 책은 그동안 수녀님이 쓰셨던 일기 같은 글들과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글과 시가 담겨 있는 책이다. 수도자로서 사는 삶이면 완벽하고 늘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그런 분이실 것 같은데 이 글을 읽다 보면 오히려 인간미 있는 분인 것 같다. 보통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시고 때론 그 마음을 주체 못 해 실수도 하시고 반성하시는 모습은 직업 불문하고 누구나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늘 자신을 돌아보고 다스리는 수녀님의 일상을 보면서 긍정의 힘은 무엇인지도 느끼게 된다.

지나친 긍정은 되려 가까이하기 힘든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실천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맞아, 나도 저렇게 느끼는 순간이 있어'라고 공감도 하게 되고 주변 하나하나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꽤 두꺼운 분량이라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었는데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게 하는 에피소드가 많아 좋았다.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바다 보는 것을 좋아하고..... 수녀님이 좋아하는 것 모두 소박하다. 아직까지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시는 것 같아 나도 나이가 든다면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좀 더 고운 생각, 예쁜 말,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책을 읽으며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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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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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주인공 아서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1년간 집안에 갇혀 산다.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건 그의 세상 역시 무너졌음을 뜻했다. 이웃인 버나뎃이 매번 그를 걱정하며 먹을 것을 만들어주며 관심을 가졌지만 그는 그러한 관심마저 귀찮고 짜증 나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1년이나 가졌지만 그 1년을 오롯이 떠나간 사람에게 쏟은 시간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그 기간 동안 자신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다. 우연히 아내가 남긴 참팔찌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일상이 엉망진창이 된 모습을 보여줄 때 <오베라는 남자>가 오버랩 되었다. 오베도 아내가 떠난 뒤, 이웃과 등을 지며 오롯이 자신을 가둬두고 살았기 때문이다. 아서와 오베 둘은 공통점이 많아 보였다. 무뚝뚝한 점부터 아내를 긴 시간 동안 사랑했다는 점까지 두 인물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초반부만 읽으면 특별할게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참 팔지를 발견하면서부터 시작이었다. 아서가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참팔찌에는 다양한 참들이 달려있었다. 아내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자부하던 아서는 처음 보는 팔찌를 보고 아내의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코끼리 참에 적혀있던 전화번호를 통해 아내가 과거 인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과 결혼하면서 이 동네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아내가 다른 국가인 인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아서는 믿기 힘들어하지만 설명을 들으면 또 자신의 아내라서 결국 그 과거를 믿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아내가 낯설게만 느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서는 영국, 프랑스 등 이곳저곳을 참에 얽힌 아내의 과거를 밝히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에 참은 집에 갇혀있던 아서를 끌어내는 도구로 작용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여행이 지속되면서 그의 아내가 자신이 40년간 봐왔던 모습과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까지 알게 된다. 그는 여행을 통해 점차 변해간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정해진 곳으로 여행을 가는 등 일정하게 규칙을 지키던 아서는 여러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즉흥적으로도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가장 놀란 사람은 아서 본인이었다. 그의 아내가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살다가 정적이고 조용한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면 아서는 그 반대가 되어갔다.

또한 집안에서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묻혀있던 그는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과거의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되며 지극히 평범한 그와의 결혼생활은 불편하고 힘들지 않았을지, 왜 아내가 자신을 선택했을지 등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자신은 아내를 사랑했지만 아내는 과연 40년 내내 자신을 사랑했을지까지 의심도 한다. 또한, 자신의 자녀들 루시와 댄을 돌본다. 자녀들이 겪은 상처를 알아보려 본인이 먼저 다가간다. 아내를 자신이 몰랐던 것처럼 그의 자녀에 대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기 성찰의 과정이 지나자 자신의 남겨진 가족들에 대해 돌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서먹했던 관계의 원인인 묵은 오해들을 풀고 현재에 집중하며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이렇게 변해버린 아서지만 그에게 아직 남겨진 의문이 하나 있었다. 그녀의 아내는 왜 자신의 참팔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루시와 댄이 아서의 생일을 기념해 아서 부부의 사진들을 진열해 놓은 선물을 보며 결혼식 사진에 아내가 참팔찌를 차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댄이 자신이 어릴 적, 엄마가 참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적 있다고 그걸 가지고 놀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내는 숨기려 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모든 실마리가 다 풀리고 아서는 미련 없이 팔찌를 판다. 그것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아서의 다짐이었다.


"그게 뭐든 그것 때문에 두 분이 함께 나누었던 것들이 달라지진 않아요. 아버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과거에 집착하고 계세요. 아버지가 없던 시절 어머니의 삶에 대해 알아내려 애쓰시잖아요. 그리고 그 시간을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보다 더 크고 더 밝고 더 좋은 시간으로 만드셨잖아요." (p. 380)


아서는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변형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기억은 마음과 기분의 명령에 따라 잊히거나 복원되고, 강화되거나 흐려진다. 아서는 참을 준 사람들에게 미리엄이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생각하며 온갖 감정들을 빚어냈다. 그는 미리엄의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미리엄이 그를 사랑했다는 것, 댄과 루시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 살아갈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p. 393)


아내의 과거는 현재의 기억을 왜곡시켰다. 그가 느낀 분노, 실망감, 좌절의 감정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의 자녀들은 부모의 삶을 행복해 보였다고 인정했고, 아서 역시 아내와의 지난 시간이 행복하고 좋았음을 인정했다. 아내가 과거의 어떻게 살았든 그녀는 아서와의 현재에 충실하다 떠났다. 과거는 과거 일뿐이다. 아내가 그때의 감정이 어땠는지 아서는 알지 못한다. 알 수 없다. 자신이 아내를 만나기 전의 일이고 그때의 당사자만 그 감정을 알고 있다. 단편적으로 들은 과거의 일만으로 그녀의 감정을 추측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내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40년간의 결혼생활이 행복했다는 사실은 과거가 끼어든다고 해서 변형될 추억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결국 상대방이 아닌 나를 알아가는 것이며,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우리의 사랑은 완벽할 수 있음을 아서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p. 431)


마지막 옮긴이의 말이 소설로부터 느낀 감정의 파도를 정리해주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그 누구도 이해를 할 수 없다. 이해하려 시도해 볼 수는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도일 뿐이다. 현실에서 나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에게 이해를 구하고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은 공중에서 사라지는 입김 같다. 하지만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해보려 할 수 있다.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과거보다 현재의 삶을 존중해주고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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