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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수녀가 건네는 사랑의 인사
이해인 지음, 해그린달 그림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작년 한 해, 샘터를 통해 수녀님의 글을 자주 접했다.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글은 거부감을 느끼는 편인데 수녀님의 글은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소담스러운 내용들이라 보면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신앙을 드러내기보다는 수녀님 주변의 사건들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본인은 나이가 드셨다고 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해인 수녀님은 여전히 소녀 같은 분인 것 같다.
<기다리는 행복>이란 이 책은 그동안 수녀님이 쓰셨던 일기 같은 글들과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글과 시가 담겨 있는 책이다. 수도자로서 사는 삶이면 완벽하고 늘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그런 분이실 것 같은데 이 글을 읽다 보면 오히려 인간미 있는 분인 것 같다. 보통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시고 때론 그 마음을 주체 못 해 실수도 하시고 반성하시는 모습은 직업 불문하고 누구나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늘 자신을 돌아보고 다스리는 수녀님의 일상을 보면서 긍정의 힘은 무엇인지도 느끼게 된다.
지나친 긍정은 되려 가까이하기 힘든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실천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맞아, 나도 저렇게 느끼는 순간이 있어'라고 공감도 하게 되고 주변 하나하나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꽤 두꺼운 분량이라 잠들기 전에 조금씩 읽었는데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게 하는 에피소드가 많아 좋았다.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모으는 것을 좋아하고 바다 보는 것을 좋아하고..... 수녀님이 좋아하는 것 모두 소박하다. 아직까지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시는 것 같아 나도 나이가 든다면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좀 더 고운 생각, 예쁜 말,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책을 읽으며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