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좋은 일 -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정혜윤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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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말보다 책 한 권이 주는 위로가 더 클 때가 있다. 나 자신이 평범하다 생각하다가도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이라 느껴질 때 책은 질문을 던진다. 물음표가 가득할 때 또 던져진 물음표는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정혜윤 작가님은 책에서 얻은 수많은 질문으로 끊임없는 자아 찾기를 한다. 그 결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발견한다.

 

나와 세상 사이의 연결고리는 늘 책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늘 책으로 돌아갔다. 밤과 책의 위안으로 돌아갔다. 응답 없는 세상과 삶에 대한 고통스러운 사랑을 갖가지 아름다움으로 바꿔놓은 것이 책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나는 책이 날개를 펄럭일 때 떨어져 나오는 황금빛 가루에 의지하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스스로를 달래고, 은밀히 격려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버티고, 집요하게 미래를 위한 소원을 품고, 슬픔을 잠으로 바꾸고, 꿈을 꿨다. 그리고 세상으로 돌아갔다. (p. 13)

 

책은 위안이었다.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 비켜나간 안식처였다. 부정이 많은 세상 속에서 긍정을 말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내가 무심코 했던 말들이 타인과 별반 다르지 않을 때, 나를 바꾸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다. 책은 그렇게 자기계발을 유도하면서 심적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그녀가 말한 책이 주는 방향성이란 마음을 내려놓는 법, 즉 내가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면서도 당연하게 하고 있는 것들을 직시할 수 있게끔 하는 표식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내게 더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다른 것이었다. , 누군가 책의 문장을 되뇌면서 인생의 방향성을 정한다는 바로 그 사실이었다. 너무나 놀라웠다. 그렇게 되면 미래는 더 이상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미래일 수 있다. (p. 51)

 

그녀는 훌륭한 독서가이다. 그녀가 읽은 책들은 너무 방대해서 나열하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등장한다. 오랜 고전부터 철학까지 그녀가 말한 책들의 이야기는 마치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단 느낌을 받았다. 책이 의식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독서와 고뇌를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편하게 쓰는 말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고정된 개념이었단 사실을 일깨우고,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사실과 구분 짓는 모습을 보면 그녀는 자신만의 영역을 이미 구축한 것 같아 보인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우리를 닮고 우리의 삶은 우리 내면을 따라 흘러간다. 특히, 흔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우리 마음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우리가 편안하게 쓰는 많은 말들이 우리를 현실에 묶어두고 말하는 사람 자신조차 외롭게 한다. 다양성을 말하지만 우리가 하는 많은 말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p. 73)

 

영역을 구축하기까지 그녀는 수많은 질문을 만들었을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보단 질문을 통해 지난날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의 내가 변화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답이란 명제보단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질문을 구하고 대답에 따라 살려 하지만 릴케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을 기다리되 질문에 따라 살라고 (p. 290) 했으니까.

 

보르헤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책을 읽는 꿈을 꾸지만 사실은 책에 있는 각 단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p. 317) 독서는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우리가 글을 창조하진 않았지만 창조된 글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각자 저마다의 가치관으로 해석해낸다. 사회에서 부여한 가치를 끊어내고 단어를 내 세계로 끌어온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몇 개의 단어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포기한 단어는 없는지, 여전히 사회와 연결된 단어는 없는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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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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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다들 파괴된 마음을 하나씩은 안고 산다. 그게 이별이 될 수도, 사랑이 될 수도,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은 쉽게 으스러지는 반면 회복은 더디게 이루어진다. 「경애의 마음」은 회복이 더딘 사람들의 이야기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한 차선책으로 별종이 된다.

경애는 호프집 화재사건으로 인해 소중했던 친구들을 한꺼번에 잃는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장소에서 혼자 살아남았단 죄책감은 꼬리처럼 붙어 다닌다. 상수 역시 그 화재사건으로 자신을 이해해주었던 친구를 잃었다. 더불어 그의 상처는 폭력을 행사해 감옥에 간 형, 아빠에게 버림받은 엄마, 체면만 중시하는 아빠로 인해 깊어진다. 이별을 통해 성숙해지기보단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이 된 두 사람은 같은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만나게 된다.

경애는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업에 동참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성희롱 사건으로 파업이 무너지고 경애는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파업에 가담했던 그녀를 직원들이 곱게 봐줄 리 없었다. 온갖 핍박에도 그녀가 회사를 계속 다닌 이유는 "살기 위해서"였다. 파업을 함께했던 동료들이 그녀를 배신자로 보더라도 생계를 이어나갈 밥줄은 이 회사 밖에 없었으니까. 반면, 상수는 아버지의 인맥으로 간신히 연명 중인 낙하산 직원이다. 상수가 그 사실을 부인해도 실적이 형편없는 그를 자르지 못한다.

그들이 속한 조직에서 실패자로 낙인찍힌 둘은 한 팀이 되지만 동상이몽이다. 팀이어도 경애는 '일'이외로 상수에게 관심을 보이지도, 상사라고 잘 보이려 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다른 둘이지만 '호프집 화재사건'으로 둘의 교집합이 형성된다. 그들의 친구인 '은총'은 그들이 이별해 슬퍼하던 폐기되지 못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경애는 비행과 불량, 노는 애들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다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57명의 아이들이 왜 추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런 이유가 어떤 존재들의 죽음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로 대단한가. 그런 이유가 어떻게 죽음을 덮고 그것이 지니는 슬픔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 수 있는가. (p. 68)

단지 학생이 술을 마셨단 이유만으로 학생들의 죽음이 정당화되지 못했다. 이 황당한 사건으로 여전히 고통받는 생존자(경애)와 부모, 친구(상수)는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탈출할 방법조차 없는 닫힌 곳에서 울부짖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있는데도. 대중이 세운 황당한 기준으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경애와 함께 파업을 했던 사람들도 함께 연대를 외치며 끈끈했던 그 시간은 순식간에 잊은 채 그녀를 비난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시선이 어디인지에 따라 결과의 방향이 극명히 달라졌다.

상수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함을 '언니는 죄가 없다'란 SNS 페이지에서 풀고 있었다. 자신을 여자로 위장하여 이뤄지는 일이었지만 그는 사연자들에게 진심으로 각종 조언과 충고를 건넨다. 하지만 그의 세계는 해킹으로 인해 사연자들의 정보가 새어나가면서 문을 닫게 된다. 그가 아무리 진심이었다 해도 사람들은 그를 옹호해주지 않는다.

둘이 은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도, 경애가 다시 자신의 권리를 위해 1인 시위를 해도, 상수가 페이지 주인 자리를 내려놓아도 그들 주변의 세상은 별다를 것 없이 흘러간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떠안아야 하는 각종 이야기들, 그것은 계속 반복되지만 서로가 인식하고 있기에 둘은 매일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서로가 서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p. 345)

산다는 건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어떻게든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지만 결코 지워낼 수 없다. 폐기할 수 없는 그 마음은 스스로 위로와 위안을 주어야 한다고,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라고 묵묵히 건네는 메시지일 거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시리다면 경애와 상수처럼 우린 아직 파괴되지 않은 사람들일테니까.

그것은 시월의 어느 깊은 가을 날 우리가 떠안을 수 밖에 없었던 누군가 와의 이별에 관한 회상이었지만 그래도 그밤 내내 여러번 반복된 이야기는 오래전 겨울, 미안해, 내가 좀 늦을 것 같아 눈을 먼저 보낼게, 라는 경애의 목소리를 반복해서 들으며 같이 울었던 자기 자신의 관한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채 인식하지 못했지만 돌아보니 어디엔가 분명히 있었던 어떤 마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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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될까봐
이지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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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몽환적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진짜가 맞는지 계속 되묻게 만든다. 살고 있는 현실로 되돌아오면 지난날은 '서서히'도 아닌 '순식간'에 휘발되지만 그 휘발성 덕분에 그간의 기억에 매달려 기록을 남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꺼내 볼 수 있도록. 그렇게 남겨진 기록들은 일상을 살아가며 지칠 때마다 꺼내 보는 한 페이지로 남게 된다. 『기억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될까 봐』란 제목도 그런 의미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과거의 기억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현재의 내가 불러낸 세계이며 그것은 미래를 열어가는 힘이다. 옛 기억들을 글로 불러내면서 그것을 경험했다. 낡은 외투 같은 옛이야기들의 먼지를 털고, 밝은 햇살 앞에 드러내 다듬는 가운데 새로운 시간이 열렸다. 글을 쓰는 동안, 행복한 기억들이 "나 여기 있어요!" 하며 자꾸 솟구쳐 올라 행복했다. (p. 7)

 

400개의 도시에서의 경험과 인연들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기억엔 추억들이 자리해 있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부터 여행을 다닌 저자의 이야기부터 최근의 여행담까지 먼지 쌓여 한 켠에 자리해 있던 장면과 느낌을 하나둘씩 꺼내 본다. 되짚어 보면 힘들지만 즐겁기도 했고, 황당하고 무섭기도 했던 여러 편의 장면은 부정적인 감정은 걸러진 채 웃음만이 가득하다. 그가 현재는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꿈이 만나는 터전이다. (p.54)라고 말했 듯, 현재에 서 있는 그는 다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힘을 과거로부터 얻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묘사가 생생하게 재생되는 점이 좋았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 떠오르기도 하고,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벅차오름과 간절함이 나에게도 느껴졌다. 일상의 지루함과 고단함을 벗어나기 위한 탈주극이 여행은 마치 초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과 떨림의 감정을 여행에서 느낀다. 바다, 산, 음식, 잠자리, 거리, 간판 등의 모든 것이 새 포장지로 감싸져있다. 처음으로 돌아갔을 그 순간에 우리는 잠깐 본연의 '나'로 되돌아간다. 순수하게 내뱉는 '와.....'하는 탄성은 꾸며지지 않은 날 것의 내 마음이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삶은 덧없어 보이지만, 산다는 것은 순간순간이 모두 다 붉은 핏방울이었다. 나도 핏방울로 글을 써왔고 세상 사람들 모두 핏방울을 흘리며 살고 있다. (p. 137)

 

 

 

우린 각자만의 방식으로 삶의 기록을 남긴다. 때론 남겨지는 것 자체가 내 눈에 보이는 것만큼 성에 차지 않지만 그래도 남겨두면 과거의 향수병을 그리움으로 치환할 수 있다. 삶과 여행은 그렇게 맞닿아있다. 그 둘의 줄다리기는 팽팽하게 맞선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야. 역시 집이 최고야!"라고 외치다가도 긴 시간이 지나면 그 사실을 망각한 채 다시 지긋지긋한 톱니바퀴를 벗어나고 싶어진다.

우린 모두 핏방울을 흘리며 살고 있다. 피는 살아있기 위해서 필수적인 동력이다. 하지만 그 피가 수혈되지 못한 채 다 흘려버리면 우리는 숨을 쉴 수 없다. 여행은 그런 피를 수혈하기 위한 충천기라 생각한다. 떨어져 가는 내 혈액을 다시 채워 넣어줄 맑고 깨끗한 피. "떠나고 싶다"라 되뇐다면 아마 우린 추억의 피가 필요한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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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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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BC 아나운서'이자 현 '당인리 책 발전소' 주인인 김소영 아나운서가 쓴 고군분투 도쿄 책방 일지다. 작년,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서 배제됐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한창 일해야 할 시기에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퇴사 직전까지 사내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 읽었다고 한다. 마치 이 상황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듯이, 미친 듯이 읽었지만 깜깜한 앞날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단은 '당장'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급선무였다.

당분간은 바삐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p.15)


당장 행복해지고 싶었던 그녀는 퇴사를 감행해 정말 좋아했던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도쿄의 여러 책방을 전전하며 개성 있는 큐레이션과 굿즈, 분위기 등을 즐기면서(사랑하는 빵과 함께) 조금씩 행복해진다.

일본은 독서량이 많은 국가로 손꼽히지만 우리나라처럼 스마트폰 등 볼거리가 많아지면서 독서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서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왜일까? 일본의 서점들은 책을 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기보단 '책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츠타야'나 '무지 북스' 등의 대형서점들이 위치한 무인양품, 백화점 등에서 서점들이 가져다주는 매출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서점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늘어나는 체류시간은 다른 상품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전체 매출은 상향곡선을 그렸다.

이들은 '공간 자체'를 바라보며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점은 책을 팔아 매출을 올린다'는 단순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굿즈 상품을 출시하면서 공간에 대한 애정도를 높이고, 길어진 체류시간 동안 책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 전문가들을 배치해 개개인이 원하는 책을 추천할 수 있게 하고,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분위기'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 여행 후, 김소영 아나운서는 '당인리 책 발전소'를 연다. 책을 읽어보면 그녀는 세부적인 계획을 갖고 서점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가게를 계약하면서 시작된 책방은 커피와 디저트 메뉴를 개발하게 만들었고 서가를 어떻게 구성할지, 책상을 어떤 걸 놓아야 할지 등을 계획하게 만들었다. 시험공부는 시험비를 결제해야 시작되는 것처럼 상황이 눈앞에 닥치게 되면서 하게 된 것들이 많아보였다. 그렇다고 대충 준비하시진 않았다. 특히, 큐레이션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게 보였다. 다른 책방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과 베스트셀러만큼이나 사랑받았으면 하는 숨겨진 책들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등에서 말이다.

나는 작년 말에 책방을 방문했었는데 책 위에 하나하나 손으로 쓴 부부의 추천사가 놓여있어 하나하나 읽는 재미를 느꼈다. 이것부터가 차별화의 시도였다. 최대한 책방에 출근해서 일을 많이 하려 하시는 모습에서는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힘들지만 애정이 높아지는 일, 그것이 좋아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한다.


판매하는 제품 옆에 비슷한 주제의 책을 배치하는 일은 어쩌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책방을 운영해보니, 참 쉬워 보이는 그 일이 참 쉽지가 않았다. 책과 책 사이에 이야기를 만들고, 물 흐르듯 배치하는 과정마다 풍부한 상상력과 사고력이 요구된다. 만약 그저 책 제목이 그럴듯하다는 이유로 진열한다면 고객으로서는 책을 집어 들 이유가 없고, 결국 아까운 자리만 차지하게 될 뿐이다. (p. 218)


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니 책이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단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특히, 관심사가 같은 친구와 만나면 늘 이 이야기를 하게된다. 하지만 '현실'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인지라 늘 상상 속에서만 그친다. 책방도 하나의 사업이기에 "수익 창출"을 논외로 할 수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니 사양산업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래도 요새 독립출판, 동네 서점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또 사라지고 있기도 하지만) 

 

 

당인리 책 발전소를 다녀온 뒤로 많은 서점들을 방문했었다. 신기하게도 같은 책방이여도 모두 개성이 달랐다. 그녀가 말한 큐레이션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서가만 둘러봐도 서점의 정체성을 알 수 있게끔 하는데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언젠가 나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진작 할 걸 그랬어!"하고 외쳤으면 싶다. 내가 힘들지만 좋아할 수 있는지는 시작해보고 나서야 알 것 같다. 뭐든 시작이 없으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성일뿐이니까. 그녀도 직접 운영하면서 느낀 즐거움이 힘든 것보다 더 크기에 '더 일찍 시작할걸'이라 말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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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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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인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어 성공유무가 달라진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출중한 재능이 있어도 기회란 녀석이 없으면 꽃 필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한 문장 더 보태고 싶다. '그 기회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 역시 성공에 중요하다' 이 책의 주인공 티아를 보면 이 말의 뜻이 더 와닿을 수 있다.

티아는 푸드라이터를 꿈꾸는 대학원생이다. 예일대란 명문대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이 화려한 도시에서 삶을 동경하면서도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움츠러든다. 뉴욕은 모든 유행의 시작이면서도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정글 같은 곳이다. 명품을 휘감은 당당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그녀가 좋아하는 셰프들의 레스토랑이 곳곳에 위치해있다. 이 도시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듯 사람들은 이를 당연시 여기고 이 명성이 깎이지 않길 바란다. 티아는 자신의 우상인 '헬렌'의 인턴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연히 만난 레스토랑 비평가 '마이클'로 인해 그 기회를 저당잡힌다.

마이클은 헬렌을 미끼로 순진한 대학원생이자 뉴욕 초짜인 그녀를 꼬드긴다. 그에겐 티아의 재능이 필요했다. 티아는 <뉴욕타임스>에 자신이 글이 실린 적이 있었을 정도로 글에 재능이 있었는데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기회가 필요했다. 마이클은 그걸 노렸다. 자신과 같이 다니며 음식을 먹고 평을 해주길 바랐다. 그는 미각을 잃어버려 지위가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티아는 자신의 글이 실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이중생활을 감행한다.

마이클과의 만남은 '기회'였을지 모르지만 올바르지 않은 기회였다. 티아는 그저 평을 대신하는 마이클의 조수일 뿐이었다. 티아의 이름을 걸고 글이 나오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재능을 마이클에게 헌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 일을 끝내지 못했던 건 뉴욕의 화려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마이클의 부와 자신이 쓴 글로 외식업계가 휘청이는 권력을 즐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당한 방법으로 이룬 만큼 대가가 따르는 법,.티아는 남자친구 엘리엇과의 관계도 틀어지고, 셰프들에게 농락당하고, 오히려 역이용 당하기도 하면서 스스로 몰락한다.

자신이 잡은 기회에 역공을 맞는 아이러니한 결과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업자득이라 생각하는가? 우리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할 다른 무언가를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얻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잃어버리는 것이 갖는 소중함은 별거 아니라 생각한다. 당연하다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별거 아닌 것들로 점철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런 것들이 있어야 우리는 숨통을 트고 살아간다.

마지막에 티아는 정신을 차려 모든 것을 원 상태로 돌리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삶은 이미 망가졌지만 더 이상 망가지는 건 막기 위해 폭로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가 원하는 기회, 헬렌과의 인연을 얻게 된다. 새로운 기회 앞에서 그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이다. 첫 실수를 통해 기회란 것의 양면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티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회를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 본인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성공의 토대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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