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좋은 일 - 책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정혜윤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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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말보다 책 한 권이 주는 위로가 더 클 때가 있다. 나 자신이 평범하다 생각하다가도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이라 느껴질 때 책은 질문을 던진다. 물음표가 가득할 때 또 던져진 물음표는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정혜윤 작가님은 책에서 얻은 수많은 질문으로 끊임없는 자아 찾기를 한다. 그 결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발견한다.

 

나와 세상 사이의 연결고리는 늘 책이었다. 나는 세상에서 늘 책으로 돌아갔다. 밤과 책의 위안으로 돌아갔다. 응답 없는 세상과 삶에 대한 고통스러운 사랑을 갖가지 아름다움으로 바꿔놓은 것이 책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나는 책이 날개를 펄럭일 때 떨어져 나오는 황금빛 가루에 의지하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스스로를 달래고, 은밀히 격려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버티고, 집요하게 미래를 위한 소원을 품고, 슬픔을 잠으로 바꾸고, 꿈을 꿨다. 그리고 세상으로 돌아갔다. (p. 13)

 

책은 위안이었다.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 비켜나간 안식처였다. 부정이 많은 세상 속에서 긍정을 말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내가 무심코 했던 말들이 타인과 별반 다르지 않을 때, 나를 바꾸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다. 책은 그렇게 자기계발을 유도하면서 심적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 그녀가 말한 책이 주는 방향성이란 마음을 내려놓는 법, 즉 내가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면서도 당연하게 하고 있는 것들을 직시할 수 있게끔 하는 표식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내게 더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다른 것이었다. , 누군가 책의 문장을 되뇌면서 인생의 방향성을 정한다는 바로 그 사실이었다. 너무나 놀라웠다. 그렇게 되면 미래는 더 이상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미래일 수 있다. (p. 51)

 

그녀는 훌륭한 독서가이다. 그녀가 읽은 책들은 너무 방대해서 나열하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등장한다. 오랜 고전부터 철학까지 그녀가 말한 책들의 이야기는 마치 자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단 느낌을 받았다. 책이 의식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기까지 얼마나 치열한 독서와 고뇌를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편하게 쓰는 말들을 하나하나 나열하며 고정된 개념이었단 사실을 일깨우고,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사실과 구분 짓는 모습을 보면 그녀는 자신만의 영역을 이미 구축한 것 같아 보인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우리를 닮고 우리의 삶은 우리 내면을 따라 흘러간다. 특히, 흔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우리 마음의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우리가 편안하게 쓰는 많은 말들이 우리를 현실에 묶어두고 말하는 사람 자신조차 외롭게 한다. 다양성을 말하지만 우리가 하는 많은 말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p. 73)

 

영역을 구축하기까지 그녀는 수많은 질문을 만들었을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보단 질문을 통해 지난날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의 내가 변화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답이란 명제보단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질문을 구하고 대답에 따라 살려 하지만 릴케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을 기다리되 질문에 따라 살라고 (p. 290) 했으니까.

 

보르헤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책을 읽는 꿈을 꾸지만 사실은 책에 있는 각 단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p. 317) 독서는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우리가 글을 창조하진 않았지만 창조된 글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각자 저마다의 가치관으로 해석해낸다. 사회에서 부여한 가치를 끊어내고 단어를 내 세계로 끌어온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몇 개의 단어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포기한 단어는 없는지, 여전히 사회와 연결된 단어는 없는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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