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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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MBC 아나운서'이자 현 '당인리 책 발전소' 주인인 김소영 아나운서가 쓴 고군분투 도쿄 책방 일지다. 작년,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서 배제됐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한창 일해야 할 시기에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퇴사 직전까지 사내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 읽었다고 한다. 마치 이 상황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듯이, 미친 듯이 읽었지만 깜깜한 앞날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단은 '당장'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이 급선무였다.

당분간은 바삐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p.15)


당장 행복해지고 싶었던 그녀는 퇴사를 감행해 정말 좋아했던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도쿄의 여러 책방을 전전하며 개성 있는 큐레이션과 굿즈, 분위기 등을 즐기면서(사랑하는 빵과 함께) 조금씩 행복해진다.

일본은 독서량이 많은 국가로 손꼽히지만 우리나라처럼 스마트폰 등 볼거리가 많아지면서 독서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서점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왜일까? 일본의 서점들은 책을 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기보단 '책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츠타야'나 '무지 북스' 등의 대형서점들이 위치한 무인양품, 백화점 등에서 서점들이 가져다주는 매출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서점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늘어나는 체류시간은 다른 상품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전체 매출은 상향곡선을 그렸다.

이들은 '공간 자체'를 바라보며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점은 책을 팔아 매출을 올린다'는 단순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굿즈 상품을 출시하면서 공간에 대한 애정도를 높이고, 길어진 체류시간 동안 책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각 전문가들을 배치해 개개인이 원하는 책을 추천할 수 있게 하고,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분위기'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 여행 후, 김소영 아나운서는 '당인리 책 발전소'를 연다. 책을 읽어보면 그녀는 세부적인 계획을 갖고 서점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가게를 계약하면서 시작된 책방은 커피와 디저트 메뉴를 개발하게 만들었고 서가를 어떻게 구성할지, 책상을 어떤 걸 놓아야 할지 등을 계획하게 만들었다. 시험공부는 시험비를 결제해야 시작되는 것처럼 상황이 눈앞에 닥치게 되면서 하게 된 것들이 많아보였다. 그렇다고 대충 준비하시진 않았다. 특히, 큐레이션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게 보였다. 다른 책방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과 베스트셀러만큼이나 사랑받았으면 하는 숨겨진 책들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등에서 말이다.

나는 작년 말에 책방을 방문했었는데 책 위에 하나하나 손으로 쓴 부부의 추천사가 놓여있어 하나하나 읽는 재미를 느꼈다. 이것부터가 차별화의 시도였다. 최대한 책방에 출근해서 일을 많이 하려 하시는 모습에서는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힘들지만 애정이 높아지는 일, 그것이 좋아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한다.


판매하는 제품 옆에 비슷한 주제의 책을 배치하는 일은 어쩌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책방을 운영해보니, 참 쉬워 보이는 그 일이 참 쉽지가 않았다. 책과 책 사이에 이야기를 만들고, 물 흐르듯 배치하는 과정마다 풍부한 상상력과 사고력이 요구된다. 만약 그저 책 제목이 그럴듯하다는 이유로 진열한다면 고객으로서는 책을 집어 들 이유가 없고, 결국 아까운 자리만 차지하게 될 뿐이다. (p. 218)


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책을 좋아하니 책이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단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특히, 관심사가 같은 친구와 만나면 늘 이 이야기를 하게된다. 하지만 '현실'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인지라 늘 상상 속에서만 그친다. 책방도 하나의 사업이기에 "수익 창출"을 논외로 할 수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니 사양산업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래도 요새 독립출판, 동네 서점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또 사라지고 있기도 하지만) 

 

 

당인리 책 발전소를 다녀온 뒤로 많은 서점들을 방문했었다. 신기하게도 같은 책방이여도 모두 개성이 달랐다. 그녀가 말한 큐레이션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서가만 둘러봐도 서점의 정체성을 알 수 있게끔 하는데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언젠가 나도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진작 할 걸 그랬어!"하고 외쳤으면 싶다. 내가 힘들지만 좋아할 수 있는지는 시작해보고 나서야 알 것 같다. 뭐든 시작이 없으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성일뿐이니까. 그녀도 직접 운영하면서 느낀 즐거움이 힘든 것보다 더 크기에 '더 일찍 시작할걸'이라 말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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