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히 살고 싶어 열심히 살고 있다
최대호 지음, 최고은 그림 / 넥서스BOOKS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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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사람 신경 쓰느라 애쓰지 말고 당신 자신에게도 곁을 좀 내주세요 "

 

많은 고민과 생각, 쓸데없는 의심과 걱정, 보이지 않는 미래와 현재의 흔들림은 일상의 안온함을 뒤흔든다. 별거 없는데, 그게 아닌데 싶어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들. 알 수 없는 감정 속에 깊이 침잠하다 보면 내가 이런 삶을 꿈꿨던가 하는 물음에 이른다. 특별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높은 곳에 있을 줄만 알았던 내가 지금 고작 여기에서 평범하길 애쓰며 노력한다는 게 기대치가 바닥을 친 것 같아 자존감이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그 때 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읽어보시집>으로 유명한 SNS 작가인 최대호는 더는 휘둘리고 싶지 않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젠 자신의 표현에 공감하고 응원해준 사람들 덕분에 놓쳤던 것들을 더 이상 놓치지 말라고 책을 쓴다. 이름 모를 누군가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나간 듯한 따스함에서 느껴지는 위로. 그건 별다른 게 아니라 '나만의 감정'이 아닌 '보편적인 감정'이란 동질감에서 우러나오는 사소한 힘이다.

 

어른이 되다는 것은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곁에 더는 서성이지 않는 것. (p. 23)

이 말처럼 성숙하고 성장을 불필요한 인연과 아픔을 끊어내 버리는 것으로 초점을 바꾸면 어떨까? 마음의 깊이는 헤어릴 수 없어서 간직해 두어야 할 말뿐만 아니라 기억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담아둬버리니까. 그동안 스쳐갔던 인연 속에서 깨달았던 건, 완벽하고 똑똑하고 화려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결같은 사람', '책을 질 수 있는 사람', '신중하게 타인을 대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으니까.

 

평범히 사는 게 특별함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다들 유별나게 매일을 보내는 듯하지만 우리가 보는 타인의 조각은 극히 일부분이다. 화려하고 잘 지내는 사진만이 가득한 화면 속에선 행복함만이 가득하다. 그런 모습에 비교 중이라면 나를 토닥이며 내면을 알아주면 좋겠다. 앞으로 같이 나아가야 할 동반자이면서 같이 연대하고 기댈 유일한 '나'니까. 잘 되었으면 좋겠고 우린 충분히 그정도는 바래도 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잠시 잊었던 자존감을 올려주는 글을 읽으며 새벽의 고요함을 압박으로 견디는 사람들이 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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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김수정 지음 / 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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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국에는 사람책을 빌려읽는 도서관이 있다. 리빙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는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의 기능을 사람(인생)에 적용해 다양한 삶의 목소리로 듣고 편견을 극복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저자 김수정은 15명의 책(사람)을 만나면서 영국 사람들이 가진 사고와 편견, 사회의 분위기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책은 겪어보지 못한 세계가 놓인 보물창고이다. 사람 역시 똑같다. 겪지 못한 시간의 흐름이 존재한다.

 

'나'라는 작은 세계에서 머물러 있던 자세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면서 시야가 트이는 걸 느꼈다. 그러자 마음이 넓어졌고 꽉 조이는 옷을 입다가 넉넉한 옷으로 갈아입은 것처럼 여유로워졌다. 이 새로운 경험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전파시키고 싶어졌다. 시선이 바뀌면서 들어선 여유만큼 우리들 삶도 바뀌지 않겠는가. (p. 18)

 

그녀가 빌린 책(사람)은 사회의 보편(보통)에서 벗어나있다. 편견이란 색안경으로 보게 되는 시각을 벗기고 싶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람들은 독특하지 않았다. 우울증 환자, 레즈비언, 트랜스젠터, 장학사, 미혼모, 신체 기증인 등은 자신이 받은 상처를 기반으로 나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리빙 라이브러리의 책으로 참여했다. 이해받기 위해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깊고 넓어서 던지는 다소 날카로운 질문에서도 단단한 답변을 내놓는다. 시련을 겪은 이들이 보여주는 건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대화를 함으로써 관계를 맺는 것. 누구나 자신과 관계가 있는 대상은 좀 더 이해하려 하게 되고 한 걸음 나아가 애정을 갖지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그 애정이 발전되면서 다른 사람 입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p. 16)

편견을 100퍼센트 없애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 자신이 가진 '편견의 양'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그것을 허물려고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최고의 교육일지도 모르겠다. (p. 82)

 

마음을 다쳐 지치고 힘들지만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지금만큼한 행복하겠다는 비움의 미학이 느껴진다. 우린 대화하지 않기에 이해할 수 없다. 영국에서 정신과를 다니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 이유는 대화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을 멀리하고 선을 긋고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게 되는 삭막한 사회에서 우린 "진짜 대화"를 잊었다. 대화는 목적이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말을 하다가 서로를 힐난하고 핍박하는 어두움만 커진 듯 하다.

 

혼현인인 한 인터뷰이의 말이 생각한다 "혼혈로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관용을 배우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인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하는 것. 그게 사실은 어려운 일이잖아요. 저는 명확한 정체성을 포기한 대신 남의 입장을 잘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p. 212) 라고 말하기까지 무수한 고민과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을지 느껴졌다. 한 사람에겐 여러 모습이 있다. 보고 싶은 모습으로 그 사람을 재단하는 건, 정답을 바라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제 생각에는 그래요. 어차피 내가 지니고 갈 짐은 나의 것이고, 내 인생도 나의 것이에요. 누구에게 잠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위로받을 수도 있지만 결국 마지막에 그 짐의 중량은 내가 안고 가야 합니다. (p. 174)

 

인간은 소통하고자 언어를 만들었다. 언어의 본질을 다시 기억한다면 불통과 반대로 점철된 현재보다 나은 미래가 되지 않을까. 편견을 갖는 것보다 나쁜 건, 편견을 깨려 노력하지 않는 태도다.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말하는 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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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여름을 보낸다 - 윤진서 에세이
윤진서 지음 / 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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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왜 추운거야'라고 투덜거렸더니 폭염이 찾아왔다. 바다를 품은 에세이와 함께. 듣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서핑에 대한 예찬이 이어지는 <너에게 여름을 보낸다>는 배우 윤진서가 자연과 함께 써 내려간 삶의 조각을 보여준다. 배우라는 화려한 가면 뒤에 가려진 소박한 삶엔 바다를 동경하고 경이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루틴에 발을 딛고 살아가고픈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내가 사라지는 것은 파도에 휩쓸려 단지 바다 아래로 가라앉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허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며 살아남으려고, 두려워하면서도 거센 파도를 피해 멀리멀리 이곳까지 나왔다. 내가 얼마나 강하게 삶을 원하는지, 살아보려고 애썼는지를 대번에 느끼는 순간이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주르륵 흐르는 물기의 따뜻함을 느끼며 아, 살아 있다는 것은 가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사람과 언덕에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해가 지고 있었고 나는 한없이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p. 20)

 

서핑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다를 눈으로만 즐기는 나에겐 몸으로 느끼는 푸르름은 어색하다. 그녀는 서핑을 하며 멀리 나갔던 그 순간, 고요하고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 속에서 느낀 원초적인 감정에 이끌려 서핑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매일 바다로 뛰어들고 싶어 무작정 강릉으로 이사를 갔던 그녀는 꼭 붙잡아 버리지 못했던 인연들을 놓는 법을 깨우친다. 그것 옷이기도 사람이기도 아픈 기억이기도 했다. 바다로 직진하는 사람이 되자 몸에 배어버린 비릿한 향기과 짠 내가 꼭 쥔 것들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 것이다. 바다 앞에선 값비싸고 소중한 것들은 금세 닳아버리기 때문에.

 

'나는 정말 내 삶에 만족하는 걸까?'라는 문장이 섬광처럼 번쩍였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도돌이표처럼 매일을 그 소에서 소비했다. 일도 여행도 무엇도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다. 무엇 하나 새로울 것 없이 이렇게 나머지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남은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즈음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인연처럼 서핑을 만난 것이다. (p. 83)

 

잘 되려고 노력하는 삶보단 잘 지내는 사람이 된 그녀는 무르익어가는 벼 같았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의 속성처럼 주어진 것들에 겸손하는 일, 그건 순종이 아닌 아래를 보며 올바르게 서 있으려는 심호흡이었다. 서핑을 위해 여행을 가고, 바다의 청량함을 안고 싶어서 무작정 제주에 내려와 자신의 동반자와 새로운 인생을 꾸리는 이야기는 낭만이다. 그런데 나 역시도 그렇게 살아가려 하는 사람이었다. 하늘을 자주 보며 걷고, 보고 싶은 풍경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이 과정이 낭만이 아님 무엇일까. 낭만을 곁에 두고 있다면 그렇게 사는 사람이지 않을까.

 

그러니 그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강요할 수는 없겠다. 남동생에게도 혹은 남편에게도 그리고 어쩌면 자신에게도. 세상의 어떤 강요 없이 물 흐르는 대로 살아가다 보면 무엇이 나올지 궁금하다. 그것을 견뎌보는 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일수도. (p. 44)

 

몸이 검게 탔어도, 오랜 서핑에 근육이 예쁘게 자리 잡지 않아도 그녀는 아름답다. 보이는 조건들에 부러움과 수군거림에 신경 쓰기 보다 내가 지금 즐거워 거리낌 없이 달려가니까. 시기와 성숙이 맞아떨어지는 시점에 찾아오는 작지만 소박한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녀가 바다와 반복을 약속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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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별이 내리는 밤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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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있다는 걸 믿고 싶다면 그날 밤을 떠올려요.

별이 가득한 하루를 또 보내며 함께 모여 앉았던 그 밤을."

 

인생의 중대사인 고민을 한아름 안고 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이들이 있다. 고향에서 걱정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뒤로 한 채, 그리스의 작은 섬 아기아안나에서 시작된 네 여행자 엘자, 토머스, 피오나, 데이비드의 인연은 진심을 주는 판타지를 보여준다.

 

인연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네가 여기 온 이유는 무엇이니?"란 질문은 "갖고 온 질문은 무엇이니?"와 동의어다. 남자친구에게서 과거 아픔을 마주한 엘자, 재혼가정에서 자라는 아들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떠나온 토머스, 폭력적이고 무관심한 남자친구에 대한 사랑을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피오나,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으라는 권유에 지친 데이비드. 머리를 싸매도 풀리지 않는 고민은 뜻밖의 동료를 선물로 준다.

 

고민이라는 건 '당연히 풀리지 않을 골칫덩어리'에 가깝다. 여태까지 수백수만 가지의 고민들 중 해결 된 것은 몇이나 될까? 결국 푸는 게 아닌 선택이란 기로를 마주하는 용기다. 내가 주인공들을 보며 답답해하고 화가 나고 그랬던 건, 나 역시 소설 속 인물들과 다를 바 없는 '중대하다'라고 여기는 실타래를 안고 살기 때문이다. 보니가 나서서 그들의 고민에 참견하고 거침없는 조언과 독설을 퍼부었던 건, 그렇게 해줄 사람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선택의 문 앞까지 등을 떠미는 그녀의 역할이 없었다면 네 명의 친구들은 계속해서 아기아안나에 머물며 회피하고자 했을 테니 말이다.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이런 걸 혹은 저런 걸 알아야 한다는 표현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아요? 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아야 하죠?" (p. 281)라고 보니가 토머스에게 이야기했던 건, 스스로 가 가장 불쌍하고 비극적이고 옳다고 생각하는 편견에 더 이상 사로잡히지 말라는 뜻이었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사람에 대한 동질감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합리화하려는 태도다.

 

하지만 몇 주 동안 이렇게 여행하면서 나는 정말로 완벽한 삶이라는 건 없다는 건, 

그러니 그걸 추구하는 건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

이번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문제는 내 문제보다 훨씬 더 컸어.

신기하게도 그걸 보니 내 마음이 진정되더라. (p. 352)

 

네 명의 친구들은 끊어내야 했던 인연들에게 단호한 입장을 밝힌다. 앞으로의 미래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낸다. 외면했던 것을 마주하는 순간 의지가 생긴다. 떠나가는 사람들과 떠나온 사람들 그리고 남겨질 이들이 공존하는 아기아안나가 배경인 이유는 '떠남'이 필수인 '섬'이란 고립된 장소이기 때문인 듯하다. 섬과 고민은 많이 닮았으니까.

 

결국 답을 찾아내고 소중한 인연을 얻은 이들처럼 삶에서 정답을 바라기보단 소박한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한다. 모르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친구들로 바뀐 그리스의 어느 여름날의 기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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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맺힘 문지 에크리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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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문지에크리'라는 산문 시리즈를 시작한다길래 주저 없이 신청했다. 이제니, 이광호, 김소연 등 평소 좋아하던 작가님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김현 작가님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문학 평론가였던 그가 생전에 발표했던 글들을 다시 편집해 모은 <사라짐, 맺힘>은 1960년~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걸 보면 생활상은 세련도 차이일 뿐 가치의 본질은 그대로임으로 알 수 있었다. 도시의 삭막함, 물질만능주의, 단절되어가는 관계, 개인주의, 현대화의 이면들은 2019년 지금과 다를 바 없었다.

 

그 확신은 그곳에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의 결과가 아니라, 다시 오고 안 오고는 관계없이, 그곳이 좋은 곳이라는 확인의 결과이다. (p. 23)

 

그가 작고했을 때, 나는 태어났으니 그가 풀지 못한 삶의 질문을 글로서 마주한다. 도시화가 한참 진행되던 과도기적 시기는 고층 아파트와 편리한 대형마트가 들어선다. 나에게 당연한 생활방식이 그에게는 낯설다. 귀찮더라도 사람 냄새가 나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마음속에서 복잡한 도시의 삶에 지친 영혼을 마주한다. 들어섰거나 이미 들어서 있거나 관계없이 우리는 한 방향으로 마음을 위탁하고 있었다. 그가 읽었던 문학작품들, 보고 느꼈던 미술작품들, 먹고 자랐던 공간과 사람의 틈은 갈라진 나의 심장에 들어와 "그래, 이거지"하고 감정을 동하게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 하는 위상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갇혀 있다고 느끼느냐 아니면 해방되어 있다고 느끼느냐에 있다. 그것은 위상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이다. 그것은 의식의 섬세한 조작을 필요로 한다. (p. 117)

 

우리 거의 모두는 계면의 슬픔 음색을 더욱 사랑한다. 우리는 아직도 즐거워해야 할 일보다는 슬퍼해야 할 일이 많은 곳에 살고 있나 보다. (p. 197)

 

슬프지만 슬픔에 꺾이지 않는 강한 내면이 느껴진다. 또르르 떨어지는 이슬처럼 흘러가는 존재인 인간이 하찮고 잠시뿐인 여정을 어떻게 걸어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사라진 자리는 텅 비어있지 않다. 새로움이 태동하고 자라나 나름대로의 열기를 내뿜으며 가득 채운다. 즐거운 나날은 아니지만 사무치게 슬픈 나날도 아닌 삶이란 여행은 약간의 오차 속에서 끌어올려진 희망과 절망의 노래가 아닐까. 그가 한 미술가의 처참한 노력 속에서 자신의 초상을 마주했던 것처럼.

 

삶, 그것 때문에 고통하지 않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그것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려 하는, 그래서 의외성을 발견하는 한 미술가의 처참한 노력,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초상이었다. (p.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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