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 - 제멋대로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안전거리 지키는 법
서제학 지음, 봄쏙 그림 / 필름(Feelm)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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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라는 길 위에 '교통 사고'가 있듯

삶이라는 길 위엔 '고통 사고'가 있다!

 

달려오는 차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던 때가 있었다. 삶이 힘들어 모든 걸 놔버리고 싶던 그 시기는 괴로운 직장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비난의 화살이 죄다 나를 향하고 작은 잘못도 크게 뭇매를 맞았다. 몇달동안 자책한 후,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선을 넘어 침범하는 저 녀석이 나쁜 놈이라고.

 

저자도 10여 년간 직장 생활에 다양한 유형으로 선을 넘는 '고통사고' 유발자들을 만났다. 무례하게 선을 넘는 자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어 삶의 '보험처리' 방법을 알려준다. 잘못은 남이 했지만 사과는 내가 하고, 지시는 상사가 했지만 책임은 내가 지고, 믿은 건 나지만 상처는 내가 받는, 그런 일들(p. 21) 에 자책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한다. 

 

내가 절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하거나 인생을 잘못 살아서 겪는 사고가 결코 아님을. 대부분은 가만히 있는 나에게 달려와 박는 고통사고 유발자들이 원인이며, 그렇기에 더더욱 그들이 우리에게 전가하는 책임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말 자신의 실책이라고 생각이 되는 부분은 남이 아닌 내 스스로의 의지로 고쳐나가면 된다. 그러니 남들이 뭐라 하든 고통사고로 힘들어하는 나 자신에게 큰소리로 말해주자. "보험처리 다 되니까, 기죽지 말자!" (p. 23~24)

 

인생을 도로에, 나를 자동차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나를 지나친 또라이들과 그 속에서 지쳐간 나를 생각하게 된다.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운전해도 과속, 음주운전, 난폭운전 등으로 내 차를 들이박는 이들이 있듯이 회사도 비슷하다. 내가 잘하고 있어도 그들은 갑자기 급발진 하기 일쑤다. 내 성공을 훔쳐 가기도 하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기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린다. 교통사고에 100% 상대방 과실이 없듯이, 인생도 쌍방 과실이지만 우린 알아야 한다. 내 잘못이 아닌 일에 책망할 필요는 없다는 걸. 

 

처음부터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받아들이긴 어렵다. 쉽게 해결된다면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이나 갈등이 발생할리 없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 어떤 업무나 책임감도 나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주변에 나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 나는 절대 완전히 망가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p. 248)고. 

 

나쁜 소리만 해대는 사람들의 말 따윈 마음에ㅔ서 비우고,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의 말만 채우자. 지치면 멈춰서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자문하자. 인생은 길다는 걸 잊지 말고 천천히 전진해도 된다. 초보운전자도 크고 작은 사고를 내며 성장해 나가듯 우리도 이런 부딪힘에 단단한 에어백이 작동할 것이다. 

 

우리는 처음에서 오는 익숙지 않음은 인정하되 그 미숙함을 내 능력의 부족함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에게 먼저 화살을 돌리는 순간, 그 틈을 파고들며 비난하고 공격할 고통사고 유발자들은 주변에 널리고 깔렸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어떤 형태로든 미숙함으로 인한 고통사고를 겪고 있다면, 절대 자책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죽지 않는 한 어떻게든 보험처리는 가능하고, 삶의 운전자로서 우리의 능력은 더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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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은 내가 되고 -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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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 모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집은 어디이며 어떤 의미인지. (p. 10)

 


우리의 성장기는 '우리 방'에서 '내 방'으로의 발전과 맞닿아있다. 사춘기가 되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완전한 나만의 공간, 방을 원한다. 성인이 되면 '내 방'을 넘어 '내 집'을 갖기 원한다. 그렇게 방 한 칸 크기의 작은 집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시작한다. 우린 그것을 '독립'이라 부른다.



이 책은 유튜버 슛뚜의 '자가를 갖기까지의 고군분투'이면서 동시에 '내 공간의 의미'를 조명하는 기록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에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이라 말했던 것처럼. 슛뚜의 방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PART 1. 작고 소중한 나의 집


그의 첫 독립은 스물셋, 반려견 베베와 집을 나오며 시작됐다. 다음 학기 등록금으로 모아둔 500만 원을 보증금으로 첫 집을 구한다. 완전하진 않아도 '내 집'이 생기자 정처 없이 떠돌던 마음을 다잡는다. 내 취향의 선반, 커튼, 침구를 하나씩 구매한다. 더 는 그의 집에는 오래되고 낡은 무늬 이불이나 누렇게 바랜 벽지,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타일이 없다. 오랜 시간 함께 부대낀 '싫은 것들'을 없애자 집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계속 머물고 싶은 곳이 된다.


 

내 집이었다면, 처음부터 내가 이 모든 물건을 내 선호에 따라 살 수 있었다면. 가족들의 의견 없이 내 마음대로 주방부터 화장실까지 집 안 전체를 손댈 수 있다면.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히곤 했다. 언젠가 내 집이 생겨 작은 방 하나를 넘어 집 안 곳곳에 손을 댈 수 있기를 바랐다. (P. 25)

 


작고 소중한 나의 집에 슛뚜는 애정을 느낀다. 어둡고 침침해도 이곳에선 베베와 온종일 뒹굴뒹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셋집은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여러 번 이사해도 잊지 못했던 '4층 동쪽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곳은 내 (소유의) 집이 아니다.



그러다 우연히 인천 신도시의 새 오피스텔을 방문하며 선택지에 변화가 생긴다. 월세를 전전하리라 믿었던 미래가 '전세 계약'이라는 이벤트로 변곡점을 맞는다.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계약할 수 있다는 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같았다.

 


PART 2. 온전한 집 속, 완전한 나

 


방과 방을 오갈 때 공기가 내 몸을 두르고 흘러가는 걸 느끼며 

나는 벅차올랐다.

오랫동안 원룸에서 살았던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하지만 짜릿한 감촉. (p. 57)

 

투룸에 깨끗하고 정갈한 내부,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창밖으로 보이는 넓은 공원과 호수, 그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내려다보이는 신축 오피스텔. 구분된 공간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단지 방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인데 공간을 통과하는 몸의 감각들이 기쁨의 춤을 춘다. 창을 통해 다른 집이 훤히 보이지 않아 커튼을 치지 않아도 된다.

 

주거 환경이 바뀌고 달라진 건 서류상의 실내 면적뿐만이 아니었다. 마음의 공간도 훨씬 넓어져 같은 삶을 살고 일을 하더라도 모든 걸 전보다 여유롭게 대할 수 있었다. (P. 184)
 

가라앉은 감정들은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러한 심리 변화는 영상에도 반영된다. 구독자들은 전보다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말한다. 매일 씻고, 먹고, 자는 곳은 나의 감정과 생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간을 소유한다는 건, 자신에게 확실한 성취감을 준다. 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삶에 안정감을 선사한다.

 


사는 곳이 달라졌다고 사람이 이렇게 금세 바뀔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나의 어떤 면들을 또 모르고 넘기고 있는 걸까. 나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여겨왔던 것들도 사실 현실과 타협한 것은 아니었을까. (P. 60)

 


더 나아가 차도 구매한다. 자차는 이동 반경을 넓혀준다. 부대끼는 버시와 지하철에서 지난하게 흐르던 시간이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신나게 드라이브를 하는 장소로 바뀐다.

 


전세 계약이 끝나자 이젠 아파트를 구매한다. 차원이 다른 금액의 계약금이 오가는 일생일대의 이벤트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집의 모든 것을 허락 없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필요 없는 요소를 제거하고 불편해도 '내 취향'인 것들로 집안을 채운다. 큰돈이 들어도 앞으로 내가 살 집이기에 막연하게 물건을 사들이지 않는다. 




PART 3.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의 집은 안전하고 아늑하며 안정감과 따뜻함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온전한 공간이 되었다. 나를 내려놓고 돌볼 수 있는 공간. '지금의 나에게 집은 나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의 인생에서 집은 빼놓을 수 없는 나만의 것이자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집과 함께 슛뚜도 성장했다.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다. 이 집은 내 집이니까.

 

내가 쟁취하고 만들어가는 삶은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던 

나의 태도를 바꾸게 했다.

요즘 나는 내가 살고 있다고 느낀다. (p. 88)

 


누구나 마음이 쉴 곳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집이든, 단골 가게이든, 근사한 풍경이나 여행지이든. 그래야만 단단히 뿌리내리며 살 수 있다. 마르고 갈라진 땅에서 나무는 잘 자라지 않는다. 물과 바람이 충분하며 비옥한 토양에서 나무는 하늘만 바라보며 뻗어 나간다. 우리도 나무처럼 그런 공간을 소유해야만 한다. 집도 상호작용의 공간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숨 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상징적이고 쉽기 때문에 모두들 집을 집이라고 부르지만, 꼭 진짜 '집'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편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럼 그곳은 곧 나의 집이 된다. (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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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멘토 GOOD MENTOR - 당신이 성공하기로 결정한 순간
데이비드 코트렐 지음, 박은지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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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객관적인 눈으로 점검하고 싶은가?

매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

푸념하는 게 일이라면 당장 그만둬라!

 

연말연초에 사람들은 노력과 성취를 톺아보면 반성과 후회를 하며 '난 뭘 했지?'란 물음표를 붙인다. 그래서일까. '인생을 망치고 싶다면 지금과 똑같이 살면 된다'는 띠지 문구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40만이 선택한 성공 수업 전문가, 2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트리거> 마셜 골드스미스 강력 추천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 저자 '데이비드 코트렐'은 리더십/자기계발 연구소 <코너스톤>을 운영하는 성공한 인물이다. 책은 목표를 상실한 인물 '잭 데이비스'와 성공한 기업가 '빈스'의 멘토 수업을 스토리텔링 형태로 풀어내 일반 자기 계발서와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잭은 우연히 오디오 클립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멘토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게 된다. 그 뒤로 빈스에게 전화를 걸어 성공을 위한 조언을 구한다. 잭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던 빈스는 그에게 '8번의 멘토수업'을 제안한다. 믿음직한 멘토가 필요했던 잭은 단숨에 수락한다. 

 

각장은 빈스와 잭의 수업 내용을 요약하고 있다. 이 수업은 <당신의 인생을 성공으로 바꾸는 9가지 법칙>으로 불리며 핵심 내용을 마지막에 요약한다. 그리고 '왜 성공하고자 하는지', '성공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질문한다. 끊임없이 잭에게 목표와 이유를 상기시키며, 독자에게 '성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1. 과감하게 돌파하라

2. 방황은 그만

3. 변화를 받아들여라

4. 사소한 일을 잘하자

5. 안개를 걷어라

6. 진실을 경배하자

7. 이유를 물어라

8. 행운을 찾아라

9. '언젠가 섬'에서 탈출하기

 

초반의 잭은 내 안에 숨어있는 자아 같다. 빈스를 찾아갔지만, 그의 충고를 듣고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가 처한 상황에서 어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믿기 어려웠다'며 그의 말을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막막함을 드러낸다. 

 

우선순위를 찾지 못해 기회가 찾아오면 지나치게 흥분하며, 분명하고 일관된 목적이 없어 방황하다가가 의도치 않게 평범해지는 나. '좀 기다려보자. 항상 이렇게 했어. 옛날엔 통했어'라며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그저 기회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린 나. 앞서 생각해 걱정을 사서하고 또 쉽게 무너지는 나. 빈스는 잭과의 대화에서 '이런 나'를 기가 막히게 캐치해 의식을 바꿔준다.

 

성공의 법칙은 사소한 선택과 일상 관리에서 시작한다. 지난 일은 반성하되 수반되는 부정적 감정은 과거에 그대로 둔다. 과거는 현재 내가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받아들여야 한다.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해내면 그 선택이 미래를 충분히 바꾼다. 빈스는 얘기한다. "당신이 하겠다는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면 어떤 성향도 중요하지 않다(p. 117)"고.

 

그들의 수업 중, 가장 공감했던 건 '안개를 걷어라'다. 예기치 못한 짙은 안개로 잭은 수업에 늦을 위기에 처한다. 그는 빈스에게 전화해 안개로 제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없음을 알리고 빈스는 시간을 조정해 준다. 그 사이 잭의 마음은 '빈스가 수업을 못한다고 하면 어쩌지'란 걱정으로 요동친다. 수업에선 이 상황을 빈스가 업급한다.

 

어떤 상황에 처했든 간에 방법을 찾아볼 수 있고 그중엔 언제나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Something can be done, and there is always something you can do) (p. 127)

 

대부분 사람은 스스로 안개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짙은 안개를 형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두 가지는 바로 끊임없는 걱정과 늘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걱정과 부정적인 반응으로 생긴 안개는 너무 짙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p. 131)

 

빈스가 말하는 '긍정적인 생각'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긍정은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수업을 마친 잭의 표정은 전보다 밝아졌다.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젠 계획으로 가득한 희망찬 미래를 그린다.

 

과거에 얽매여 친구들과 푸념이나 늘어놓는 인생과 지난 일은 그대로 두고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해 행동하는 인생은 다르다. 새해 연말에 다시 회고했을 때, 내 인생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이젠 묵은 2021년을 놓아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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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의 힘
이미소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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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밭에 심은 것은 감자가 아니라 가치였습니다.

 

 

스물여섯, 취업에 성공한 딸에게 아버지가 전화한다. "춘천에 내려와 함께 감자 농사를 짓지 않겠니?" 황당한 부탁에 딸은 고민 끝에 소중한 가족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감자밭에 뛰어든다. 이 책의 저자 이미소가 감자 사업을 시작한 계기다.

 

서문에서 그는 '사업'을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시작했다(P.7)고 밝힌다. 빚과 함께 창고 가득 쌓인 감자 재고는 당장의 생계를 위해 청산해야 할 1순위였다. 하지만 감자시장은 열악했다. 획일화된 종자 시장에 판로를 개척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사람들이 감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액연봉자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기획자는 있지만, 농부는 없는 걸까? 왜 농업인은 늘 지원의 대상일까? 왜 힘들게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일까/ 나는 농촌의 삶은 고되고, 빈곤하고, 절대로 멋지지 않다는 선입견을 부수고 싶었다. 언젠간 농부도 벤틀리를 타는 것이 익숙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농촌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p. 111)

 

아픈 손가락인 감자와의 전쟁은 '소비촉진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란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탄생한 '예뻐보라'는 완성의 뿌듯함만 남긴 채 실패한다. 그 치열했던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사실, 여전히 우리 감자를 아무도 찾지 않는다(P.80)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이후, 도농을 연결할 공동체 플랫폼 '핑크세레스'를 만들지만 하고 싶은 게 많았던 터라 의미가 퇴색된다. 연이은 실패 속에서 그는 무능함과 유능함을 구별하게 된다. 시행착오는 가야 할 길을 확실하게 만들었고, 감자 소비 촉진을 위한 상품으로 '감자빵'을 개발하게 된다.

 

동기는 남이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 찾아야 얻을 수 있다. 가치관이, 삶의 방식이,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하는 리더를 만나면 조직원은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처음부터 맞지 않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성공 근처에도 갈 수 없다. (p. 100)

 

감자빵은 입소문을 타고 성공한다. 각지에서 빵을 먹기 위해 춘천을 찾는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제안을 하는 등 놀라운 성장을 하기에 이르지만 그는 한발 멈추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를 재정비한다. 회사 내규를 정비하고 대규모 채용을 통해 뜻이 맞는 지역 인재를 뽑는다. 감자빵 이외의 프로젝트도 균형 있게 관리하며 '개인의 욕심'이 아닌 기업과 농산물 시장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독이 있다. 그 독에 무엇을 채울지는 오로지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욕심이 난다고 독에 모든 것을 채울 수는 없다. 새로운 무언가를 담기 위해서는 채워져 있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독을 비우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새로운 내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P. 179)

 

이제 모두의 행복을 위해 달린다. 그 중심에는 '이미소'란 자신이 있다. 내가 행복하고 원하는 삶을 공유하며 사는 삶은 감자에 이야기를 더해 성공한 브랜드를 만들었다. 지역 인재를 등용해 일자리 창출까지 끌어내며 좋은 선례로 자리매김했다. 생각에서 행동까지 한숨에 달린 건 바삐 움직인 열정 덕분이다. 밭에 심은 가치는 더욱더 자라 울창한 초록빛을 낼 것이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싶다.

어떤 삶을 원하는지 고민해 답을 찾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싶다.

그리고 이런 삶의 방식을 좋은 사람들과 공유하며 살고 싶다. (P.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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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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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오는 걸 당연하게 믿을 수 있다는 건 정말로 행복한 일이구나. (p. 9)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등으로 많은 독자를 위로한 작가 '오가와 이토'가 신작 라이온의 간식으로 돌아왔다. 전작이 내면의 상처를 톺아보며 현재를 긍정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죽음을 앞둔 주인공을 통해 삶의 전반과 사후세계로 넘어가는 찰나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스즈쿠는 서른셋이란 젊은 나이에 말기암 판정을 받는다. 기계에 의존한 생을 살고 싶지 않았던 스즈쿠는 의지대로 남은 생을 살고자 호스피스 '라이온의 집'으로 향한다. 레몬 섬이라 불리는 맑은 바다로 둘러싸인 '라이온의 집'은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유유히 쉬고 싶은 스즈쿠의 바람을 완벽히 채우는 곳이다. 그녀가 배정받은 방은 창문 가득 드넓은 바다가 보이고 쾌적한 환경과 정성스러운 음식은 임종을 앞둔 이들의 낙원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쨌든 나는 이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유유히 쉬고 싶다. 튜브를 달지 않고 푹 잠들고 싶다. 그래서 라이온의 집을 선택했다. 그리고 매일 바다를 볼 수 있는 호스피스는 후보 중에서 이곳 한 군데뿐이었다. 어째서 산이나 강이나 숲이 아니라 바다에 집착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가까운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다. 천국에. (p. 24)

 

그들을 보살피는 라이온의 집의 관리인 '마돈나'는 스즈쿠를 비롯한 게스트들에게 위안과 깨달음을 준다. 게스트의 뜻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되 그들의 생활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 제한보다는 제안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게스트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스즈쿠는 마돈나와 게스트의 도움으로 활기를 되찾는다. 이곳의 유일한 규칙인 '자유롭게 시간 보내기'를 마음껏 지키며 추억을 쌓는다.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등을 맞대고 있는 것이니까요.”

걸음을 멈추고 마돈나가 말했다.

어느 쪽 문을 여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p. 21)

 

일요일 간식 시간은 라이온의 집의 핵심 이벤트다. 먹고 싶은 간식에 대한 사연을 작성해 제출하면, 그중 하나를 마돈나가 선정해 다 같이 먹는다. 이 순간만큼은 한 명도 예외 없이 음식을 맛보며 추억에 잠긴다. 가족에게 특별했던, 여행지에서 맛보았던, 돌아가신 부모님이 만들어주셨던 각양각색의 스토리가 달콤한 맛으로 재현된다. 단조롭기만 하던 일상은 잠시 특별해진다.

 

처음에는 너무 단조로운 리듬 속에 색채가 있고, 놀라움이 있어서 조금도 질리지 않았다. 이곳에 와서 나는 음식 맛에 눈을 떴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이온의 집 식사는 그것과는 종류가 다른, 영혼에 직접 울리는 맛이었다. (p. 55)

 

스즈쿠는 줄곧 외면해왔던 "나 더 살아서 온 세상 좋은 풍경을 많이 보고 싶었다(p.188)"며 진심을 깨닫는다. 그리고 "살아있다"라고 되뇌던 말을 "살아있길 잘했다"라고 바꾸며 멀어지는 삶을 긍정하고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다. 더불어 생사의 경계에서 오랜 잠을 자던 그녀에게 찾아온 떠난 이들의 방문은 사후세계가 무섭지 않음을, 아직 이승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다.

 

보고 싶었던 아버지와 몰랐던 여동생 고즈에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한다. 마지막 라이온의 간식 시간을 갖는다. 이후, 그녀를 그리워하는 아버지와 고즈에, 마돈나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환된다. 남겨진 자가 애도를 통해 슬픔을 달래는 사이, 스즈쿠가 남긴 추억의 간식 밀크레이프 레시피가 고즈에 앞으로 도착한다. 남은 사람은 그들의 삶을 잘 살아낼 것이라 암시하듯이.

 

살아 있다.

나 아직 살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곳에 있다는 실감이 바닷물처럼 밀려왔다.

둥실둥실 바다에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p. 61)

 

 

살아 있길 잘했다.

오늘이라는 날을 맞이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제 건강한 시절의 몸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건강한 시절의 마음은 되찾았다.

그 사실이 지금 너무나 자랑스럽다.

고마운 마음이 내 안에서 봄바람처럼 불어댔다. (p. 250)

 

오가와 이토는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와 역자 모두 '어디까지나 죽음은 상상의 영역으로 산자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라이온의 간식은 작가가 임종을 앞둔 이들에게, 임종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란 생각이 든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두 세계를 잊지 말고 곁에 있는 사람과 인생을 다독이며 즐겁게 살아보자고. 그것이 내 삶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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