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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은 내가 되고 -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 모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집은 어디이며 어떤 의미인지. (p. 10)
우리의 성장기는 '우리 방'에서 '내 방'으로의 발전과 맞닿아있다. 사춘기가 되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완전한 나만의 공간, 방을 원한다. 성인이 되면 '내 방'을 넘어 '내 집'을 갖기 원한다. 그렇게 방 한 칸 크기의 작은 집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시작한다. 우린 그것을 '독립'이라 부른다.
이 책은 유튜버 슛뚜의 '자가를 갖기까지의 고군분투'이면서 동시에 '내 공간의 의미'를 조명하는 기록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에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이라 말했던 것처럼. 슛뚜의 방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의 첫 독립은 스물셋, 반려견 베베와 집을 나오며 시작됐다. 다음 학기 등록금으로 모아둔 500만 원을 보증금으로 첫 집을 구한다. 완전하진 않아도 '내 집'이 생기자 정처 없이 떠돌던 마음을 다잡는다. 내 취향의 선반, 커튼, 침구를 하나씩 구매한다. 더 는 그의 집에는 오래되고 낡은 무늬 이불이나 누렇게 바랜 벽지,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타일이 없다. 오랜 시간 함께 부대낀 '싫은 것들'을 없애자 집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계속 머물고 싶은 곳이 된다.
내 집이었다면, 처음부터 내가 이 모든 물건을 내 선호에 따라 살 수 있었다면. 가족들의 의견 없이 내 마음대로 주방부터 화장실까지 집 안 전체를 손댈 수 있다면.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히곤 했다. 언젠가 내 집이 생겨 작은 방 하나를 넘어 집 안 곳곳에 손을 댈 수 있기를 바랐다. (P. 25)
작고 소중한 나의 집에 슛뚜는 애정을 느낀다. 어둡고 침침해도 이곳에선 베베와 온종일 뒹굴뒹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셋집은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여러 번 이사해도 잊지 못했던 '4층 동쪽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곳은 내 (소유의) 집이 아니다.
그러다 우연히 인천 신도시의 새 오피스텔을 방문하며 선택지에 변화가 생긴다. 월세를 전전하리라 믿었던 미래가 '전세 계약'이라는 이벤트로 변곡점을 맞는다.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계약할 수 있다는 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같았다.
방과 방을 오갈 때 공기가 내 몸을 두르고 흘러가는 걸 느끼며
나는 벅차올랐다.
오랫동안 원룸에서 살았던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하지만 짜릿한 감촉. (p. 57)
투룸에 깨끗하고 정갈한 내부,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창밖으로 보이는 넓은 공원과 호수, 그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내려다보이는 신축 오피스텔. 구분된 공간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단지 방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인데 공간을 통과하는 몸의 감각들이 기쁨의 춤을 춘다. 창을 통해 다른 집이 훤히 보이지 않아 커튼을 치지 않아도 된다.
슛뚜의 집은 안전하고 아늑하며 안정감과 따뜻함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온전한 공간이 되었다. 나를 내려놓고 돌볼 수 있는 공간. '지금의 나에게 집은 나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의 인생에서 집은 빼놓을 수 없는 나만의 것이자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집과 함께 슛뚜도 성장했다.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다. 이 집은 내 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