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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만이 살길 - 콘텐츠 전쟁에서 승리하는 27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2년 6월
평점 :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핸드폰 화면에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해시태그를 꼬리표처럼 달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가는 개인의 일상에는 그날의 감정, 장소, 맛집, 문화, 사람들이 녹아있다. 하지만 이들을 콘텐츠라 말하진 않는다. 나를 포함한 우리를 아우르는 추억이 되면 그제야 콘텐츠라 불린다. 단순 게시물이 콘텐츠가 되는 데 필요한 마법, 스토리텔링은 여기서 등장한다.
스토리텔링은 대중의 편에서 서사를 구현해 콘텐츠의 차별화를 꾀한다. 이 책은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리사 크론'은 분야를 총망라한 전문가답게 그의 노하우를 잘 알려진 성공사례에 적용, 독자가 실전 감각을 체득하도록 도움을 준다. 특히, 책의 절반을 '왜 인간은 스토리에 끌리는지'에 할애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1️⃣ 심리학의 관점에서 스토리를 바라보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대대적인 공사 안내방송으로 책은 시작된다. 당시 안내방송엔 이용객의 불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항 측 생각만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자는 위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다. 사실에 스토리란 해석을 덧붙이는 작업을 뜻한다. 그 속에는 공항이 간과했던 '듣는 이'의 서사가 반영돼야 한다.
왜 인간은 스토리에 반응할까. 저자는 스토리가 인간의 본능과 관련이 있다며, 심리학의 관점에서 스토리를 설명한다. 그중 인지적 무의식에서 이유를 찾는다. '인지적 무의식'은 인간이 위험할 때, 레이더를 발동시킨다. 지루한 설명은 아무리 중요해도 흘려듣지만, 이를 짧은 드라마로 만들면 집중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생존에 필요한 자극은 '맥락 있는 자극'이고, 스토리는 지금까지 '생존 수단'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우리가 스토리에 귀 기울이는 목적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p.53)다. 어려움이 닥치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또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마다 스토리는 원활한 결정을 돕는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눈을 뜨도록 콘텐츠 제작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스토리 심리학에서 발견한 접근법은 크게 4가지다.
1) 인간은 사실을 스토리로 '인격화'하면 주목한다.
2)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은 가르치려는 의도가 담기면 무시한다.
3) 취약점을 드러낸 주인공에게 인간은 공감하며 마음을 움직인다.
4) 인간의 선택에는 '타인의 시선'이 투영된다.
생전 처음 보는 방법은 없었다. 스토리에 현실을 반영한 요소들을 집어넣어 우회적으로 보여주면서 감정을 끌어내면 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하되 눈앞에 대상이 없을 뿐이다. 그럼 막연한 대상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2️⃣ 스토리 구성 전략 A to z
화제된 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 대상을 고려해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에서 소개한 콘텐츠 사례들도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거창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확실한 목표가 있었고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녹아 있었다.
저자는 어떤 내적인 깨달음이 외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룬 것이 스토리라고 정의하며, 궁극적 목표와 스토리가 요청하는 행동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로 생리대 브랜드 '올웨이즈'의 <여자애처럼> 광고를 보여준다. 해당 광고는 고객을 확보하는 게 목표였지만, 취한 행동은 '여자애처럼'이란 말에 담긴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브랜드 언급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광고였지만,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표현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인식 개선에도 성공한다.
청중을 설득하려면 스토리를 통해 그 진실을 경험하고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p. 300). 이 광고는 대중이 잘못된 믿음을 경험하게 했고, 스스로 깨달을 기회를 주었다. 리사 크론은 스토리를 통한 '내적 변화'를 강조하는데, 이 역시도 확실하게 성공했다. 또한, 잘못된 믿음 → 진실 → 깨달음 → 변화'라는 스토리 구성 방식도 살펴볼 수 있었다. 그가 정의한 스토리 개념이 정확히 녹아들어 있는 문법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청중'을 강조한다. 확실한 대상 설정과 시선 처리, 그들이 처한 상황이 납득 가능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법까지. 방법 안에는 타인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드러난다. 심리학 관점에서 강조했던 스토리의 '인간화'는 여기서 연결된다. 목표 청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 특유의 논리로 생각할 때, 스토리는 개연성을 획득한다(p. 351).
스토리의 힘을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은 스토리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스토리 생존 법칙 27)
오늘날의 이야기는 발견되어야 한다. 셀프 브랜딩을 한다면 '나를 어떤 이미지로 홍보할 것인지', 마케터라면 '우리 브랜드 히스토리는 어떻게 짤 것인지', 취업 준비생이라면 '내 경험과 경력을 어떤 스토리로 연결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비록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은 아니지만, 내가 기획한 스토리 안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니, 되어야 한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스토리의 힘 덕분이다. 그만큼 스토리는 힘이 세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선택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서사가 쌓여 층이 두터워지면 하나의 역사가 되고, 팬이 생기고 그들은 두툼한 더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며 즐거워한다. 어쩌면 콘텐츠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과 연결되기 위한 매개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스토리는 매력적인 세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