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의 힘
이미소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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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심은 것은 감자가 아니라 가치였습니다.

 

 

스물여섯, 취업에 성공한 딸에게 아버지가 전화한다. "춘천에 내려와 함께 감자 농사를 짓지 않겠니?" 황당한 부탁에 딸은 고민 끝에 소중한 가족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감자밭에 뛰어든다. 이 책의 저자 이미소가 감자 사업을 시작한 계기다.

 

서문에서 그는 '사업'을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시작했다(P.7)고 밝힌다. 빚과 함께 창고 가득 쌓인 감자 재고는 당장의 생계를 위해 청산해야 할 1순위였다. 하지만 감자시장은 열악했다. 획일화된 종자 시장에 판로를 개척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사람들이 감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액연봉자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기획자는 있지만, 농부는 없는 걸까? 왜 농업인은 늘 지원의 대상일까? 왜 힘들게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일까/ 나는 농촌의 삶은 고되고, 빈곤하고, 절대로 멋지지 않다는 선입견을 부수고 싶었다. 언젠간 농부도 벤틀리를 타는 것이 익숙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농촌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p. 111)

 

아픈 손가락인 감자와의 전쟁은 '소비촉진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란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탄생한 '예뻐보라'는 완성의 뿌듯함만 남긴 채 실패한다. 그 치열했던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사실, 여전히 우리 감자를 아무도 찾지 않는다(P.80)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이후, 도농을 연결할 공동체 플랫폼 '핑크세레스'를 만들지만 하고 싶은 게 많았던 터라 의미가 퇴색된다. 연이은 실패 속에서 그는 무능함과 유능함을 구별하게 된다. 시행착오는 가야 할 길을 확실하게 만들었고, 감자 소비 촉진을 위한 상품으로 '감자빵'을 개발하게 된다.

 

동기는 남이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 찾아야 얻을 수 있다. 가치관이, 삶의 방식이,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하는 리더를 만나면 조직원은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이 처음부터 맞지 않으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성공 근처에도 갈 수 없다. (p. 100)

 

감자빵은 입소문을 타고 성공한다. 각지에서 빵을 먹기 위해 춘천을 찾는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제안을 하는 등 놀라운 성장을 하기에 이르지만 그는 한발 멈추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를 재정비한다. 회사 내규를 정비하고 대규모 채용을 통해 뜻이 맞는 지역 인재를 뽑는다. 감자빵 이외의 프로젝트도 균형 있게 관리하며 '개인의 욕심'이 아닌 기업과 농산물 시장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만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독이 있다. 그 독에 무엇을 채울지는 오로지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욕심이 난다고 독에 모든 것을 채울 수는 없다. 새로운 무언가를 담기 위해서는 채워져 있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독을 비우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새로운 내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P. 179)

 

이제 모두의 행복을 위해 달린다. 그 중심에는 '이미소'란 자신이 있다. 내가 행복하고 원하는 삶을 공유하며 사는 삶은 감자에 이야기를 더해 성공한 브랜드를 만들었다. 지역 인재를 등용해 일자리 창출까지 끌어내며 좋은 선례로 자리매김했다. 생각에서 행동까지 한숨에 달린 건 바삐 움직인 열정 덕분이다. 밭에 심은 가치는 더욱더 자라 울창한 초록빛을 낼 것이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싶다.

어떤 삶을 원하는지 고민해 답을 찾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싶다.

그리고 이런 삶의 방식을 좋은 사람들과 공유하며 살고 싶다. (P.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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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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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일이 오는 걸 당연하게 믿을 수 있다는 건 정말로 행복한 일이구나. (p. 9)

 

달팽이 식당, 츠바키 문구점등으로 많은 독자를 위로한 작가 '오가와 이토'가 신작 라이온의 간식으로 돌아왔다. 전작이 내면의 상처를 톺아보며 현재를 긍정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죽음을 앞둔 주인공을 통해 삶의 전반과 사후세계로 넘어가는 찰나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스즈쿠는 서른셋이란 젊은 나이에 말기암 판정을 받는다. 기계에 의존한 생을 살고 싶지 않았던 스즈쿠는 의지대로 남은 생을 살고자 호스피스 '라이온의 집'으로 향한다. 레몬 섬이라 불리는 맑은 바다로 둘러싸인 '라이온의 집'은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유유히 쉬고 싶은 스즈쿠의 바람을 완벽히 채우는 곳이다. 그녀가 배정받은 방은 창문 가득 드넓은 바다가 보이고 쾌적한 환경과 정성스러운 음식은 임종을 앞둔 이들의 낙원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쨌든 나는 이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유유히 쉬고 싶다. 튜브를 달지 않고 푹 잠들고 싶다. 그래서 라이온의 집을 선택했다. 그리고 매일 바다를 볼 수 있는 호스피스는 후보 중에서 이곳 한 군데뿐이었다. 어째서 산이나 강이나 숲이 아니라 바다에 집착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가까운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다. 천국에. (p. 24)

 

그들을 보살피는 라이온의 집의 관리인 '마돈나'는 스즈쿠를 비롯한 게스트들에게 위안과 깨달음을 준다. 게스트의 뜻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되 그들의 생활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 제한보다는 제안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게스트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스즈쿠는 마돈나와 게스트의 도움으로 활기를 되찾는다. 이곳의 유일한 규칙인 '자유롭게 시간 보내기'를 마음껏 지키며 추억을 쌓는다.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등을 맞대고 있는 것이니까요.”

걸음을 멈추고 마돈나가 말했다.

어느 쪽 문을 여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p. 21)

 

일요일 간식 시간은 라이온의 집의 핵심 이벤트다. 먹고 싶은 간식에 대한 사연을 작성해 제출하면, 그중 하나를 마돈나가 선정해 다 같이 먹는다. 이 순간만큼은 한 명도 예외 없이 음식을 맛보며 추억에 잠긴다. 가족에게 특별했던, 여행지에서 맛보았던, 돌아가신 부모님이 만들어주셨던 각양각색의 스토리가 달콤한 맛으로 재현된다. 단조롭기만 하던 일상은 잠시 특별해진다.

 

처음에는 너무 단조로운 리듬 속에 색채가 있고, 놀라움이 있어서 조금도 질리지 않았다. 이곳에 와서 나는 음식 맛에 눈을 떴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이온의 집 식사는 그것과는 종류가 다른, 영혼에 직접 울리는 맛이었다. (p. 55)

 

스즈쿠는 줄곧 외면해왔던 "나 더 살아서 온 세상 좋은 풍경을 많이 보고 싶었다(p.188)"며 진심을 깨닫는다. 그리고 "살아있다"라고 되뇌던 말을 "살아있길 잘했다"라고 바꾸며 멀어지는 삶을 긍정하고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다. 더불어 생사의 경계에서 오랜 잠을 자던 그녀에게 찾아온 떠난 이들의 방문은 사후세계가 무섭지 않음을, 아직 이승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음을 알게 된다.

 

보고 싶었던 아버지와 몰랐던 여동생 고즈에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한다. 마지막 라이온의 간식 시간을 갖는다. 이후, 그녀를 그리워하는 아버지와 고즈에, 마돈나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환된다. 남겨진 자가 애도를 통해 슬픔을 달래는 사이, 스즈쿠가 남긴 추억의 간식 밀크레이프 레시피가 고즈에 앞으로 도착한다. 남은 사람은 그들의 삶을 잘 살아낼 것이라 암시하듯이.

 

살아 있다.

나 아직 살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곳에 있다는 실감이 바닷물처럼 밀려왔다.

둥실둥실 바다에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p. 61)

 

 

살아 있길 잘했다.

오늘이라는 날을 맞이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제 건강한 시절의 몸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건강한 시절의 마음은 되찾았다.

그 사실이 지금 너무나 자랑스럽다.

고마운 마음이 내 안에서 봄바람처럼 불어댔다. (p. 250)

 

오가와 이토는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와 역자 모두 '어디까지나 죽음은 상상의 영역으로 산자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라이온의 간식은 작가가 임종을 앞둔 이들에게, 임종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란 생각이 든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두 세계를 잊지 말고 곁에 있는 사람과 인생을 다독이며 즐겁게 살아보자고. 그것이 내 삶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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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쁨 -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권예슬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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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취향에 '초라함'이라는 딱지는 붙이지 말 것.

때로는 취향이 없을 수 있음을 받아들일 것. (p. 16)


바야흐로 취향의 시대다. 멋있는 장소, 감각적인 전시, 맛이 일품인 식당과 카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여행지… 핸드폰 속 피드는 모르는 이의 취향이 정사각형 사진으로 기록된다. 그들의 안목에 감탄하기도 하고 때론 초라한 내 일상이 부끄럽기도 한 이유는 취향에도 '급'이 있단 생각이 들어서다. 조금 촌스럽고 유행이 민감하지 않아도,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것도, 남들이 좋아하는 걸 좋아해도, 이들은 어엿한 '나만의 취향'이다. 꼭 다르고 특별해야만 취향일까?

 

저자 권예슬은 자신의 취향이 어떤 향기도 뿜어내지 못하는 것 같아 움츠러든다. 타인의 취향을 따라 하기엔 멋없어 보이고, 인생작으로 꼽을 만한 예술작품도 떠오르지 않는 평범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그가 취향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을 그린다. 멋진 직장 생활과 반대로 망가진 일상,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를 즐기지만 어린시절 상장 한번 받아보지 못했던 과거는 '내가 취향을 가꿀만한 재능이 있는가'란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나의 영역을 구축하고 무난하게 어디서나 스미는 사람이란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취향의 기준이 바뀐다. 



나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환경 탓만 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다. 그 환경조차 내가 선택한 것이기에 결국 모든 화살표가 나에게 돌아올 것만 같은 느낌 때문이다. 그렇게 어느 쪽의 잘못도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을 때, 누구에게나 빛나는 자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자 한다. 수많은 행성들 사이에서 잠시 길을 잃은 것뿐. 내면이 빛이 인도하는 곳으로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 꼭 맞는 형태의 빛을 만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내가 내 인생의 빛자국들을 자주 기록해 두고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 (p. 142)



꾸준한 기록으로 자신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어질러진 일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깨닫는다. 좋은 직장이라도 내가 일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시간을 쪼개 이직을 준비한다. 본인의 경험을 자유롭게 말해달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일기에 썼던 에피소드를 활용해 말할 줄 안다. 주말에는 집을 정돈하고 틈틈이 나를 위한 음식을 만들어 먹인다. 생활에 애정이 깃들자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취향이자 불행을 피하는 방식임을 알게 된다. 내가 직접 고르는 오늘 하루의 내 행복이 취향을, 시야를 확장해간다. 



속도가 다를 뿐이니 안심해도 된다는 유치원 선생님의 따뜻한 한마디처럼, 부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다르더라도 각자의 성향을 받아들이고 여유롭게 넘길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우리는 결국, 모두 다른 존재들이니까. (p. 121)


마지막으로 혹여나 뚜렷한 취향이 없는 게 고민인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일상의 조각들을 정성스럽게 모아보길. 그리고 가끔 엉뚱한 시도도 해보기를. 그런 날의 기록이 삶을 더 찬란하게 만들어 줄지 모른다며.

 

취향은 발굴하는 게 아니다. 스며들어 발현되는 것이다. 타인에게 전염되는 힘, 그것만으로 그의 무색무취는 취향이다. 말간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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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사람과 뻔뻔하게 대화하는 법 - 설득할 필요도 없고 설득할 수도 없다
진 마티넷 지음, 김은영 옮김 / 필름(Feelm)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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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t Feed the Trolls!"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하고 뒤돌아서 후회한 적 누구나 있지 않을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대화는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가족, 학교, 직장, 친구와 소통하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사회에 트롤 하나쯤은 있는 법. 저자 '진 마티넷'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트롤들과 유연하게 대처하는 포인트를 10장 걸쳐 소개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작은 세계관 속에 살고있으며 자신의 세계관이 옳다는 확신을 손에 쥔 장치를 통해, 다시 말해 확신을 주도록 미리 프로그램해 둔 장치를 통해 끊임없이 확인한다. (p.11) 

 

사회는 내 활동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나의 작은 세계 속에서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대한다. 설사 방향이 틀렸더라도 쉽게 인정하긴 힘들다. 내겐 그게 정답이니까. 옳다고 믿어왔으니까. 인정하는 순간 나의 지난 잘못을 돌이켜봐야 한다. 두려움은 이곳에서 자란다. SNS의 발달로 나의 작은 세계는 느슨한 경계를 획득했다. 이름(또는 닉네임)만 아는 사람들의 그럴싸한 일상을 전시한 사이버 세상은 박탈감마저 준다. 기술은 빠르게 발달했지만 내 세계의 가치관은 한참 뒤처진 채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체로 그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이것이 내 사람들이 믿는 것이다. 내가 알고 신뢰하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믿고 있는데 그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틀릴 수 있단 말인가?'라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누군가 우리가 가진 신념 가운데 하나에 도전한다면 전반적 정체성과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식이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P. 38)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정착되자 작은 화면은 또 다른 자아로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뉴스보다 피드 속 내용을 진실로 여기게 되었고 작은 세계는 더욱 폐쇄적이게 되었다. 여기서 소통은 잦은 불통으로 이루어진다. 문자로 오가는 건조한 말은 쉽게 상처를 헤집고 오해를 사게 한다. 꼬인 매듭을 풀기엔 멀리 왔다는 듯이.

 

저자는 사이버 기술의 발달로 인한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그로부터 시작된 꼬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가며 '사람'보단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논란이 되는 대화를 우아하게 빠져나가는 꿀팁을 설명한다. 감정이 상하는 시발점을 사회심리학적으로 짚으며 전개될 상황을 예측한다. 저자의 통찰력은 후반부로 향할수록 빛을 발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공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하든, 심지어 상대방이 예의를 지키지 않더라도 우리는 예의를 표해야 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원칙을 살펴보자. (P. 215)


- 공격하지 말고 소통하자.

- 수없이 많은 추수감사절을 함께 보내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들의 생각에 관심을 갖자.

- 절대 경멸을 드러내지 말자.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와는 달리 예의 차리는 게 익숙지 않은 가족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척에게도 무엇이든 생각해내서 감사를 표하자. 가령, 침대를 정리해 줘서, 불을 피워줘서, 디저트를 만들어줘서, 헤어스타일을 칭찬해 줘서 고맙다고 하자. 

- 감사하자. 감사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감사는 상황을 바꾸어 놓는다. 

- 용서하자. 용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무술을 배우는 것과 같다. 발전하고 강해지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가족 간에 용서는 행복한 미래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용서는 지혜의 필수요소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강조한다. "어떤 주제로 토론할지는 항상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싫어하는 사람을 따돌리거나 참는 법이 아닌 대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책은 사람을 바꿀 수 없지만 지금 이 상황은 바꿀 수 있다며 희망을 심어준다. 우린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마주 앉아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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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는 관성 - 딱 그만큼의 긍정과 그만큼의 용기면 충분한 것
김지영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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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대개 행복을 말하는 책은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으로 끝난다. 한 두 권은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비슷한 유의 수십 수백 권을 읽다 보니 지루해졌다. 이만큼 읽었으면 나도 행복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와 행복을 짓밟아버렸다.

 

책은 저자 김지영이 2018년 2월부터 현재까지 동아일보 <2030세상> 지면에 연재한 칼럼으로 구성됐다. 그녀는 '우리의 삶은 대체로 불행하지만, 종래에는 반드시 행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행복은 추구하는 대상이 아니라 반환점처럼 돌아오는 것이라는 말은 신선했다. 

 

'행복=관성'이란 답을 얻게 된 이유는 패턴화된 글 때문이다. 칼럼 특성상, 1,500자 5~6개 문단, 독자적 메시지를 담아야 했다. '기-승-전-긍정'으로 매듭짓는 습관은 행복을 낙관하려는 저자의 진심이 담겨 있다. 마지막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하나 더하는 일(p.11)로 행복은 딱 그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용기만 대체로 충분하다는 것(p.11)을 배웠다. 




책은 세 챕터로 구성됐다.

 

‘part1 발견하기’는 별것 아닌 일상에 ‘그래도’를 덧붙인 일화들이 소개된다. 가족, 일상, 공간, 시간, 여행에 대한 추억이 주를 이룬다.

 

세월은 흐르고 오늘은 늘 바쁘다. 가족조차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잦은 만남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갈수록 혼자됨이 편해진다. 주기적인 만남과 안부 인사에 지치고 멀어짐에 대한 죄책감이 짐스러워 스스로 완전하기를 택한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순수한 관계에 대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자리 잡고 있다. (p. 41~42)

 

별거 아닌 일상일지라도,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 나름의 멋진 여행이 될 수 있다. 돌아보면 여행이 좋았던 까닭은 대부분 ‘그때 그 장소’가 아닌 여행 중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 기인했다. 사소하지만 귀한 순간들을 알고 놓치지 않고 기뻐하는 것. 하루하루를 최대한으로 곱씹으며 아쉬운 마음으로 놓아주는 것. 요컨대, 설레는 연습. 아무래도 당분간은 그렇게 수련하는 마음으로 지내야겠다. (p. 45~46)

 

가끔은 용도 없는 시간도 필요하다. 죄책감 없이 낭비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멍 때리기를 조금 더 격상시켜 표현하면 명상, 사색이다. 비워야 채울 틈이 생긴다. 효율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시간을 여백 없이 빼곡히 채우기만 한다면, 그 어느 틈으로도 내적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멍 때리는 뇌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하니, 이제 그만 해묵은 죄책감을 거두어도 되지 않을까. (p. 65)

 

여행이 삶의 환유라면, 인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인연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 다만 그 길이와 밀도가 다를 뿐. 때문에 ‘어차피 헤어질 건데’라는 말은 사실 모든 인연에 해당되는 숙명과도 같다. 어차피 헤어질 인연이니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것, 추억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삶 전반에 대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생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추억의 가치는 길이에 비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p. 87)

 

‘part2 정의하기’는 내 식대로의 행복으로 ‘나라는 사람’을 탐구한다. ‘다시 쓰는 백문백답’이란 주제로 어떤 작가, 어떤 노래, 어떤 여행지를 좋아하는지 묻거나 하는 일과 지향점을 토대로 나를 정의해보라는 독자 참여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결국 이 마지막 질문은 ‘내 식대로의 행복’을 정의하는 것이다.

 

혼자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혼자일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혼밥이 아프고 외로운 청춘이 아닌 단단하고 건강한 청춘을 상징하는 날이 오길, 그리하여 대수롭지 않은 밥 한 끼가 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p. 137)

 

내일 뛰더라도 오늘은 멈춰 쉬고 싶은 날이 있다. 매일 쉬지 않고 걷는 삶과 가끔 뛰더라도 종종 멈추어 쉬는 삶.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의 문제일 뿐. 그러니 오늘이 혹시 그런 날이라면 오늘 당신, 잠시 쉬어 가도 괜찮다. (p. 143)

 

‘part3 유지하기’는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한 순간을 얘기한다. 글 쓰는 자아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 쉼 없이 달려온 지난 나날을 회상하며 기꺼이 내가 됨을 긍정한다. 복잡한 일을 내일의 나에게 미뤄 오늘만큼은 내게 ‘마음 방학’을 선사하는 기쁨과 사색과 명상, 루틴이 주는 안정과 나를 돌려놓는 힘은 그녀가 충분히 건강한 사람임을 증명한다.

 

극도의 자율 속, 하루를 지키는 것은 결국 사소하고 건강한 루틴이다. 그것들이 모여 단단한 생활을 이루고 나아가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을 알기에,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고 책상 앞에 앉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길 위에 선다. (p. 199)

 

아무리 바쁘고 아파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스스로에게 쉼의 기회를 부여하는 일만큼은 소홀해지고 싶지 않다. 대단한 계획도 마음 맞는 동행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느새 저물어지는 한 해 동안 여지없이 고생한 스스로에게 그저 약간의 여유를 허락하는 일. 올가을,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낯선 거리를 훌훌 걷는 작은 사치를 누려봄은 어떨지. (p. 202)

 

‘마음 방학’이라는 자체 제도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마음에 방학을 주는 것인데, 어느 날 문득 마음에 빨간 불이 들어올 때 ‘작전타임’을 외치듯 스스로 부여한다. 원칙은 간단하다.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최대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염려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잠시 내려놓는다. 내일의 나에게 후일을 맡기고 오로지 ‘지금 나의 기분’만을 생각하는 철없는 이기주의자가 되어보는 것.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먹고 싶은지, 끊임없이 지금의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묻는다. (p. 231)

 

 


 

 

자주 울더라도 결국 웃을 것입니다. 대체로 불행하더라도 결국 행복할 것입니다.

고작_______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좀 멋진 일입니다.

 

 

우린 무너지지만 부서지지 않는 담담한 마음을 만들며 살아간다. 행복은 시험처럼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을 통해 발견하고 단련을 통해 유지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일상의 소중함은 ‘평범함=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던 시간과 퇴근 후, 모여앉아 마시는 술 한 잔, 왁자지껄 떠들던 가족 행사와 휴가철이면 떠난 여행까지. 평범해서 지루하다던 일상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만큼 우린 ‘고작 그만큼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고작 그만큼’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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