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는 관성 - 딱 그만큼의 긍정과 그만큼의 용기면 충분한 것
김지영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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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대개 행복을 말하는 책은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으로 끝난다. 한 두 권은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비슷한 유의 수십 수백 권을 읽다 보니 지루해졌다. 이만큼 읽었으면 나도 행복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와 행복을 짓밟아버렸다.

 

책은 저자 김지영이 2018년 2월부터 현재까지 동아일보 <2030세상> 지면에 연재한 칼럼으로 구성됐다. 그녀는 '우리의 삶은 대체로 불행하지만, 종래에는 반드시 행복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행복은 추구하는 대상이 아니라 반환점처럼 돌아오는 것이라는 말은 신선했다. 

 

'행복=관성'이란 답을 얻게 된 이유는 패턴화된 글 때문이다. 칼럼 특성상, 1,500자 5~6개 문단, 독자적 메시지를 담아야 했다. '기-승-전-긍정'으로 매듭짓는 습관은 행복을 낙관하려는 저자의 진심이 담겨 있다. 마지막에 '그래도'로 시작하는 문장을 하나 더하는 일(p.11)로 행복은 딱 그만큼의 긍정과 딱 그만큼의 용기만 대체로 충분하다는 것(p.11)을 배웠다. 




책은 세 챕터로 구성됐다.

 

‘part1 발견하기’는 별것 아닌 일상에 ‘그래도’를 덧붙인 일화들이 소개된다. 가족, 일상, 공간, 시간, 여행에 대한 추억이 주를 이룬다.

 

세월은 흐르고 오늘은 늘 바쁘다. 가족조차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버거운 현실 속에서 잦은 만남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갈수록 혼자됨이 편해진다. 주기적인 만남과 안부 인사에 지치고 멀어짐에 대한 죄책감이 짐스러워 스스로 완전하기를 택한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순수한 관계에 대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자리 잡고 있다. (p. 41~42)

 

별거 아닌 일상일지라도,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 나름의 멋진 여행이 될 수 있다. 돌아보면 여행이 좋았던 까닭은 대부분 ‘그때 그 장소’가 아닌 여행 중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 기인했다. 사소하지만 귀한 순간들을 알고 놓치지 않고 기뻐하는 것. 하루하루를 최대한으로 곱씹으며 아쉬운 마음으로 놓아주는 것. 요컨대, 설레는 연습. 아무래도 당분간은 그렇게 수련하는 마음으로 지내야겠다. (p. 45~46)

 

가끔은 용도 없는 시간도 필요하다. 죄책감 없이 낭비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이다. 멍 때리기를 조금 더 격상시켜 표현하면 명상, 사색이다. 비워야 채울 틈이 생긴다. 효율이라는 명목하에 모든 시간을 여백 없이 빼곡히 채우기만 한다면, 그 어느 틈으로도 내적 대화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멍 때리는 뇌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하니, 이제 그만 해묵은 죄책감을 거두어도 되지 않을까. (p. 65)

 

여행이 삶의 환유라면, 인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인연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 다만 그 길이와 밀도가 다를 뿐. 때문에 ‘어차피 헤어질 건데’라는 말은 사실 모든 인연에 해당되는 숙명과도 같다. 어차피 헤어질 인연이니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것, 추억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은 삶 전반에 대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생의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추억의 가치는 길이에 비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p. 87)

 

‘part2 정의하기’는 내 식대로의 행복으로 ‘나라는 사람’을 탐구한다. ‘다시 쓰는 백문백답’이란 주제로 어떤 작가, 어떤 노래, 어떤 여행지를 좋아하는지 묻거나 하는 일과 지향점을 토대로 나를 정의해보라는 독자 참여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결국 이 마지막 질문은 ‘내 식대로의 행복’을 정의하는 것이다.

 

혼자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혼자일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혼밥이 아프고 외로운 청춘이 아닌 단단하고 건강한 청춘을 상징하는 날이 오길, 그리하여 대수롭지 않은 밥 한 끼가 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p. 137)

 

내일 뛰더라도 오늘은 멈춰 쉬고 싶은 날이 있다. 매일 쉬지 않고 걷는 삶과 가끔 뛰더라도 종종 멈추어 쉬는 삶.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택의 문제일 뿐. 그러니 오늘이 혹시 그런 날이라면 오늘 당신, 잠시 쉬어 가도 괜찮다. (p. 143)

 

‘part3 유지하기’는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한 순간을 얘기한다. 글 쓰는 자아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 쉼 없이 달려온 지난 나날을 회상하며 기꺼이 내가 됨을 긍정한다. 복잡한 일을 내일의 나에게 미뤄 오늘만큼은 내게 ‘마음 방학’을 선사하는 기쁨과 사색과 명상, 루틴이 주는 안정과 나를 돌려놓는 힘은 그녀가 충분히 건강한 사람임을 증명한다.

 

극도의 자율 속, 하루를 지키는 것은 결국 사소하고 건강한 루틴이다. 그것들이 모여 단단한 생활을 이루고 나아가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을 알기에,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고 책상 앞에 앉는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길 위에 선다. (p. 199)

 

아무리 바쁘고 아파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스스로에게 쉼의 기회를 부여하는 일만큼은 소홀해지고 싶지 않다. 대단한 계획도 마음 맞는 동행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느새 저물어지는 한 해 동안 여지없이 고생한 스스로에게 그저 약간의 여유를 허락하는 일. 올가을,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낯선 거리를 훌훌 걷는 작은 사치를 누려봄은 어떨지. (p. 202)

 

‘마음 방학’이라는 자체 제도를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마음에 방학을 주는 것인데, 어느 날 문득 마음에 빨간 불이 들어올 때 ‘작전타임’을 외치듯 스스로 부여한다. 원칙은 간단하다.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최대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에 대한 염려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잠시 내려놓는다. 내일의 나에게 후일을 맡기고 오로지 ‘지금 나의 기분’만을 생각하는 철없는 이기주의자가 되어보는 것.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먹고 싶은지, 끊임없이 지금의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묻는다. (p. 231)

 

 


 

 

자주 울더라도 결국 웃을 것입니다. 대체로 불행하더라도 결국 행복할 것입니다.

고작_______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좀 멋진 일입니다.

 

 

우린 무너지지만 부서지지 않는 담담한 마음을 만들며 살아간다. 행복은 시험처럼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을 통해 발견하고 단련을 통해 유지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일상의 소중함은 ‘평범함=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던 시간과 퇴근 후, 모여앉아 마시는 술 한 잔, 왁자지껄 떠들던 가족 행사와 휴가철이면 떠난 여행까지. 평범해서 지루하다던 일상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만큼 우린 ‘고작 그만큼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고작 그만큼’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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