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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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기보다는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이 더 쉽기에, 

자신을 다독여 가며 단련시키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에서 공부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p. 9


나는 전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실무에서 전공 이론은 써먹을 수가 없었다. "대학에서 배운 것은 아무 쓸모가 없어"란 말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고 대학 생활이 의미 없진 않았다. 비록 학사학위는 실전 기술을 알려주진 않았지만 순수한 배움의 기쁨을 알게 해주었으니까.


스물 초반의 패기는 어떤 학문이든 읽고 쓰고 경험하게 이끌었다. 10대가 '지어진 집을 잘 유지하는 것'이었다면, 20대는 '헌 집을 리모델링 하는 시즌'이었다.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들


'왜 해외에 비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한 이야기는 드물지?'란 고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저자가 대학에서 배우고 성장한 에피소드를 소환했다. 그녀는 학년별로 인상 깊었던 교양수업의 강의노트를 펼쳐 대학의 고루한 이미지를 깨부순다. 맘껏 공부하기 위해 대학을 다닌 '공부 덕후'는 젊은 에너지로 겁 없이 덤벼들어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는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는 몰랐기 때문에 나는 무서운 속도로 대학을, 새로운 것들을 빨아들였다. 

p. 22

 

 

고고학을 전공한 그녀는 기억과 마음에도 층위(層位)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을 사귈 때마다 그 사람의 층위를 가늠해 보고, 어디까지 나를 내보일 것인지 결정한다. 서툴게 영어 원서로 고전문학을 읽고 번역서에 담기지 못한 언어의 깊은 울림을 체험한다. 첫인상이 별로였던 수업을 들으며 가치를 재평가하기도 하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들었던 법학 과목을 재수강해 편견을 깨부수기도 한다.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그 시절 무용해보였던 수많은 수업들이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교양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p. 117




-대학이 변화시킨 것


저자에게 대학은 내면의 성장뿐만 아니라 문해력, 이해력의 향상도 선물했다. 한자와 한글이 함께 쓰인 전공 책을 더듬더듬 독파하던 시간은 어떤 책이든 술술 읽는 힘을 길러주었다. 여러 책을 함께 독파하며 이론을 습득했던 덕분에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며 삶을 이해하는 힘이 생겼고 덕분에 현실에 좌절해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식견(識見)이란 지식을 투입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추수 끝난 논에 남은 벼 그루터기 같은 흔적에서 돋아난다. 

p. 63

 

 

그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 와서야 이해되는 게 많다. 빈출문제, 예상문제집, 보충강의가 없는 시스템에서 '진정한 자기 주도적 학습'을 실천했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수업마다 강의노트를 만들어 하교 후 메모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어쩔 수 없이 수강신청이 망해 시간이 붕 떠버렸을 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거나 카페에서 독서를 했다. 주말에는 대외활동에 참여했고 돌아오면 서평을 썼다.


교양 심리학과 전공인 아동학·사회복지학 덕분에 '내면의 어린아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현재의 문제점이 과거에서 비롯됐음을 깨닫고 매 순간 인지하려고 하는 건, 대학이 준 깨달음이다.


곽아람은 석박사 과정을 이어나가며 부족한 배움의 욕구를 채웠다. 무수한 리포트로 다진 필력은 기자로서 밑바탕이 되었다. 이렇게 보면 배움의 발현은 배우는 당시가 아니라 배우고 난 뒤 불현듯 발휘되는 것 같다.




인간은 자주 착각하고, 착각을 진실로 믿어 가끔씩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착각에서 깨어나 슬퍼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착각한다. 

착각할 수 있는 존재하는 것,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인간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 229


지금은 손실을 따지는 어른이 되었지만 캠퍼스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도 배움을 즐기고 동경하며 살아간다. 여전히 좋은 강의가 있나 기웃거리고, 괜찮은 커리어를 닦기 위해 지금처럼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쓴다.


타고난 것을 바꿀 순 없지만, 이를 갱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공부 같다. 그녀가 말하는 공부의 위로란 배움의 감각에서 느껴지는 존재의 쓸모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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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잘 있습니다 - 엄지사진관이 기록한 일상의 순간들
엄지사진관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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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기 이전에 낯선 곳이었으므로 나는 자주 힘들었다. 

그래도 결국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이곳에서

조금 더 낯설게 행복해지기로 했다.

(p. 7)


나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서울에 살던 기억을 꺼내 페이지를 넘겼다. 아무 연고도 없어 막연했던 타지 생활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타지인 제주에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엄지사진관은 제주를 안식처로만 그리지 않는다. 꿈을 지키지 못했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제주행은 전환점이 됐다. 도피처로 택한 제주에서 조각난 마음을 다잡고 사진가로서 인생 2막을 연다.


낯가림을 낯설음으로 돌파했던 부담감은 아름다운 필름 감성으로 덧칠되었다. 오늘을 잘 살고 내일도 잘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들이 사진과 함께 수록됐다. 이젠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이자 이방인의 시선으로 제주의 모습을 담아낸다.


사진과 나 사이의 지구력을 기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나의 시선으로 찍어내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화려하고 경이로운 순간을 기록하고, 내내 곱씹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나는 필름 카메라 하나만 들고 골목길을 걸을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해진다. 매번 같은 지붕, 같은 골목길이라도 그 순간이 좋다. 온전한 순간을 누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반복되는 일상이 나에겐 어느 무엇보다 가치 있고 소중하다. 누군가는 지루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느린 리듬의 고요함이 값지다. 카메라에 일상을 담겠다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 나의 지구력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기록하며 아주 오래 걷고 싶다. (p. 131)


제주에서 엄지사진관에게 위로가 된 장소는 여행자의 낭만이 깃든 곳보다는 일상감이 묻어나는 장소다. 출퇴근을 반복하는 골목, 이름 모를 시골길, 비포장도로같이 이목을 잡아끌지 않아도 살아있다고 느끼게 되는 곳 말이다. 그 틈에서 활기를 느끼고 활력을 되찾는다. 공간을 향한 사람들의 애정이 그 공간으로 들어선 이방인에게 따스함이 되었다. (p.110)


그 모습을 보며 나의 제주를 떠올렸다. 나야말로 '여행지로서 제주'보다 '일상으로서 제주'가 더 익숙한 사람이니까. 별생각 없이 찾는 단골 카페, 힘들 때마다 찾아가는 함덕의 바다, 마음속 고향인 구좌와 어릴 적 기억이 선연한 남원의 풍경. 기억 속의 제주는 피드 속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사진조차 찍지 않는 일상적인 곳들이다.


거창하게 무언가를 바라기보다 

하루하루 끼니를 챙기고,

평온하게 지낸 오늘이 잘 쌓이길 바랄 뿐.

그걸로 충분하다.

욕심내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그저 내게 주어진 오늘을 마주한다. 

무슨 일이 생길까?

어떤 사람과 만나게 될까?

아무것도 단정짓지 않기로 해. 

(p. 236)


그는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잘 지낸다. 어쩌다 이런 삶을 살 뿐인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려고 사진을 찍는다. 엄지사진관의 제주에는 사랑한다고 모든 걸 껴안을 수 없는 마음이 진솔하게 드러난다. 추억이 빛을 발할만한 장소를 찾아다니는 일, 상상 속 공간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 좋은 파동이 다시 카메라를 들게 한다. 카메라 속에 담긴 일상이 조금은 미화되어 문득 꺼내 봤을 때 뭉클해지도록.


이 섬에서 오늘도 빈틈없이 행복하길,

모든 시절이 호시절이길.(p.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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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숲으로 여행 간다 - 전국 자연휴양림.숲체원.국립공원 야영장 50
안윤정 지음, 서은석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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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겨울이 가고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 봄을 알리는 벚꽃이 하나둘씩 피어나고 만개한 꽃들 앞에서 환한 웃음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저절로 행복해진다. 계절을 체감하는 순간은 싱그러운 자연 앞이라는 건,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다. 변치 않는 생명은 숲에서 빛난다. 푸르게 우거진 녹음 속에서 나무가 내뱉은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지쳤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안윤정, 서은석은 전국의 수많은 숲을 찾아다니며 기록을 남겼다. 쉬는 날마다 떠났던 순간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자연휴양림부터 숲체원, 국립공원 야영장까지 ‘진짜’만 모은 숲 정보는 야영과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1. 숲을 알아야 즐거움을 느낀다


책은 숲의 기본부터 시작한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곳’이란 뜻의 숲은 국가에 의해 관리된다. 마음대로 들어가고 여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익히 수련회 등으로 찾았던 숲들 모두 ‘공인된 숲’으로 허가를 받아 사람들에게 개방된 곳이다. 자연휴양림, 숲체원, 치유의 숲, 국립공원이 대표적인 ‘공인된 숲’이다. 때론 공인된 숲이라도 보호를 위해 잠시 문을 닫기도 한다. 그래서 숲 예약은 치열하다.

숲마다 입장 인원, 숙박 및 취사 여부가 각기 달라 정보를 잘 확인해야 한다. 저자들은 독자들이 궁금할 정보를 전부 정리해 알려준다. 고르고 골라 보여준 숲의 시설, 환경, 볼거리까지 경험의 곳간을 탈탈 털었다고 할 수 있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와의 싸움, 복잡한 도시와 업무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쉼의 이야기를 전한다. 테마를 정해 취향껏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숲에서 정비하는 마음


숲속에는 '진정한 쉼'의 의미도 깃들어있다. 휴식을 찾아 숲으로 간 이들에게 온전히 쉬라고 일러준다. 시설 좋은 곳에서 마냥 노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제대로 쉬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휴식은 노는 것이 아니라 몸을 재정비하고 기운을 충전하는 것이다. 쉴 수 있을 때 푹 쉬고 쉴 수 없을 때도 짬을 내서 쉬자! 그 쉼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해당된다. 긴장,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머리를 비워야 온전한 휴식일 것이다. (p. 66)


숲에 나를 던진다. 나무에 몸을 맡긴다. 울창한 나무와 그 이파리가 그늘막이 되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눈을 감는다. 천천히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고 새소리, 풀벌레의 미세한 속삭임이 조금씩 다가온다. 온전한 숲속, 잡념이 살짝 발을 들였다가 이내 하얀 무(無)가 자리 잡는다. (본문 중)



초록이 가득한 사진들을 보니 눈이 힐링한다. 두 저자가 들려주는 숲 소식에 여름이면 찾는 수목원이 생각났다. 에어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속에 있으면 금세 시원해진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어디서 바람이 솔솔 불어 머리칼을 들썩인다. 이어폰을 빼고 귀를 기울이면 새소리와 나뭇잎의 찰랑거림, 동물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무해한 자연 속에서 고단한 하루가 지나간다.




'숲'이란 이름으로 불리면 좋겠다. 새소리에 잠들고 나무들 손짓, 몸짓 하나하나 느끼며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덧 그것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말마다 짬을 내서 하는 '숲' 생활. 캠핑도 여행도 그런 연습 중 하나가 아닐까? 나는 숲이 되고 숲은 내가 된다. (본문 중)


내 첫 숲은 언제일까. 학생 때 매달 올랐던 오름들, 자연휴양림, 소풍까지. 기억 속에 많은 숲이 살고 있다. 그때 그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읽으면 나만의 숲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여행지는 울창한 숲이다. 옛 숲에 새 숲을 덧칠해 추억을 만들면 더없이 충만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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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 사람들이 몰려드는 ‘페르소나 공간’의 비밀
김난도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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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을 향한 발길은 뚝 끊겼음에도 엄청난 인파를 모은 더현대 서울. 더현대 서울이 자리한 여의도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백화점이 생기는 건 당연할 것 같지만 평일 낮을 제외하면 거리는 한산해진다. 매장을 찾도록 고객을 유혹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지리적 요건은 리스크가 컸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더현대 서울은 연일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불리함을 극복하고 성공한 더현대 서울의 비밀은 무엇일까.


'트렌드 코리아'를 비롯해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한 김난도 교수와 필자들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치밀한 타깃 설정을 바탕으로 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의 재설계, 집요하도록 타깃에 특화된 머천다이징(MD), 차별화되는 콘텐츠, 새로운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위임과 신뢰의 조직관리 등 백화점에 관한 기존의 고정관념으로부터 환골탈태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져다준 성공 (p.10)


그리고 이 중심엔 '뉴리테일 시대의 페르소나 공간'이 담겨있다. 비대면의 가속화로 편리성을 갖춘 온라인 시장이 가파르게 활기를 띠었지만, 덩달아 '직접 경험을 향한 열망'도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쇼핑 경험을 원했고 소매 공간의 유희성, 즉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게 되었다. 마침 더현대 서울이 소비자의 취향을 고루 갖춰 눈에 띄었고, 대안 공간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더현대 서울 실무팀은 최대한 기존 사례를 벤치마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MZ세대를 타깃 고객으로 선정한 만큼 미래 지향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전례 없는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더현대 서울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한국백화점다움'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전통적인 백화점의 공간 구성을 뒤집어 '사운드 포레스트' 등 휴식공간에 많은 장소를 할애했다.

고객경험을 먼저 고려해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상품과 브랜드를 맞춘 것이다. 매출이라는 효율성보다 고객경험이라는 유희성에 초점을 둠으로써 단순한 '매장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가고 싶은 '환상의 공간'으로, 혹은 '환상 그 너머'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진화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새로운 페르소나 장소성을 보여주었다. (p. 96)

더불어 고객에게 '내 취향의 공간'이자 '페르소나 공간'을 제안하면서 깊은 인상을 심는다. 매장 간 경계를 허무는 '보더리스' 콘셉트를 통해 매장 조닝 및 상품 큐레이션을 진행, 다양한 취향의 공용공간을 보여준다. 오직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를 확보하고 브랜드별 개성을 존중해 시너지를 도모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 백화점에 없던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기도 한다.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팝업매장을 운영해 고객의 발길을 움직인다. 명품 라인뿐 아니라 BTS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인더숲(In the SOOP), 가장 인기 있는 MD를 유치하는 '아이코닉존(Pop Up Iconic)', '88라면스테이지' 등 SNS를 사용하는 젊은층의 자발적 홍보를 극대화한다.



최근 시몬스 침대는 '침대 없는 침대광고'로 주목을 받고 있다. 더현대 서울도 '백화점이 나오지 않는 백화점 광고'로 차별화해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유목민처럼 여러 가지 정보를 탐색하고 수용하는 MZ세대를 '보트'와 '망원경'으로 표현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SNS 채널에 적합한 화법을 사용해 전달하는 메시지보단 궁금증을 유발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문체로 고객과 소통한다. 덕분에 타깃 고객인 MZ세대에게 더현대 서울은 하나의 콘텐츠이자 놀이터(p. 196)로 자리하며 문턱을 낮췄다.

이제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한 더현대 서울은 2030 고객을 겨냥한 '아트 워크'에 집중한다. 젊은 세대의 투자 성향을 바탕으로 유능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등용문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문화센터의 기능을 넘어 문화예술 콘텐츠 영역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페르소나를 더욱 구체적으로 그린다.




오직 트렌디한 것이 살아남는다. 뉴리테일 시대를 선도하려면 전에 없이 새로운 환상 그 너머의 오직 거기에서만 존재하는, 취향으로 소통하며 기술을 입혀 '페르소나 공간'으로 진화하라. (본문 中)


페르소나 공간이 중요해진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근거가 개인화되어서다. 특히, 각종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내 계정을 개설해 표현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게 되었다. 항상 접속 가능한 다양한 매체에서 '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소비를 포함한 모든 일상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찾고 또 규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p.262).


더현대 서울은 현대인이 겪는 '자기 정체성'을 바탕으로 기획된 공간이다. 소비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고 온라인 채널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오프라인 공간이 가져야 할 비전을 제시한다. 이 중심엔 혁신, 고객경험, 조직문화가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관용, 실무진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수 있게 한 조직의 배려,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금의 더현대 서울을 있게 만들었다.

유통의 역사부터 온·오프라인 공간의 장단점, 뉴리테일로 대표되는 새로운 흐름까지 다채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실무진의 설계대로 내가 매장을 걷고 쉬고 둘러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와 '재미와 경험'이 공존하기 위해 피땀 눈물을 흘린 이들의 노고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더현대 서울을 그저 갔던 지난날과 이 책을 읽고 방문한 시간은 다르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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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생활력 - 생각하고 행동하고 발견하며 성장하는
최병호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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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마케터가 되겠다는 직무 재설정 후, 어려운 점이 많았다. 수많은 마케팅 저서를 읽었음에도 '세부 업무'가 무엇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간단한 카드뉴스를 만들더라도 기획과 구성, 보고와 실행 단계를 거칠 텐데, 이 부분은 쏙 빠진 채 '마케터의 자질 또는 태도'를 설명하는 저서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현직에서 활발히 근무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그 밖에서 마케터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취준생이니까.

 

 

막막함이 회의감을 불러올 때, 이 책을 만났다. 저자 최병호는 제일기획에 입사 후, 삼성· CJ ·카스·버거킹 등 굵직한 브랜드의 광고를 진행했다. 현재는 배스킨라빈스 마케터로 직무 역량에서 취미 역량까지 자기계발을 불태우는 '열혈 마케터'다. 그는 '마케터의 생활력'을 강조하며 진행했던 광고의 이야기와 깨달은 점, 앞으로의 비전까지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다.

 

 

최병호가 말하는 '생활력'은 날 것의 상상을 현실로 만든 생각의 힘 '생(生)', 유연하고 적극적인 행동의 힘 '활(活)',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취향의 힘 '력(力)'을 의미한다. 자신의 메모를 바탕으로 기획안을 분석하는 방법부터 하나의 기획이 깨지고 실행되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책의 말미에는 예비·신입 마케터를 위한 조언과 팁도 아끼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영감받은 부분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프리퀄 트레이닝

결과라는 현상을 추적해 궁극적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는 ‘프리퀄(prequel)’이라고 부른다. 프리퀄이란 영화의 에피소드에 선행하는 사건이나 과거 이야기를 뜻한다. 보통 영화에서는 흥행작이 생기면 그 히트작의 캐릭터 혹은 스토리 중심으로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을 제작하는 데 이를 프리퀄이라고 한다. 즉 현재 발생한 에피소드가 현상이라면 현상을 만들어낸 과거를 주목하는 것이 프리퀄이다. 지금의 시장 상황과 소비자들의 행동이 과거의 어떤 원인 때문에 비롯됐는지 앞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 p. 44

 

마케팅에서 프리퀄 트레이닝은 중요하다. 통찰력을 길러주고 실패한 기획의 문제점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거대한 트렌드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일상 속에서도 프리퀄 훈련을 할 수 있다. 기획안은 상사, 동료,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한 요약본이다. 요약본만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프리퀄 트레이닝을 활용하면 결과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매끄러워진다. 완벽에 가까운 기획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 순서도

기획서의 목적과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순서도'이다. 순서도는 '어떤 일이나 사건을 의식의 흐름 혹은 진행 상황에 따라 배치한 그림이자 수식'이다. 명확한 전후 관계를 드러내고 생각의 경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기획서를 분석할 때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기획서가 탄탄한 구성을 갖췄는지, 내용이 긴밀하게 연결됐는지, 타 기획서의 장점을 추출하여 기획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분석을 거듭하다 보면 '설득 대상의 정보 또는 관심사'도 찾을 수 있다.

 

3. 소비자

과거에는 '생산자(제품, 브랜드)의 주장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는 '소비자의 관심사와 제품 또는 브랜드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마케터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순간, 심리적 욕망이 가장 높아지는 때를 침투하고 기습하는 데 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4. 실패 포트폴리오

성공 사례가 외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라면 실패 사례는 내적으로 남는 사례다. P. 158

 

저자는 첫 경쟁 PT를 준비하던 신입 시절 에피소드를 통해 실패의 순기능을 설명한다. 부족한 기획서를 꼼꼼히 분석해 피드백을 주었던 선배들 덕분에 기획안 작성 시 바로미터를 세울 수 있었다. 탈락 후, 부족한 점을 복기하며 경쟁 PT의 주력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네가 마케터라는 게임 캐릭터라고 생각해봐.” 이 말은 마케터를 바라보는 내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말대로라면 갓 입사했던 나는 마케팅이라는 게임을 막 시작한 첫 번째 레벨의 플레이어인 셈이었다. 기초 레벨의 캐릭터에게 멋진 무기나 아이템은 없다. 그러나 게임의 여정을 통해 무기나 아이템을 모으며 성장한다. - P. 200

 

5. 단점의 대안 찾기

비즈니스는 철저히 비즈니스다. 한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되 그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책임하게 ‘저는 이래요’가 아니라 ‘저는 이렇지만 이런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를 얘기하고 싶었다. - P. 211

 

저자가 투썸플레이스 캠페인을 준비할 때다. 커피를 못 마시는 마케터의 커피 광고라는 죄책감이 짓누르던 시기였다. 힘겹게 회의를 하던 어느 날, 투썸플레이스가 티(Tea) 라인업을 확충해 마케팅을 강화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티를 좋아하던 그는 '티 소믈리에' 자격증 수업을 듣고, 다음 캠페인 아이디어 제안에 이 경험을 십분 살린다.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란, 브랜드에 애정을 갖고 노력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다.




결국 생활력이란 삶에 대한 가치관과 사고방식, 이를 실행하려는 행동 양식과 실천 의지 그리고 일상 속의 태도와 자세로 요약된다.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가 불쑥 엄습한다고 해도 이런 생활력은 내가 살아가려는 생활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삶의 기준이자 근간이 될 것이다. 나를 나일 수 있게 하고 내가 나로서 존중받으며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한 돌파구이자 청사진으로 생활력을 키워나가면 좋겠다. p. 37

 

마케터는 불확실성과 싸운다. 매일 변하는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면 '그저 그런 마케팅'이 반복된다. 그렇다고 매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도 없다. 그럴 땐, 일상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보는 거다. 퇴근 후에는 소비자는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걸 살짝 비틀기만 해도 신선함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삶이 '살짝'만 나아질 수 있는 사소한 것, 마케터는 여전히 그 틈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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