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생활력 - 생각하고 행동하고 발견하며 성장하는
최병호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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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마케터가 되겠다는 직무 재설정 후, 어려운 점이 많았다. 수많은 마케팅 저서를 읽었음에도 '세부 업무'가 무엇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간단한 카드뉴스를 만들더라도 기획과 구성, 보고와 실행 단계를 거칠 텐데, 이 부분은 쏙 빠진 채 '마케터의 자질 또는 태도'를 설명하는 저서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현직에서 활발히 근무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그 밖에서 마케터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취준생이니까.

 

 

막막함이 회의감을 불러올 때, 이 책을 만났다. 저자 최병호는 제일기획에 입사 후, 삼성· CJ ·카스·버거킹 등 굵직한 브랜드의 광고를 진행했다. 현재는 배스킨라빈스 마케터로 직무 역량에서 취미 역량까지 자기계발을 불태우는 '열혈 마케터'다. 그는 '마케터의 생활력'을 강조하며 진행했던 광고의 이야기와 깨달은 점, 앞으로의 비전까지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다.

 

 

최병호가 말하는 '생활력'은 날 것의 상상을 현실로 만든 생각의 힘 '생(生)', 유연하고 적극적인 행동의 힘 '활(活)',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취향의 힘 '력(力)'을 의미한다. 자신의 메모를 바탕으로 기획안을 분석하는 방법부터 하나의 기획이 깨지고 실행되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책의 말미에는 예비·신입 마케터를 위한 조언과 팁도 아끼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영감받은 부분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프리퀄 트레이닝

결과라는 현상을 추적해 궁극적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는 ‘프리퀄(prequel)’이라고 부른다. 프리퀄이란 영화의 에피소드에 선행하는 사건이나 과거 이야기를 뜻한다. 보통 영화에서는 흥행작이 생기면 그 히트작의 캐릭터 혹은 스토리 중심으로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을 제작하는 데 이를 프리퀄이라고 한다. 즉 현재 발생한 에피소드가 현상이라면 현상을 만들어낸 과거를 주목하는 것이 프리퀄이다. 지금의 시장 상황과 소비자들의 행동이 과거의 어떤 원인 때문에 비롯됐는지 앞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 p. 44

 

마케팅에서 프리퀄 트레이닝은 중요하다. 통찰력을 길러주고 실패한 기획의 문제점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거대한 트렌드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일상 속에서도 프리퀄 훈련을 할 수 있다. 기획안은 상사, 동료,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한 요약본이다. 요약본만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프리퀄 트레이닝을 활용하면 결과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매끄러워진다. 완벽에 가까운 기획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 순서도

기획서의 목적과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순서도'이다. 순서도는 '어떤 일이나 사건을 의식의 흐름 혹은 진행 상황에 따라 배치한 그림이자 수식'이다. 명확한 전후 관계를 드러내고 생각의 경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기획서를 분석할 때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기획서가 탄탄한 구성을 갖췄는지, 내용이 긴밀하게 연결됐는지, 타 기획서의 장점을 추출하여 기획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분석을 거듭하다 보면 '설득 대상의 정보 또는 관심사'도 찾을 수 있다.

 

3. 소비자

과거에는 '생산자(제품, 브랜드)의 주장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는 '소비자의 관심사와 제품 또는 브랜드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마케터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순간, 심리적 욕망이 가장 높아지는 때를 침투하고 기습하는 데 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4. 실패 포트폴리오

성공 사례가 외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라면 실패 사례는 내적으로 남는 사례다. P. 158

 

저자는 첫 경쟁 PT를 준비하던 신입 시절 에피소드를 통해 실패의 순기능을 설명한다. 부족한 기획서를 꼼꼼히 분석해 피드백을 주었던 선배들 덕분에 기획안 작성 시 바로미터를 세울 수 있었다. 탈락 후, 부족한 점을 복기하며 경쟁 PT의 주력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네가 마케터라는 게임 캐릭터라고 생각해봐.” 이 말은 마케터를 바라보는 내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말대로라면 갓 입사했던 나는 마케팅이라는 게임을 막 시작한 첫 번째 레벨의 플레이어인 셈이었다. 기초 레벨의 캐릭터에게 멋진 무기나 아이템은 없다. 그러나 게임의 여정을 통해 무기나 아이템을 모으며 성장한다. - P. 200

 

5. 단점의 대안 찾기

비즈니스는 철저히 비즈니스다. 한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되 그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책임하게 ‘저는 이래요’가 아니라 ‘저는 이렇지만 이런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를 얘기하고 싶었다. - P. 211

 

저자가 투썸플레이스 캠페인을 준비할 때다. 커피를 못 마시는 마케터의 커피 광고라는 죄책감이 짓누르던 시기였다. 힘겹게 회의를 하던 어느 날, 투썸플레이스가 티(Tea) 라인업을 확충해 마케팅을 강화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티를 좋아하던 그는 '티 소믈리에' 자격증 수업을 듣고, 다음 캠페인 아이디어 제안에 이 경험을 십분 살린다.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란, 브랜드에 애정을 갖고 노력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다.




결국 생활력이란 삶에 대한 가치관과 사고방식, 이를 실행하려는 행동 양식과 실천 의지 그리고 일상 속의 태도와 자세로 요약된다.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가 불쑥 엄습한다고 해도 이런 생활력은 내가 살아가려는 생활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삶의 기준이자 근간이 될 것이다. 나를 나일 수 있게 하고 내가 나로서 존중받으며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한 돌파구이자 청사진으로 생활력을 키워나가면 좋겠다. p. 37

 

마케터는 불확실성과 싸운다. 매일 변하는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면 '그저 그런 마케팅'이 반복된다. 그렇다고 매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도 없다. 그럴 땐, 일상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보는 거다. 퇴근 후에는 소비자는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걸 살짝 비틀기만 해도 신선함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삶이 '살짝'만 나아질 수 있는 사소한 것, 마케터는 여전히 그 틈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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