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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숲으로 여행 간다 - 전국 자연휴양림.숲체원.국립공원 야영장 50
안윤정 지음, 서은석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3월
평점 :
길었던 겨울이 가고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 봄을 알리는 벚꽃이 하나둘씩 피어나고 만개한 꽃들 앞에서 환한 웃음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저절로 행복해진다. 계절을 체감하는 순간은 싱그러운 자연 앞이라는 건,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다. 변치 않는 생명은 숲에서 빛난다. 푸르게 우거진 녹음 속에서 나무가 내뱉은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지쳤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안윤정, 서은석은 전국의 수많은 숲을 찾아다니며 기록을 남겼다. 쉬는 날마다 떠났던 순간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자연휴양림부터 숲체원, 국립공원 야영장까지 ‘진짜’만 모은 숲 정보는 야영과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1. 숲을 알아야 즐거움을 느낀다
책은 숲의 기본부터 시작한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곳’이란 뜻의 숲은 국가에 의해 관리된다. 마음대로 들어가고 여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익히 수련회 등으로 찾았던 숲들 모두 ‘공인된 숲’으로 허가를 받아 사람들에게 개방된 곳이다. 자연휴양림, 숲체원, 치유의 숲, 국립공원이 대표적인 ‘공인된 숲’이다. 때론 공인된 숲이라도 보호를 위해 잠시 문을 닫기도 한다. 그래서 숲 예약은 치열하다.
숲마다 입장 인원, 숙박 및 취사 여부가 각기 달라 정보를 잘 확인해야 한다. 저자들은 독자들이 궁금할 정보를 전부 정리해 알려준다. 고르고 골라 보여준 숲의 시설, 환경, 볼거리까지 경험의 곳간을 탈탈 털었다고 할 수 있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와의 싸움, 복잡한 도시와 업무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쉼의 이야기를 전한다. 테마를 정해 취향껏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숲에서 정비하는 마음
숲속에는 '진정한 쉼'의 의미도 깃들어있다. 휴식을 찾아 숲으로 간 이들에게 온전히 쉬라고 일러준다. 시설 좋은 곳에서 마냥 노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제대로 쉬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휴식은 노는 것이 아니라 몸을 재정비하고 기운을 충전하는 것이다. 쉴 수 있을 때 푹 쉬고 쉴 수 없을 때도 짬을 내서 쉬자! 그 쉼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해당된다. 긴장,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머리를 비워야 온전한 휴식일 것이다. (p. 66)
숲에 나를 던진다. 나무에 몸을 맡긴다. 울창한 나무와 그 이파리가 그늘막이 되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눈을 감는다. 천천히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고 새소리, 풀벌레의 미세한 속삭임이 조금씩 다가온다. 온전한 숲속, 잡념이 살짝 발을 들였다가 이내 하얀 무(無)가 자리 잡는다. (본문 중)
초록이 가득한 사진들을 보니 눈이 힐링한다. 두 저자가 들려주는 숲 소식에 여름이면 찾는 수목원이 생각났다. 에어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속에 있으면 금세 시원해진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어디서 바람이 솔솔 불어 머리칼을 들썩인다. 이어폰을 빼고 귀를 기울이면 새소리와 나뭇잎의 찰랑거림, 동물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무해한 자연 속에서 고단한 하루가 지나간다.
'숲'이란 이름으로 불리면 좋겠다. 새소리에 잠들고 나무들 손짓, 몸짓 하나하나 느끼며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덧 그것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말마다 짬을 내서 하는 '숲' 생활. 캠핑도 여행도 그런 연습 중 하나가 아닐까? 나는 숲이 되고 숲은 내가 된다. (본문 중)
내 첫 숲은 언제일까. 학생 때 매달 올랐던 오름들, 자연휴양림, 소풍까지. 기억 속에 많은 숲이 살고 있다. 그때 그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읽으면 나만의 숲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여행지는 울창한 숲이다. 옛 숲에 새 숲을 덧칠해 추억을 만들면 더없이 충만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