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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 사람들이 몰려드는 ‘페르소나 공간’의 비밀
김난도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을 향한 발길은 뚝 끊겼음에도 엄청난 인파를 모은 더현대 서울. 더현대 서울이 자리한 여의도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백화점이 생기는 건 당연할 것 같지만 평일 낮을 제외하면 거리는 한산해진다. 매장을 찾도록 고객을 유혹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지리적 요건은 리스크가 컸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더현대 서울은 연일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불리함을 극복하고 성공한 더현대 서울의 비밀은 무엇일까.
'트렌드 코리아'를 비롯해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한 김난도 교수와 필자들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치밀한 타깃 설정을 바탕으로 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의 재설계, 집요하도록 타깃에 특화된 머천다이징(MD), 차별화되는 콘텐츠, 새로운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위임과 신뢰의 조직관리 등 백화점에 관한 기존의 고정관념으로부터 환골탈태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져다준 성공 (p.10)
그리고 이 중심엔 '뉴리테일 시대의 페르소나 공간'이 담겨있다. 비대면의 가속화로 편리성을 갖춘 온라인 시장이 가파르게 활기를 띠었지만, 덩달아 '직접 경험을 향한 열망'도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쇼핑 경험을 원했고 소매 공간의 유희성, 즉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게 되었다. 마침 더현대 서울이 소비자의 취향을 고루 갖춰 눈에 띄었고, 대안 공간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더현대 서울 실무팀은 최대한 기존 사례를 벤치마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MZ세대를 타깃 고객으로 선정한 만큼 미래 지향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전례 없는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더현대 서울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한국백화점다움'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전통적인 백화점의 공간 구성을 뒤집어 '사운드 포레스트' 등 휴식공간에 많은 장소를 할애했다.
고객경험을 먼저 고려해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상품과 브랜드를 맞춘 것이다. 매출이라는 효율성보다 고객경험이라는 유희성에 초점을 둠으로써 단순한 '매장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가고 싶은 '환상의 공간'으로, 혹은 '환상 그 너머'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진화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새로운 페르소나 장소성을 보여주었다. (p. 96)
더불어 고객에게 '내 취향의 공간'이자 '페르소나 공간'을 제안하면서 깊은 인상을 심는다. 매장 간 경계를 허무는 '보더리스' 콘셉트를 통해 매장 조닝 및 상품 큐레이션을 진행, 다양한 취향의 공용공간을 보여준다. 오직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를 확보하고 브랜드별 개성을 존중해 시너지를 도모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 백화점에 없던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기도 한다.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팝업매장을 운영해 고객의 발길을 움직인다. 명품 라인뿐 아니라 BTS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인더숲(In the SOOP), 가장 인기 있는 MD를 유치하는 '아이코닉존(Pop Up Iconic)', '88라면스테이지' 등 SNS를 사용하는 젊은층의 자발적 홍보를 극대화한다.
최근 시몬스 침대는 '침대 없는 침대광고'로 주목을 받고 있다. 더현대 서울도 '백화점이 나오지 않는 백화점 광고'로 차별화해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유목민처럼 여러 가지 정보를 탐색하고 수용하는 MZ세대를 '보트'와 '망원경'으로 표현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SNS 채널에 적합한 화법을 사용해 전달하는 메시지보단 궁금증을 유발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문체로 고객과 소통한다. 덕분에 타깃 고객인 MZ세대에게 더현대 서울은 하나의 콘텐츠이자 놀이터(p. 196)로 자리하며 문턱을 낮췄다.
이제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한 더현대 서울은 2030 고객을 겨냥한 '아트 워크'에 집중한다. 젊은 세대의 투자 성향을 바탕으로 유능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등용문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문화센터의 기능을 넘어 문화예술 콘텐츠 영역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페르소나를 더욱 구체적으로 그린다.
오직 트렌디한 것이 살아남는다. 뉴리테일 시대를 선도하려면 전에 없이 새로운 환상 그 너머의 오직 거기에서만 존재하는, 취향으로 소통하며 기술을 입혀 '페르소나 공간'으로 진화하라. (본문 中)
페르소나 공간이 중요해진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근거가 개인화되어서다. 특히, 각종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내 계정을 개설해 표현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게 되었다. 항상 접속 가능한 다양한 매체에서 '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소비를 포함한 모든 일상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찾고 또 규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p.262).
더현대 서울은 현대인이 겪는 '자기 정체성'을 바탕으로 기획된 공간이다. 소비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고 온라인 채널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오프라인 공간이 가져야 할 비전을 제시한다. 이 중심엔 혁신, 고객경험, 조직문화가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관용, 실무진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수 있게 한 조직의 배려,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금의 더현대 서울을 있게 만들었다.
유통의 역사부터 온·오프라인 공간의 장단점, 뉴리테일로 대표되는 새로운 흐름까지 다채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실무진의 설계대로 내가 매장을 걷고 쉬고 둘러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와 '재미와 경험'이 공존하기 위해 피땀 눈물을 흘린 이들의 노고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더현대 서울을 그저 갔던 지난날과 이 책을 읽고 방문한 시간은 다르게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