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더불어 사는 이야기집을 짓다 - 이야기 창작의 과정
황선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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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졸업식 날. 장래희망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창작 동화 작가". 어린 시절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은 그 꿈의 씨앗은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결말에서 비롯되었다. 기존 동화의 틀을 넘어 삶과 죽음, 자유와 희생에 대해 곱씹게 했던 그 책은 지금도 내게 '인생의 책'이라 꼽을 만큼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점점 그때의 떨림과 열정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어린이였던 시절보다, 지금의 내가 더 절실히 동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앞에서 이미 밝혔듯이 우리 모두 한때는 어린이였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p. 34)


작가는 이 책에서 단순히 '어떻게 동화를 쓰는가'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쓰는가, ;누구를 위해' 쓰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공유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어린이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다. 작가는 어린이를 단지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닌, 세상의 복잡함을 이미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존재로 본다. 그래서 동화 속에서 금기시되던 소재나 결말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단단한 태도를 유지한다. 


동화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특히 어른이 어린이를 위해 쓴다는 점에서, 그 무게는 더 커진다. 아이들의 순수한 울림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진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작가는 고심을 거듭한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흥미로운 작업인지를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어른이 쓴 동화가 아이의 마음에 진심으로 닿기 위해선,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자 진실이어야 하니까.


나는 여전히 동화가 주었던 떨림을 잊지 못한다. 동화 속 인물들이 내 어린 시절과 겹쳐질 때면, 그들의 고민과 기쁨이 고스란히 내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유년이 언제나 반짝이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가끔, 아주 오래전 내가 품었던 다짐을 떠올린다. 


"나 같은 아이가 더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다. 동화가 단지 어린이를 위한 장르가 아니라,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해주는 문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지금 동화와는 조금 멀어진 삶을 살고 있는 나이지만, 이 책을 읽고 다시 적어본다. 


장래희망: 내 안의 어린 아이를 위해 이야기를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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