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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사랑한 남자 - 삼성전자 반도체 천부장 이야기
박준영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9월
평점 :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 코스피 시총 1위. 우리나라 취준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기업중 하나. 성과급 포함시 연봉 1.5배씩 받는 회사. 반도체와 휴대폰, TV등 가전으로 세계 1위를 달성. 모두 삼성전자에 해당하는 말이다. 특히 휴대폰은 올해 애플에 1위를 넘겨줄 것 같다는 뉴스가 들리고, TV 등 가전은 중국기업과 LG에 추격당하고 있지만 아직 SK 하이닉스와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국내 최고, 최대의 대기업이고 역사도 반세기를 넘어섰지만 삼성전자, 반도체에 관해 알려진 바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관련 이야기나 이병철 창업주에 관련 책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비전이나 일화 위주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어서 내부에 대해 알기는 어렵다. 이후 초격차 1, 2가 나왔지만 이 또한 C레벨인 권오현 회장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 일반적인 회사 내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보기엔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반도체 생산직으로 입사해 35년을 삼성전자에서 보낸 한 부장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 나와 소개한다.
이 책은 '천기주'라는 삼성전자 부장의 https://m.blog.naver.com/raosun/223196249139입사부터 지금까지의 삼성에서의 삶의 궤적을 쫓아간다. 저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인류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천기주 부장이라는 실존인물을 인터뷰해 써내려간 방식이라 다소 타자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 내용임에도 저자가 삼성내부 생활을 해서인지 적절히 살을 붙여 더 이해하기 쉽게 전달된다.
간단한 책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천기주'라는 분은 호남의 기계공고를 나와 삼성그룹에 지원했으나 낙방을 하게되고, 이후 각지의 중소, 중견기업을 전전하며 고학을 이어간다. 이후 우연한 기회로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되어 반도체 제조 후공정 현장 직반장 등을 거치며 관리자로 승진하게 된다. 이후 사내 TPM 활동, 노사위원, MBB등을 거치고,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여 현재는 협력사 컨설턴트로 재직중이라고 한다.
책은 그의 발자취 중 군데군데 굵직했던 족적을 되돌아본다.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현장 근무때 조원들이 써준 편지에서 드러나는 동료, 후배직원들에 대한 애정, 그럼에도 스트라이크시 보여줬던 그들보다 회사를 우선시하는 모습, IMF 로 인해 인력효율화를 맡게 되어 떨어진 할당대로 사람들을 설득해 내보내는 일을 하며 느꼈던 괴로움들. 식스시그마 MBB를 따며 기뻐했던 일, 회사게시판의 비판적인 글에 회사를 옹호하며 회사와 본인을 동일시하는 모습 등.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가정환경으로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해 매번 느꼈던 컴플렉스, 임원을 달지못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회사와 본인을 일체시하는 성향 등이 여실히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요즘 같은 시대엔 절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많이 담겨있지만, 그땐 그랬던 것 같다.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고 최종목표는 임원이었던. 삼성이 한명의 인재가 천명을 먹여살린다란 인재관을 가지고 있다고 본 것 같은데 그 뒤에는 천부장과 같은 수천, 수만명의 노력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리라.
한편 나도 낀 세대라 그런지 많은 부분에서 이해가 가긴 했는데 문득 '결국 천부장님은 행복할까?' 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본인과 삼성을 동일시해왔고 삼성이 세계최고의 기업이 되었으니 뜻을 이룬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항상 본인의 생각보다 삼성(조직)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개인의 생각이나 시간, 자유를 억누르며 힘든 부분은 없진 않았을까. 기회가 된다면 한번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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